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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숙과의 대화 - 우주의 끝에 다다르려는 작곡가의 온평생
진은숙 지음, 이희경 엮음 / 을유문화사 / 2024년 10월
평점 :
우주의 끝과 입자를 오가는
살아 있는 고양이 진은숙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진은숙과의 대화>는 작곡가 진은숙의 인터뷰
5개를 모아 엮어서 집필한 책이다.
4개의 인터뷰에서는 그가 인터뷰이가 되지만
(김지수 기자, 토슈 커미션 마티아스 에센프라이스
음악가 원일, 음악학자 이희경)
3번재 장인 물리학자 김상욱과의 인터뷰에서는
진은숙이 인터뷰어로서 방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물리학 덕후’, ‘호기심꾸러기’의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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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한 편에서는 우주적이고, 한 편에서는 입자적이다.
5개의 인터뷰에서 진은숙은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온 우주로 뻗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 톨 한 톨 이렇게 작은 알갱이들이
또 어느 사람의 내면에 있을까‘ 싶은 모습들도 보여준다.
작곡가, 예술감독, 스승 등 음악가 진은숙뿐 아니라
물리학 덕후 진은숙, 엄마 진은숙, 아내 진은숙, 이방 출신 진은숙
학구파 진은숙, 노화와 외모에 신경 쓰는 아줌마 진은숙 등
‘인간’ 진은숙의 여러 모습과 가치관들이
때로는 궁중 한상차림처럼 때로는 파인 다이닝처럼
또, 잠옷 입고 우주를 두둥실 유영하듯이 펼쳐진다.
그래서 진은숙의 이미지가 점점 확장되는.느낌과
동시에 가장 촘촘한 곳까지 아주 나노(nano)스럽게
알갱이 솎아내듯 파고드는 느낌이 동시에 든다.
개인적으로는 ‘인간 진은숙’과 심리적 거리를 좁힌 덕에
그의 인생의 크지만 결국엔 한 부분이기도 한
‘진은숙의 음악 세계’를 더 알아가고 싶어졌다.
생각보다도 훨씬 매력 있고 배울 점 많은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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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그 못지않게 유명한 사람인
그의 언니와 남동생은 딱 한 차례 등장하는데
뭔가 무심하고 쿨하게, 또 스쳐 지나가듯 말하지만
한 구석에서는 혈육을 향한 따신 마음도 보였다.
그의 박학다식함과 지적 깊이에 연신 감탄하기도.
이제는 잘 알려진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실험이 있다.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을 비판하려는 목적으로
고양이 실험 이야기를 꺼낸 것이지만
사실 양자역학적으로는 충분이 생각할 수 있는 개념이고
결과적으로는 좋은 쪽으로든 안 그런 쪽으로든
양자역학 이야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일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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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속의 고양이는 실제로는 살았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의 상태일 수밖에 없지만
내 인지 체계 속의 진은숙이라는 사람은
활자와 사진이라는 시각적 자극에서 출발해
끝없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자유롭게 되풀이하며
또 하나의 진은숙, 나만의 진은숙이 되었다.
음악이 한 번 들리기 시작하면 나머지는
작곡가와 연주자를 떠나 듣는 사람의 몫이 되고
같은 작품도 누가 듣느냐에 따라 해석이 제각각이듯
책의 띠지에 적혀 있는 ’진은숙과의 만남‘도
누군가에게는 우주의 끝이 될 수도 있겠고
우주의 시작 혹은 하나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겠다.
읽다가 생각이 여러 갈래로 들면서 복잡해지거나
기분이 심각해지거나 감정이 요동치지는 않았다.
무식해서 용감하다고, 어쩌면 모르는 게 많은 처지여서
이 책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