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론 - 어떻게 마주 앉아 대화할 것인가
최재천 지음 / 김영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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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으로 유명한 최재천 교수는
한국 사회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난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숙론’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토의’나 ‘토론’이라는 말 대신
‘숙론’이라는 말을 제시한 이유와
그 의미를 찬찬히 짚어볼 수 있죠.

“여럿이 특정 문제에 대해 함께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하는 과정을 뜻하는 말로
개인적으로 숙론이 더 마음에 든다”

“숙론은 상대를 제압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나와 상대의 생각이 다른지 숙고해보고
자기 생각을 다듬으려고 하는 행위다.
서로 충분히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인식 수준을 공유 혹은
향상하려 노력하는 작업이다.“

”숙론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는 과정이다.“

*

그리고 숙론의 기본인 말과 글의 재료로써
‘기획 독서’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어요.

”나는 취미 독서보다
‘기획 독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독서가 진정한 독서다.
학창 시절 기회가 닿지 않아 배우지 못한
분석철학, 양자역학, 진화심리학 분야의 책들에
도전하는 기획을 세우고 공략해야
비로소 내 지식의 영토를 넓힐 수 있다.“

숙론 뿐만 아니라 소통이 부재한 원인으로
교육 현장의 여러 실태들을 지적하고도 있죠.

”대학의 문을 나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거의 모두 협업 현장에 던져지건만
학교 체제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철저하게 홀로서기만 배운다.“

우리나라 방송 토론 프로그램들도
그의 예리한 비판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얼마나 잘 대처하는가를 평가하는 게
목적인 듯 보이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혹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얼마나 공정하게
국정을 운영할지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임기응변에 능한 미꾸라지 혹은
기름장어를 뽑으려는 것인가? (…)
그건 예능 프로그램에서나 하는 짓이다.“

자신의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 시절과
제돌이 야생방류 시민위원회
이화여대에 세운 통섭원 등
숙론이 조직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들을 주는지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례들을 예시로 설명하면서
독자들을 자연스레 설득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에요.

또, 마냥 던져 놓고 휙 끝나는 책도 아닙니다.
바람직한 숙론을 이끄는 기술들을 설명하면서
사람 유형별로 또는 상황에 따라서
맞춤형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도 알려줘요.

“숙론을 이끄는 상황을
크게 ‘학교’와 ‘사회’ 2가지로 분류하며
상황과 참가자들을 고려한
맞춤형 숙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담이나 숙론의 목적은 참여하는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를 보다 많이 이끌어내
주어진 이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공감대를 넓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자면 참여자들이 자기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 여유를 마련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끝으로는 에필로그에서 우리 나라 정치 문화 또한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될 것이며
그 중심에 숙론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비춥니다.

”어떤 기준을 들이대도 당당한 선진국이 되었건만
여전히 후진성을 면하지 못한
단 한 분야가 바로 우리 정치다.
그러나 이걸 그대로 그냥 둘 우리 국민이 아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국민은 반드시 정치도
다른 모든 분야처럼 세계가 칭송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말리라 나는 확신한다.
그 변화의 한복판에 우리 모두 새로이 습득할
숙론의 힘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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