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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물리 공부 -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필수 물리 개념 그림으로 과학하기
커트 베이커 지음, 고호관 옮김 / 윌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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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오랜만에 대학 같은 학과 친구인 MK와 만나 '요즘 재미있어하는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MK는 나에게 요즘 본 물리학 관련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주가 얼마나 신기한지, 상대성 이론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말했다. 나란히 걷다가 고개를 들어(그녀는 나보다 키가 훨씬 크다.) MK의 눈을 봤는데 진심으로 이 주제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반짝반짝 빛났다. 반면 나의 눈은 생기를 잃어가는 중이었다. 평생 문과였고 과학은 고통이었던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어려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생기를 잃어가는 중인 나를 발견한 MK는 그 뒤로 나를 위해 상대성 이론, 인터스텔라 등 차분하게 설명해 줬으나... 내가 그녀를 위해 이해한 척하고 그날의 물리 토크는 끝이 났다.

그 이후 도대체 물리학이 얼마나 흥미롭길래 MK는 그런 표정을 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먼저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밤에 책상에 앉아 모르는 단어는 검색까지 하며 완독은 했지만... 사랑까지는 못하고 'ㅅ(시옷)' 정도까지 도달한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같은 출판사인 윌북에서 출간 예정인(서평단 신청 당시) <태어난 김에 물리공부>라는 책을 보고 그래.. 나 같은 과학 문외한에게는 이 책부터 읽는 게 맞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 좋게 선정된 서평단 활동을 통해 이 책을 읽은 평생 문과인(고등학생 때 과학시간에 마취총 맞은 것처럼 졸아서 선생님께 혼났던 사람...)의 후기를 생생하게 남겨보려고 한다!

책 서문에 '곽재식 교수님'의 추천사가 있는데 거기서부터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학교에서 억지로 과학을 가르칠 때는 '아 이거 나중에 커서 어디 써먹으려고 지금 꾸역꾸역 배우고 있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아 난 절대 과학이랑 관련 없는 일 하고 살아야지.'라고 다짐했었다. 그렇지만 요즘 세상의 과학 없이 돌아가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다가가기가 너무 어려웠었다. 서문부터 이런 점을 공감해 주시니... 더욱 책을 몰입하여 물리학과 친해져보리라 다짐했다.

<태어난 김에 물리공부>의 챕터는 총 13개이다.

1. 힘 / 2. 직선운동 / 3. 회전운동/ 4. 보존 법칙/ 5. 전기/6. 장과 힘/7. 전자기학/8. 파동/9. 광학/10. 열역학/11. 유체/12. 현대물리학/13. 천체물리학

사실 과학 공부를 하면서 가장 막막했던 부분은 활자로만 설명된 글을 읽으며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를 상상해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전기회로(네? 전기의 흐름을 생각해 보라고요?), 엔트로피(아니 엔트로피가 도대체 뭘까요..? 질서요? 높고 낮음이 있어요?) 등..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어려움을 그림으로 해소시켜준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느낌이랄까.. 아하모먼트의 연속이다. 아, 이게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엔트로피가 높은 것은 무질서함을 의미하고, 고체처럼 질서도가 높은 상태일 때는 엔트로피가 낮은 거구나! 그림으로 이해하니 정말 훨씬 수월했다.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 과학의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기분이었다.

또 이 책의 좋았던 부분은 각 챕터의 마지막마다 '다시보기'파트가 있다는 점이다. 각 챕터의 중요 개념을 '다시보기'에서 한눈에 보고 넘어갈 수 있어서 더 오래 기억에 머무를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이 책은 나처럼 과학에 다가가고 싶지만, 기본 개념이 부족해서... 과학이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아무리 좋은 과학 관련 도서를 읽어도 기본 개념이 없으면 쉽지 않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 책으로 먼저 기본기를 탄탄하게 한 후 좀 더 심도 있는 과학 책을 읽기를 권유하고 싶다.
그리고 급작스럽게 심도 있는 과학의 세계가 펼쳐지는 고등학생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 같다. 수업과 병행해서 친절한 그림과 함께 한다면 더 이해가 쑥쑥 되지 않을까?

<태어난 김에 물리공부> 외에도 시리즈로 <태어난 김에 화학공부>와 <태어난 김에 생물 공부>가 있다. 이 책도 이번 여름 안에 꼭 읽어보고 싶다.

- 그래서 나는 이제 인터스텔라에 나온 상대성 이론은 모두 이해했는가?
물론이다. 이제 간단하게 설명도 할 수 있다. 후후.

- 이제 다시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를 읽어볼 시간이다. 기본 개념을 튼튼하게 했으니 <태어난 김에 물리공부>와 함께 읽는다면 이제 정말 물리학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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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름에게 에세이&
최지은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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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옷을 정리하고 얇고 시원한 여름 옷을 행거에 정리했다. 늦은 저녁 수영을 가는 길에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휘적거리며 밤거리를 걷는데 서늘한 느낌보다 아직 식지 않은 아스팔트에 열기가 먼저 전해졌다. '이제 정말 여름이 시작되었다.'라는 느낌이 드는 이 시기에 최지은 작가님의 '우리의 여름에게'라는 에세이를 만나게 되었다.

평소 문학을 가장 선호하는지라 에세이를 읽기 전 고민이 많았는데 어라, 첫 번째 글인 '자랑 같지만,'을 읽고 바로 눈물이 나왔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끼니 걱정을 하던 시기, 어린 시절의 작가님은 어느 날 할머니가 점심으로 드시던 오이지 반찬으로 밥 한 공기를 맛있게 먹었고, 그 이후로 할머님은 매 끼니 오이지를 챙겨주셨다. 어느 날 밤 작가님이 자다 깬 새벽 할머니가 온몸에 화상을 입은 모습을 보게 된다. 알고 보니 작가님에게 먹일 오이지를 만들다가 그만 끓인 소금물을 쏟으며 사고가 난 것이었다.

그때 할머니는 하나의 커다란 물방울 같았습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아주 커다란 물방울. 곧 무슨 일이든 일어날 것만 같이 커다란 무언가가 눈앞에 있었어요.
13쪽, '자랑 같지만,'

그날 물집이 잡힌 할머님의 모습을 마주한 어린 작가님의 그 순간, 무겁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 집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뛰어가며 조마조마한 마음, 수업이 끝난 후 커다란 물방울 같은 할머니를 생각하며 병원으로 향하는 발걸음, 작가님을 생각하는 할머니의 마음.. 모든 것이 뒤섞여서 눈물이 났다.

그렇지만 작가님은 이 순간을 아픔으로만 기억하지 않는다. 아픔과 함께 '깊은 사랑'이 있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그렇기에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사랑을 받은 '내'가 이제는 이 깊은 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생각한다.

사실 에세이는 내가 실제로 대면하지 않은 누군가의 내밀한 부분을 읽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에세이보다 문학을 선호하는 면이 있었는데, 작가님의 가슴 아프지만 마음이 충만해지는 고백의 첫 글을 읽고 나니 마음의 빗장이 열리고 다음 글들을 더 마음 깊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은 다음날 사내식당에 가서 반찬을 확인하는데 운명처럼 오이지무침이 반찬으로 나왔다. 혼자 울컥하면서... '오이지가 참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에요, 그렇죠?'라고 같이 식사하러 간 동료들에게 말했다. )

이 에세이는 작가님의 어린 시절과 꼭 붙어있다. 성인이 된 작가님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며 풀어내는 부분이 많다. 작가님의 어린 시절의 경험을 읽으며 나의 비슷한 어린 시절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었다.

종이접기, 노래만들기, 인형 놀이, 끝말잇기, 빙고, 레고만큼 내가 좋아하는 놀이는 흙과 풀과 바람과 물방울을 관찰하는 일이었다. 그때 수집한 기쁨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외롭고 지칠 때마다 나를 달랜다. 어린 내가 모아놓은 기쁨을 지금 나에게 빌려준다.

156쪽, '계수나무 숲'

작가님이 풀어낸 사랑의 순간들을 읽으면서 감탄했다. 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겠다. 내 안에도 이런 사랑이 분명 머무르고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와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저항 없이 눈물이 고였다.

할머니가 내게 남기고 간 재료는 여기저기 잘 쓰이도록 이래저래 알맞다. 할머니는 누구로부터 이렇게 유용한 재료를 받았을까. 하나하나 받고, 차곡차곡 모아두었을 할머니의 시간을 그려본다. 그런 생각을 할 때면 아주 멀리서, 아주 오래전부터 나를 향해 달려오는 사랑이 느껴진다.

60쪽, '그리될 거라는 믿음'

무엇보다 작가님이 중간중간 던지는 질문에 또 내 안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당신의 여름 과일이 궁금합니다.'를 읽고는 작가님과 나의 여름 과일이 같아서 반가웠다. 나도 올해 몇 년 만에 가족들과 모여 그 과일을 먹었는데 과일이 맛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나중에 몇 해의 여름이 지나도 떠올릴 추억이 되었다. 작가님의 여름 과일과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는 것으로...

가슴 찡함에 눈물이 났다가, 또 마음이 따스함과 보드라움으로 차올라서 한없이 미소 지어졌다가... 내 안의 어린이를 마주하고 대화하고 싶은 어른들에게 추천한다. 책 제목처럼 여름밤에 스탠드를 켜놓고 냉침차와 함께 읽기 좋은 <<여름의 우리에게>>를 추천한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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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보이 - 전면개정판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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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내 인생에 있어서 죽음과 관련한 첫 번째 기억은 19살에서 20살로 넘어가는 겨울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이다. 당시 수능을 망치고 재수를 시작해서 우울감과 패배감에 어디도 나가지 않고(졸업식도 안 갔다.) 집-구립도서관만 죽은 듯이 왔다 갔다 했었다. 그날도 도서관 열람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엄마에게 문자가 왔다. '급한 일이니까 문자 확인하면 바로 전화 줘.' 불안한 마음에 열람실에서 나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 아빠가 도서관으로 데리러 갈 거야. 짐 챙겨서 20분 뒤까지 정문으로 와. '
집으로 돌아와 엉엉 울면서 씻고 짐을 싸서 도착한 장례식장은 난생처음 겪어보는 분위기와 환경이었다. 조문 와주시는 분들, 상조 직원분들, 장례 비용 정산을 위한 절차... 아직 어른으로 넘어가지 못한 내가 어른의 세계를 본 기분에 더해 앞으로 평생 할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믿을 수 없는 현실... 이런 복잡한 마음으로 할아버지와 작별할 시간도 없이 그렇게 이별했다.

그래서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와 열다섯 손녀의 아주 특별한 이별여행'이라는 책 소개 글에 호기심이 들었다. 할아버지와 손녀의 이별 여행이 어떻게 흘러갈까. 이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 나와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1. 작가 및 작품 소개​

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카네기 메달을 수상한 작품이다. 읽기 전에 기대감이 한껏 상승했다.

+) 내가 아는 그 철강왕 카네기가 이 카네기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맞았다. 카네기는 영미권에 2800여 개의 도서관을 지으며 도서관 보급에 크게 공헌했고, 이를 기리기 위해 영국도서관협회가 카네기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카네기 상을 설립했다고 한다. 현재는 영국도서관협회 사서들이 모여 그 해 영국에서 출간된 어린이, 청소년 도서 중 가장 훌륭한 작품에게 이 상을 수여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카네기상)

작가인 팀 보울러는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학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리버보이 외에도 별빛 칸타빌레, 스쿼시 등의 작품을 통해 꿈, 사랑, 가족애, 우정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환성적인 미스터리와 혼합하여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리버보이에서도 신비로운 존재인 리버보이가 소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생각하며 읽으면 이 책이 주는 의미가 더 와닿으리라고 생각한다.

2. 줄거리 및 후기

* 수영을 사랑하는 제스는 수영만큼 사랑하는 예술가 할아버지와 함께 성장했다. 언제나처럼 자신의 수영하는 모습을 봐주던 할아버지가 쓰러지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할아버지를 염려하는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는 조기 퇴원 후 원래 계획되었던 당신의 고향으로 여름휴가를 강행한다.

도시와는 다른 조용한 숲속의 별장. 그곳에서 할아버지는 온 힘을 쏟아 마지막 그림 작품을 완성하고자 한다. 나날이 쇠약해지는 할아버지를 보며 마음 아파하는 제스와 가족들. 그럴 때마다 제스는 별장 옆을 흐르는 강을 바라보고, 또 수영하며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그 강 어딘가에서 제스는 자신만큼 뛰어난 수영 실력을 가진 미지의 리버보이를 보게 된다. 신비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리버보이와의 만남이 머릿속을 꽉 채운 어느 날 할아버지의 상태는 더욱 악화되고 답답한 마음에 강으로 뛰어든 제스는 멀리서만 보았던 리버보이와 대면하여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 슬프지만 당연하게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죽음과 이별을 맞닥뜨리고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들이 온다. 그 순간 충분히 슬퍼하고 표현하고 또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삶을 걸어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제스와 할아버지의 여행으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마치 강물의 일생처럼 인생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지만 우리는 결국 그 순간을 넘어서 또 다음으로 흘러갈 수 있다. 잊지 말고 살아가야지.

성인인 나도 환갑이 넘은 부모님의 죽음을 생각하면 잘 그려지지 않는다. 나의 죽음은 더욱 그려지지 않고... 그런 의미에서 15살인 제스가 할아버지의 인생을 받아들이고 이별을 통해 내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기특하게 다가왔다.

'나와 할아버지의 이별에도 이런 과정이 있었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했다. 내 인생의 마무리도 제스의 할아버지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작별하며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제스의 할아버지를 보면서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에 있어서 노년기의 발달과업인 자아통합이 떠올랐다. )

출퇴근길 버스에서 읽으며 소설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눈물이 흘렀다. 슬퍼서도 있지만 앞서 말했던 제스의 성장이 기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포가 될까 봐 자세히 말하지는 못하지만) 엔딩 장면에서 제스의 인생을 바라보는 단단함과 가족 간의 믿음, 사랑이 오롯이 느껴졌다. 제스는 이 여행에서 얻은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잘 가꾸어나가는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3. 공유해보기​

공유하고 싶은 구절 중 스포일러를 피할 수 있는 몇 구절을 적어본다.

할아버지는 이제 짐을 벗어 버린 듯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마치 미래가 계속 존재하는 양 앞으로의 이야기를 펼쳤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제스 역시 희망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그래, 어쩌면 할아버지는 이 모든 것을 극복해 내실 지도 몰라.

p197

책을 읽으며 제스가 건강이 악화된 할아버지와 변화된 가족의 역할 등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성숙하다고 느껴졌다. 위의 구절을 그런 제스가 오랜만에 10대 청소년, 아이 같다고 느껴진 부분. 할아버지의 상태가 악화되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기적을 바라는 모습이 아이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다시 생각해 보니 어른들도 객관적인 판단으로 결과가 예측되는 상황에서도 기적을 바라기도 하니,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어린아이의 면모를 품고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 자기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 모든 것에서 안식을 찾아."

p206

리버보이가 주는 인생의 지혜. 흔히 '인생은 흘러가는 강과 같다.'라고 말한다. 그럼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또 인생의 마무리인 죽음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리버보이는 강의 일생을 통해 제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가족이나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은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죽음이 무엇인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장난스럽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도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할지 난감했었다. 성인인 나도 인생과 죽음이란 누군가에게 설명하긴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리버보이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장거리 수영을 할 때는 기술 못지않게 의지도 중요한 법이다. 제스는 탁월한 기술과 굳은 의지 그 두 가지를 모두 지니고 있었다. 단지 커다란 도전이 필요할 분이었다. 의지를 다지고 스스로를 시험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언젠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19,20p

제스는 다시 수영에 집중했다. 아직 남은 힘이 있다고 스스로를 달래며 계속해서 자신을 몰아갔다. 이제는 몸의 모든 부분이 저려왔다. 팔과 다리, 어깨, 심지어 생각까지도 제스에게 제발 그만두라고 애원하는 듯했다.

p227

15살 아이인 제스가 자신에게 주어진, 어쩌면 스스로 주어진 과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와닿았다. 제스의 끈기와 용기, 그리고 제스의 할아버지, 엄마, 아빠의 사랑으로 말미암은 믿음이 그 여정을 이끌어갈 힘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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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 공감부터 설득까지, 진심을 전하는 표현의 기술
정문정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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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으로 여러 사람에게(물론 나에게도) 공감을 이끌어 낸 정문정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읽을 때는 학생이었던 내가 직장인이 되어 작가님의 신작을 읽으니 고개를 절로 끄덕이며 책에 더 몰입하게 되었다.


​책을 한 줄로 요약한자면,

"공적 ·사적 말하기와 글쓰기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꼭 필요했던 방법을 알려주는 책" 이다.


학생, 직장인 등 가지고 있는 역할에 상관없이 우리는 늘 누군가와 말하고, 누군가와 텍스트로 소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라도 이 책을 읽으면 반드시 사람을 상대하고 내 의견을 전달하는데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직장에서 어떻게 세련되게 말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라고 생각했지만 초기의 목적에 더해 직장 외 영역에서 말하고 글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오늘 작성하는 이 서평도 작가님의 조언에 따라 초고를 한 번에 작성하고 다음날 한번 검토 및 수정 후 올렸다.) 지인에게 말을 할 때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진실한 위로와 공감은 어떻게 시작하는지, 내 의견을 전달하는 글쓰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글쓰기와 말하기 모두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그동안 읽었던 책 중에는 이상적인 이야기만을 하고 끝~을 내서 음…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책은 그러지 않았다. 작가님께서 때로는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로, 때로는 명백한 근거로 우리에게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다정하게 그 길을 알려준다. 챕터 사이사에 있는 TIP에서도 다정함을 느낄 수 있다. 내가 구현하고 싶은 말 하기와 글쓰기를 할 수 있게 시작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느낌이랄까. 신경 써서 노력한다면 내 삶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책을 읽으면서 기억하고 싶은 부분은 정말 많지만, 직장에서 바로 써야겠다고 다짐한 부분 세 부분을 공유한다.


#1. "겸양이 지나치면 자신감 없어 보여요. 굳이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마세요. 앞으로는 생각해 보고 정말 죄송할 때만 죄송하다고 하세요." 114p


#2. '~인 것 같아요'라는 표현은 대학에 입학한 뒤부터 쓰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자기 생각을 너무 세게 말하는 듯해 걱정될 때, 적당히 말랑해 보이는 언어 쿠션을 끼워 넣는 것이죠.

…이런 언어 습관은 결국 자기도 모르는 사이 회피적 성향을 키우는 데 일조하는 듯 보였습니다. 129p


#3.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서 어떤 말을 일단 쏟아내고 싶을 때, 대응하는 템플릿을 여러 개 만들어두고 상황에 맞게 내용을 채워보기를 추천합니다. 171p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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