오랜만에 업데이트 합니다.
그간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 있다 보니 아무래도 책읽기에 소홀했네요.^^
하여튼 그동안 읽은 책들 정리해 봅니다.
52. "동물농장", 조지 오웰 저, 베스트트랜스 역, 더 클래식, 2012
동물들이 나오는 우화소설이기 때문에 재밌게 읽을 수 있지요.
그러나 그 안에는 전체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있습니다.
주인에게 시달리던 농장의 동물들은 사람들을 몰아내고 모든 동물들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러나 세상살이, 동물이나 사람이나 다 똑같지요.
글을 좀 읽고 쓸 줄 아는 돼지들이 동물들의 지도자가 되고, 지도층끼리의 권력싸움이 시작됩니다.
그나마 평등의 이념을 지키고, 동물들을 계몽하며, 새로운 마을을 꾸미려던 스노볼은, 무력을 가진 나폴레옹에 의해 쫓겨나고, 그 때부터 나폴레옹의 독재가 시작됩니다.
그의 전략은 사냥개를 통한 무력통제와 프로파간다를 통해 자신을 신격화하는 일이죠.
그리고 결국 동물농장의 지도자인 돼지들이 인간처럼 변해서, 사람과 돼지가 구분이 안 가게 된다는 무시무시한 내용입니다.
이 소설이 스탈린 치하의 사회주의를 비판하고 있다고 하는데, 제가 볼 때는 사회주의 사회 건, 자본주의 사회 건, 심지어 근본주의적 종교에 의한 사회 건, 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고, 의사표현의 기회를 막고, 다양성과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사회에 대한 비판이라고 봅니다.
책을 읽고 난 후에 얻은 교훈이라면 “남의 선전정책에 속지 말고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라. 스스로 생각하라” 정도가 될까요?
53. "홍길동전", 허균 저, 정하영 역, 펭귄 클래식 코리아, 2009
부끄럽게도 홍길동전을 처음 읽었네요. 이렇게 재밌는 줄 알았다면 진작 읽었을텐데 말예요.
이 책에는 두 종류의 버전이 실려 있습니다. 경판 24장본과 완판 36장본인데요. 이거 말고도 판본이 아주 많은 모양 이예요.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이라는 “홍길동전”. 그 의미가 무척 크게 다가옵니다.
책을 읽다보면 당시 적서차별이 얼마나 심했을지 감이 옵니다. 아마도 길동이는 설움의 에너지를 모두 도술로 승화했겠죠.
활빈당의 지도자가 되어 의적 활동을 하며, 나라를 시끄럽게 하였지만, 결국 병조판서가 되고 율도국을 쳐서 그 곳의 왕이 되어 다스리다 생을 마무리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쳐집니다.
이 책이 나에게 준 교훈이라면 바로 “차별하면 안 된다”입니다.^^
길동이는 차별을 이겨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그나저나 이거 읽고 갑자기 이 책의 저자 허균의 누이였던 허난설헌의 삶이 궁금해지네요.
54. "3차 산업혁명“, 제러미 리프킨 저, 안진환 역, 민음사, 2012
제러미 리프킨의 책이 나오면 가급적 읽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0여 년 전 읽었던 “엔트로피”가 제 사고에 끼친 영향이 엄청 컸거든요.
어쨌건 이 책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은 이제 하향세에 접어들 수 밖 에 없기 때문에, 새로운 에너지 체제에 기반한 산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3차 산업혁명으로서 재생가능에너지와 인터넷 기술을 결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중앙 집중화된 위계적 방식으로 진행될 수 없으며, 바로 수평적이고 분산적인 협업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모든 지역에서 각 개인이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전 세계적으로 공유하게 된다는 것이죠.
뭐 꿈같은 먼 얘기로 들리기도 하지만, EU에서는 이미 분산형 재생에너지 산업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정책을 세우고 있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고 당장 실천에 옮길 만한 내용은 없어 보입니다만, 이러한 정책을 지지하는 정부에 대해 유권자로서의 지지를 보낼 수는 있겠지요?
55. "벨아미", 기 드 모파상 저, 윤진 역, 펭귄 클래식 코리아, 2011
와~ 이렇게 교훈적이지 못한 소설이 있다니요. ㅎㅎ
가진 것 없는 소설의 주인공 조르주 뒤루아는 잘생긴 외모 하나로 파리 사교계의 여인들을 정복하기 시작합니다.
한 귀족부인과 사랑이 시작되고, 자신의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만한(기자로써 자신을 키워줄 수 있는) 여성과 결혼하고, 부인의 정부가 죽으며 남긴 유산의 반을 자기가 가로채고, 신문사 사장의 부인을 유혹하여, 커리어를 더 높이고, 자기 부인의 불륜현장을 잡아 이혼하고, 어여쁜 사장 딸과 결혼을 합니다.
여기에 죄책감 같은 건 없습니다. 그리고 출세욕으로 똘똘 뭉친 타락한 인생에게 천벌 따위는 없단 말이죠!
그런데 말예요. 이런 결론이 사실은 더 현실에 가까울 거 같아요.
이런 삶을 안 살아봐서 잘 모르겠지만요.
하여튼 19세기 말 당시 파리사교계의 모습과 언론의 모습이 어떠했을 지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물론 소설은 단지 소설이겠지만, 뭐 100% 허구로만 만들어진 건 아닐 테니까요.
근데 이 이야기에서 제 관심을 가장 많이 끈 인물은 뒤루아가 아니라 그의 첫 번째 부인인 마들렌이라는 여성입니다.
원래 그녀는 뒤루아를 신문사와 사교계에 발을 들여놓게 해준 친구의 부인이었죠. 친구가 죽고 그녀와 결혼을 하는데, 사실 뒤루아의 승승장구하는 인생에는 그녀의 공이 가장 컸죠.
그런데 그녀가 희생의 아이콘이냐?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뒤루아가 그녀의 꼭두각시나 마찬가지였죠.
그녀는 자신이 기자가 되고 싶으나 여성이라는 한계 때문에 자신의 기사에 이름만 빌려 줄 남성이 필요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있지만 자유연애를 즐기고, 자기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아주 강한 여성입니다. 게다가 뒤루아에게서 버림 받을 때도 그 상황을 아주 쿨하게 받아들이고, 새롭고 젊은 기자를 구해 다시 그의 이름으로 기사를 쓰지요. 즉, 제2의 뒤루아를 키우는 셈입니다.
이 정도면 19세기가 아니라 21세기 여성이라고 해도 진취적인 여성에 속할 텐데 말예요.
하여튼 완전 재밌게 읽었습니다.
56. "Die Kunst des klaren Denkens", Rolf Dobelli, Hanser, 2011
책 제목을 한국말로 하면 “명확한 사고의 기술” 정도가 될 수 있겠네요.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미 한국말로 번역되어 “스마트한 생각들”이란 제목으로 나왔더라구요.
한동안 서점에 갈 때마다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 꽂혀있는데다, 삽화가 너무 맘에 들어서 구입했었습니다.
내용도 재밌어요.
우리가 흔하게 하고 있는 생각의 오류들을 52개나 열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확률에 대한 과신한다는 것, 5천만 명이 믿는다고 해서 바보 같은 말이 사실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 희소성 있는 물건에 집착하는 것, 좋아지기 전에 꼭 나빠진다는 속담, 권위에 지나치게 따르는 것, 지도가 없는 것보다는 틀린 지도라도 가지고 있으려는 것, 잘 생긴 사람은 다른 것도 잘 할 거라는 생각, 집단사고가 더 좋다는 생각, 사실보다는 이야기에 더 끌리는 경향, 나쁜 일은 또 자기에게만 걸린다는 생각 등등...
그런데 이런 구체적인 내용보다도 뒤에 저자의 후기를 읽다 무척 공감을 했는데요, 이 분 말인즉슨, 생각의 오류 없이 살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성적인 사고는 에너지 소비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아주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이성적인 결정을 하고, 사소한 일에 대해서는 직관적인 결정을 한다고 합니다.
사실 하루하루의 삶이 선택의 연속인데, 하루 종일 심사숙고 하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릴 수는 없겠죠. 저녁으로 김치찌개를 먹거나 된장찌개를 먹거나 무슨 큰 상관이 있겠어요?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머리 아파도 꼼꼼하게 사고해야한다는 거!!! 우리의 정신 에너지를 과감히 소비해야 한다는 거 잊지 말아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