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앞에서 가벼운 자문부터 무거운 고민까지매 챕터마다 많은 생각을 했다.책을 관통하는 음악이 하나 있다.베토벤의 현악 4중주 15번이다.(Beethoven / String Quartet op.15in a minor)나에게 저자의 베토벤 현악 4중주 15번 같은 음악은어떤 곡인가나에게 극복, 회복, 감사가 되는 음악은 무엇인가드보르자크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e minor op.22-2 tempo di valse?엘가의 첼로 협주곡 e minor op.85?조용필의 바람의 노래?이지수의 Danse Des Esprits?‘지옥 한가운데서 코로나 전장의 사투를 기록한증언문학’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책이지만얼얼한 맛의 증언문학보다 마음에 깊이 남고눈물 쏟게 했던 내용은 따로 있었다.어머니를 보내고 100일 후에아버지도 떠나보내야 했던 비통과 반성의 기록.부모님이 지금보다 더 연로했을 때병들어서 혼자만의 힘으로는더 이상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될 때내 생각과 말과 행동은 어떨 것인까?일단 아빠는 본인의 연명치료는 반대하신다.그리고 뇌사 시 장기기증 서명도이미 오래전에 하셨다.그런데 내가 부모님을 두고위와 같은 문제를 결정해야 할 때가 오면난 아빠의 뜻에 따를 수 있을까?당사자의 뜻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겠지만내 일이 될 땐 효도이자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그리고 진실과 하얀 거짓말 사이에 놓이면난 어떤 선택에 무게를 실을 것인가?피할 수 없는 일이다.필연적으로 맞이하고 수용해야 한다.빈자리의 주인은 나여야 한다.그분들 가슴에 대못 더 이상 못 박는다.다만 멎어가는 숨을 보는 내 마음은 어떨 것인가.서명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내 손은 얼마나 떨릴 것인가.마지막이 목전인 걸 내 손으로 인정할 때얼마나 눈물 젖은 문서가 될 것인가.맵기만 한 줄 알았더니사람의 심장과 폐부를 가장 깊은 곳까지 찌른다.‘증언문학’이라는 단어로 끝나는 소제목 뒤에단어 하나를 더 붙이고 싶다.‘증언문학, 그리고 모태’
‘상담을 받아야 하나’싶었을 때이 책을 제공받아 읽게 되었는데이 책 한권이 앞으로도 오랜 기간내 마음의 방향타가 될 것 같다.피가 되고 살이 되는 글귀들이 많았다.(평생이 질풍 노도의 시기인가요)본문 속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면서자신의 상처를 발견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나도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려 봐야겠다고용기를 갖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하지만 이들뿐만 아니라’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다들 상처 몇 개쯤은 갖고 있잖아요‘‘뭘 또 상담까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이 책이 꼭 읽어 봤으면 좋겠다.너무 많은 고통과 상처가 오히려 그들에게포기나 무감각에 묻히게 한 것일 수 있으니.상담센터도 다녀 봤고정신건강의학과도 다녀 봤지만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역시 사람 마음이란 걸여전히 매일 느끼며 살고 있다.내 마음인데 나조차 알다가도 모르겠다.어쩌면 내 마음을 돌아보고내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대화하는 건평생 벗어날 수 없는 종신 과제인가 보다.
이 책을 세 글자로 요약한다면바로 '절실함'이다.한때 벼랑 끝에 내몰렸던아니, 벼랑에서 여러 번 떨어졌던 저자들이어떻게 절실함을 품고 지금의 자리에 있는지혀를 내두르지 않고는 읽을 수 없는 책이다.'정말로 절실하면 이렇게까지 하는구나’'이 정도는 돼야 제대로 노력한 거구나‘라는 생각을거의 매 쪽수를 넘길 때마다 했다.팩폭들로 사람을 여러 번 넉다운시키는 책이다.대략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들이다.'결과가 안 좋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그건 네 사정.''당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건 세상.' 등은 기본이고마주치기만 해도 매운맛이 느껴지는얼얼한 말들이 많이 나온다.하지만 끊임없이 날아오는 훅의 끝에는격려와 응원, 따뜻한 시선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굉장히 얼얼하지만 그 이상으로 포근한 책이다.그래서 쓰라리고 많은 반성을 하게 되면서도기분이 우울하거나 회피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오히려 큰 동기부여가 됐고삶의 의지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었다.특히 이 순간더 이상 넘어질 힘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면큰 무력감 앞에서 숨만 쉬고 있다면이 책이 나에게 그랬던 것보다훨씬 더 큰 동기부여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선 표지가 인상적이고 마음에 든다.멈추지 않고 빠르게 회전하는 팽이의 모습이독자의 시선을 묘하게 사로잡는다.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의심하고그러면서 자신을 더욱 혹독하게 물아 붙이는완벽주의자의 불안한 내면 같다.팽이의 색깔이 진한 주황색인 것은점점 과열되다가 번아웃이 되기 직전에 이른완벽주의자의 고군분투를 생각나게 한다.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활동들을공책 없이도 바로 기록할 수 있도록 해둔 것도마음에 드는 구성이다.여백은 여백인데 치밀하게 짜인 여백 같은 느낌이다.또, 본문의 내용을 보자면자신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대하는 대신사랑과 너그러움으로 돌보자고 얘기하는과거를 용감하게 마주하자고 격려하는 말들을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그중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말은 ’자기 자비‘였다.‘자비’라는 말을 떠올리면늘 다른 사람, 다른 존재들을 향해 있었는데이 단어를 듣고 자비의 방향을처음으로 나에게 돌려서 비춰봤다.pg.63 여기서 자기 자비란 무슨 뜻일까?자기 자비의 핵심은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스스로 비난하기보다는 소중한 친구를 대하듯너그럽게 이해하고 돌보는 것이다.자기 자비는 부정적 자기 대화에 반대되는 개념으로긍정적인 감정을 형성한다.자기 자비를 잘 발휘하면자존감과 자기 신뢰가 높아지며내면의 비판자가 사라지므로결국 가면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