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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커처 ㅣ 창비청소년문학 140
단요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 사회 속 사람들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배경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때문에 사람들끼리 부대껴 살아가다 보면 충돌이 일어난다. 그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자 가면을 쓴다. 가면이 하나, 둘, 셋, 넷 ... 점점 늘어나다보면 가면 너머의 내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나조차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가면을 다 벗는다해도 '그래 너였구나. 고생 많았겠다' 하며 반겨줄 이들이 있긴 할 지 의문도 든다. 더 나아가선 가면으로만 생활하는 나 자신이 솔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갑갑해진다.
내 과거를 되돌아보면 <캐리커처> 주인공인 주현이의 나이 때 제일 열심히 그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성장할 수록 뚜렷해지는 주관과 점점 커지는 자신의 세계에 반해 기존의 세계와 충돌하며 나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가면을 썼다. 스리랑카 출신 어머니의 밑에서 자란 주현이는 아마 더 일찍이 충돌을 느끼고 고민을 시작했을 것이다. 주현이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 했던 승윤의 말도 하나하나가 다 가슴 쪽으로 쿡쿡 찔려들어왔다. 직접적으로 주현이에게 질타를 하거나 듣기 싫은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상황과 맥락이 그를 아니꼽게 본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런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질 않아서, 호주로 유학을 간다던 승윤이는 고등학교가 되어 재차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주현이는 세상과 충돌을 막기 위해 가면을 쓰는 대신 주변을 살펴본다. 미리 가면을 쓰기 시작한 노아와 요한, 조별과제로 스리랑카 내전을 다룬 책을 소개하며 겪은 일들과 예상치 못한 좋은 반응 그리고 선생님이 써주신 생기부... 거기에 친구들은 자신이 소개한 스리랑카의 반군 사령관에서 영감을 받은 것인지 주현이를 사령관, 반군이라 부른다. 이렇게 전개되는 모든 일들은 면전에 대고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들지 않는다. 한 구석만 찝찝하게 남아있다가, 이런 고민을 하는 내가 이상한건가? 라는 생각마저 하게 만든다. 그 상황이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제3자의 눈으로 상황을 보는 나마저도 분위기에 휩쓸리는 기분이었다.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얼기설기 메꾼 조각들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책 속에서는 스리랑카 출신 어머니 아래에서 큰 주현이를 명확한 화자로 두고 있고 다루고 있는 문제 역시도 명확하다. 이민 1세대와 2세대를 타자화하는 움직임, 그리고 그 프레임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이들. 이런 문제를 대담하게 짚어낸 부분도 좋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주현이도 마냥 문제를 겪고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 성깔도 부리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지키는 모습이 참 좋았다.
뉴스를 보다보면 한국 사회는 피해자들은 '피해자 다울 것, 불쌍한 사람들은 불쌍할 것'
이라는 명제를 규정하고 이를 어기면 아니꼽게 본다. 그래서 당사자들을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미워하고 두려워하는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작가의 말이 더 마음에 와닿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캐리커처>의 6장은 클라이막스라 생각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오는 대사들과 주현이의 생각 모든 부분에 밑줄을 치고 싶었다.
대개 여러 조각으로 이루어진 나라던가, 여러 겹의 가면을 쓴 아이들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자신만의 솔직한 모습을 보이고, 찾아야한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곤 했다. <캐리커처>는 이와 다르게 그렇게 얼기설기 엮인 모습이라 하더라도 그 또한 나이며 무엇 하나 장담할 수 없는 세상에서 솔직하지 못한 것이 나쁜 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책을 읽고 나서도 여운에 푹 잠겼다. 우리 세대 이후로는 배경부터가 다른 이들이 많아질테고, 그로 인해 각자가 감당할 조각들의 모양과 양도 다를 것이다. 모순과 보기 좋은 말만 넘치는 이 세상속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동시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 책이 선물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