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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우주가 들린다면 ㅣ 창비청소년문학 139
최양선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너의 우주가 들리면>을 읽는 내내 ‘마음이 자란다’는 표현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새삼 다시 생각해보면 귀여운 표현같다. 자란다는 것은 성장의 의미로도 보인다. 성장에는 양분이 필요하고, 마음의 양분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내고 있을 것이다. 바꿔서 말하면 마음을 어떤 모양으로 피워낼지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는 자는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책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몸에 달라붙어 있는 미지의 존재, 픽싱을 보는 수온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어릴 적 이사 온 호수마을의 국수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수온은 평범한, 아니 픽싱을 보기도 하는 아이이다. 어느날 자신이 이사오기 전 살았던 동네에서 온 주문을 받는다. 주문 속 주소는 낯이 익어서,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배달을 간다. 그곳에서 어색하게 연락이 끊겨버린 친구 ‘다미’를 만난다. 다미는 어딘지 모르게 수온이 알고 있던 모습과 달랐다. 그리고 다미의 어머니는 왜인지 모르게 수온을 멀리하고 싶은 눈치다.
반대로 수온에게 수상한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생겼다. 수온이 남에게 관심이 없어보였기 때문에 같이 수행평가를 하고 싶었다는 도경. 미심쩍은 시작이었으나 수행평가 준비는 순조롭다.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던 중, 도경은 자신이 평소 보던 우주에 대해서, 수온은 책 속 자신의 눈길을 가로챈 ‘도플갱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온은 도경에게 이끌림을 느끼고, 어느 날 도경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고백한다.
계속해서 마음에 찝찝함을 남기는 다미와 새로운 파동을 자아낸 도경과의 관계에서 수온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픽싱이라는 존재가 조금은 생경하게 느껴지다가도 등장인물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형태를 지닌 ‘픽싱’이 내 어깨, 등 혹은 뒷통수에 달라붙은 기분이었다. 가끔씩 그럴 때가 있다.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용량을 벗어나서 아슬아슬하게 넘친 기분. 좋은 감정이라면 다행이지만 나쁜 감정일 때는 나 자신도, 주변 사람들도 상처를 입혔다.
그리고 내 픽싱이 가장 많이 울령거렸을 때는 아마도 중고등학교 시절이었을 거다
수온이는 대학생인 내가 봐도 대견한 아이다. 그리고 다미는 아마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공감할 만큼, 상황과 책임에 압도되어 있다. 모순적이게도 그런 상황을 다미를 무책임하게, 친구에게 곤란을 떠넘기는 아이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수온이는 다미에게 손을 뻗었다. 도경이 옛 친구 은표에게 손을 뻗은 것처럼. 그 용기가 너무나도 대단해보였다. 단순하고 쉬워보이지만 그 누구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그 행동에 가슴이 아렸다.
아마도 픽싱은 어렸을 때 뿐만 아니라 내 마음이 좌절될 때, 그간 쌓아온 것들이 무너질 때 종종 나타날 것 같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이 이야기를 떠올리고 싶다. 우리의 마음이 다 품지 못해서 나온 픽싱이 있음을, 우리의 마음은 우주까지도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