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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 포비아 - 러시아 혐오의 국제정치와 서구의 위선
기 메탕 지음, 김창진.강성희 옮김 / 가을의아침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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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상식적인 질문들은 어떻게 봉쇄되었나?


최근 뜨거운 국제 이슈가 ‘우크라이나 사태’다. 

평상시에는 큰 관심도 없었는데, 전쟁으로까지 치달은 최근의 사태를 보면서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해야 할지 우리 사회 안에서도 고민과 논의가 분분하다. 


좀 더 폭넓은 국제정치의 시야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조망하고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루소포비아: 러시아 혐오의 국제정치와 서구의 위선』이라는 책이다. 저자인 기 메탕은 스위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정치활동가로, 스위스 언론 ‘제네바 트리뷴’지의 편집장과 대표를 역임했다. 1996년부터는 스위스 프레스클럽 이사를, 2005년부터는 스위스-러시아 및 CIS(독립국가연합) 국가 상공회의소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으나, ‘루소포비아(Russophobia)’란 용어는 이미 유럽에서는 널리 사용되는 말이라고 한다. 

‘루소’가 러시아를 지칭하는 말이니, ‘러시아 혐오증 또는 공포증’으로 번역될 수 있는데, 러시아라는 국가와 러시아인 일반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말한다. 러시아라는 국가 체제와 대외정책의 어떤 특성을 과장하거나 왜곡해서 마치 그것들이 원래부터 러시아인들의 열등한 민족성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규정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이 ‘루소포비아’는 그간 서구사회에서 러시아라는 강력한 상대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묶어 놓고 그 행동의 정당성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드는 선전도구의 기본 틀로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하여 ‘오랫동안의 직업적·개인적 경험과 2014년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반응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오랜 기간 언론인으로 종사해오면서 특히 러시아에 대해서만 도무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던 서구사회의 편견과 판단에 대해 큰 의문과 문제의식을 가져왔다고 한다.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솔제니친’에 대한 태도였다고 회고한다. 

모두 잘 아시다시피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수용소 군도』로 유명한 작가인데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바 있다. 서구사회는 그의 책을 연이어 출판하고 칭송하고 반소비에트 운동의 지도자로까지 찬양했다. 솔제니친이 자신의 조국, 공산주의 러시아를 비판하는 딱 그 순간까지만 말이다. 그러나 솔제니친은 미국으로 망명한 후, 서구사회의 일반적인 기대처럼 ‘반공주의 전선’의 투사로 활동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 옐친 시절 대혼란의 격변기 속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배신한 ‘서구주의자들’과 ‘다원주의적 자유주의자’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서구사회는 솔제니친을 ‘정신 나간 노인네’ 취급을 했다. 저자가 보기에 입장이 돌변한 것은 솔제니친이 아니라 그를 대하는 서구사회였기에, 이런 모습에 ‘경악스러웠다’고 말한다. 


2013년 우크라이나의 마이단 광장에서는 폭동이 일어나 쿠데타로 발전하고 결국 내전으로 이어졌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시기로부터 잉태되었던 셈인데, 저자가 이 책을 쓰기로 최종 결심한 것도 바로 이때다. 서구 언론이 집단적으로 보였던 ‘러시아 히스테리 증세’, 러시아의 모든 주장은 ‘선동’으로 치부하며 오직 그에 대한 서구사회의 비난만을 합리화하는 이른바 ‘기소 저널리즘’에 직면하여 저자는 이 역겨운 상황에 답변하기로 마음을 굳힌다. 


멀리는 중세 동방교회와 서방교회의 분리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루소포비아는 근대에 들어와 러시아제국이 나폴레옹의 침략을 물리치고 유럽의 강대국으로 떠오른 19세기에 특별히 강화되었다. 그리고 1917년 10월 혁명 이후 서구의 대중매체와 정치 언어에서 러시아를 대신한 소련은 ‘악의 제국’으로 표상되기에 이른다. 


‘루소포비아’는 우리 근대사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19세기 말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남하 저지라는 공통 목표를 가진 영국·중국·일본의 합동 선동을 통해 한반도에서도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1880년 일본에 갔던 김홍집이 청나라 외교관 황준헌으로부터 『조선책략』이라는 책자를 받아다 조선 궁중으로 가져갔는데, 그 책략의 핵심이 ‘친중결일연미거아(親中結日聯美去俄)’였다. 마지막 단어 '거아'는 러시아를 제거하자는 말이다. 당시 서구 열강 중에서도 러시아는 한반도와 동북아에 가장 관심이 약한 편에 속했는데도 말이다. 그로부터 현재 ‘루소포비아’가 한국 사회의 언론계와 학계, 정계, 그리고 외교·안보 부문의 정책결정자들에게까지 깊숙이 스며들어 있음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루소포비아’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서도 다음의 상식적인 의문점들을 모두 봉쇄해버린다. 

- 러시아의 팽창주의는 역사적인 사실이다. 그러면 유럽의 팽창주의는 사실이 아니던가? 최근 몇 년 동안 누가 더 넓게 확장했는가, 유럽연합인가 아니면 러시아인가? 나토인가 러시아인가?

- 러시아는 이미 동유럽에서 서방에 위협을 가하고 있던 핵미사일이나 탱크를 제거하지 않았던가? 러시아는 베를린에서 2,000km 떨어진 곳으로 군대를 후퇴시켰는데 반해, 같은 시기 미국은 거꾸로 폴란드, 체코, 발트해 연안 국가들에 군대를 파견하고 터키의 로켓과 세계 곳곳의 해군기지를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 미국의 군사비는 냉전 이후 25년 동안 오히려 몇 배 더 증가하지 않았던가? 두 진영 중에 군비를 확장하면서 1년에 5천억 달러를 쓰고 있는 쪽은 어디인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의 유일한 목적은 러시아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 러시아를 꼭 증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확신시키는 것이다. 이 책은 절대로 서구에 반대하는 감정을 부추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이 역사적으로 전해 내려온 편견의 무게를 보여줌과 동시에 서구를 안으로부터 갉아먹어 자신의 많은 부분을 잃게 만든 천년에 걸친 반목, 그 감추어진 전쟁을 멈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목표는 달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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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 - 동네 주치의의 명랑 뭉클 에세이
추혜인 지음 / 심플라이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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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
- 추혜인 / 심플라이프(2020)

따뜻하고 따뜻하고
뭉클하고 명랑하고 멋진 책이다.^^
의사로서 의료행위의 고민을 들어볼 수도 있고
일반 개업의가 아니라 협동조합 의사가
지역에서 어떻게 실제로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로부터
우리 동네에서도 이게 가능할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매편 흥미진진하고 재밌고 배움 가득한
에피소드들을 읽어가다가
무릎을 탁 치면서
제목 한 번 잘 지었다 싶었다.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읽다 보면
'그냥 좋은 의사의 이야기인데 왜 굳이 페미니즘일까?'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게 바로 '페미니즘'이다....^^ㅋㅋㅋ
그리고, 그래서 바로 '페미니즘'이다.ㅎ

의료협동조합에 꽂히고, 페미니즘(여성주의)에 꽂힌 저자의 말!
"여성주의적으로 운영되는 병원을 의료협동조합이라는 방식을 통해서라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
여성주의 의료기관은 여성들만 진료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성별, 성별 정체성, 직업, 계급, 인종, 나이, 학력 등에 관계없이 차별 없이 진료받을 수 있는 곳이다.
진료실 안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지식 차이로 인한 권력 차이가 생기지 않게, 환자가 자신의 몸에 대한 충분한 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의사가 적절한 조언자이자 동료로 관계를 맺는 곳이다.
여성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고통을 호소할 때 무시당하지 않는 곳이다. 직원들도 누구나 존중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이다."

근데 왜 이게 페미니즘이냐구?
ㅎㅎ 응! 이런 게 페미니즘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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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백년의 문턱에 서서 - 이석기 옥중수상록
이석기 지음 / 민중의소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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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기의 문턱에 서서> 감상 1편. 

- 이석기 옥중수상록 


1. 어렵지 않은 말로 쉽게! 


SNS에 책을 읽었다는 사람들의 글이 올라온다. 대부분 공통적인 것은 '단숨에 읽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석기 의원의 목소리를 오랫동안 기다려왔기 때문에, 거기에 성탄절 전후나 되어야 나온다던 책이, 생각보다 더 일찍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도 그랬을 터이지만. 사실, 술술 읽힐 수 있도록 어렵지 않은 말로 쉽게 쓰여지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리라. 

딱 나도 그랬다. '오늘 중 배송'이란 문자를 보고 얼른 가서 보고 싶었으나, 저녁 약속도 있었고, 게다가 술도 가볍지 않게 했다. 그럼에도 '단숨에' 읽었다. 오히려 책을 읽는 동안 서서히 알콜기가 사라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오해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른바 '진보'는 어려운 말 하는 사람들 아니냐고. 이 책은 그런 편견을 여지없이 박살내준다. 

그래서였다. 모두 1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한 장을 지나칠 때마다 핸드폰을 꺼내 주변 사람들에게 '한번 읽어보시라'고 문자를, 톡을 부지런히 남겼다. 이미 시간은 밤 11시를 넘기고 있었지만 상관없이.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고, '진보의 고민'에 대해 함께 나누고 싶은 욕심이 마구 솟구쳤기 때문이다. 


2. 결코 가볍지 않은 그 무게감과 성찰의 깊이!


참으로 쉬운 말로 씌여졌다고 했으나, 그렇다고 내용이 가볍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그 정반대라고 할 수 있겠다. 

햇수로 무려 8년째, 이제 곧 9년째 독방생활을 하고 있는 이석기 의원은 현재 자신의 처지로부터 시작하여('어디서나 주인이 되라') 담담히 본인은 어떤 사람인지를 풀어놓는다.('강을 건너면 배는 버려야 한다', '우리는 모두 민주주의자다') 

이어서 바로 한국정치의 현실('거대 양당체제를 벗어나려면')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흔들리는 동북아에서의 전후 체제')를 일별한 후, '우리는 지난날의 우리가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미래를 내다볼 주춧돌을 놓는다. 

정확하게 책의 절반은 미래에 대한 고민과 구상에 집중하고 있다.('한미동맹이라는 미신', '탈동맹-남북협력의 길', '경제의 중심은 민중의 삶', '우리는 같은 출발선에 서 있나', '세습되는 불평등을 바꾸는 힘', '대담한 변화를 위하여')

그리고 우리는 지금 '새로운 백년의 문턱에 서서' 있다고 글을 맺는다. 

장황하지 않되, 한국사회의 현실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까지 아우르면서, 간결하면서도 깊숙이 찌르는 문제의식은 감옥 안에서의 고민과 성찰의 깊이를 그대로 드러내준다. 


3. 쉬운 말이 가능한 이유는, 사상의 뿌리내림이 깊고 분명하기 때문!


사실, '쉬운 말'은 노력한다고만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최근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의 교육에 간간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노조 간부들의 한결같은 요구는 '쉽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말만큼, 생각만큼 참 쉽지 않다. 왜냐하면 용어를 쉽게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강사의 삶 자체가 조합원의 삶과 일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책의 전편에 걸쳐 이석기 의원은 본인의 고민과 삶이 어디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거듭하여 토로하고 강조한다. 

가령, 왠지 단어만 들어도 어려울 것 같고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숟가락 얹기도 부담스러울 것 같은 '경제'를 이야기할 때도 이런 식이다. "나는 숫자로 된 경제지표보다는 내가 살아온, 그리고 나의 주변 사람들이 살아온 것을 토대로 우리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려고 한다. 통계수치는 나름의 진실을 담고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고, 무엇보다 민중의 입장에서, 그러니까 '살림살이'의 관점에서 경제를 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p.134) 

그렇기 때문에 이는, 이 땅을 살아가는 '민중'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자신감으로 표현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나라가 있지만 우리처럼 위대한 민중을 가진 나라는 많지 않다고 나는 생각합니다."(p.83) "다행한 것은 우리가 과거의 우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 한반도의 남측에서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민주주의가 꽃피고 있고, 한반도의 북측 역시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남은 남의 길을 걸어왔고, 북은 북의 길을 걸어왔지만 우리는 분명 지난날의 우리가 아닙니다."(p.96) 


4.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 일말의 부끄러움! 


이석기 의원은 지금 감옥에서 8년째, 무려 2,665일(12월20일자로!)을 독방에 갇혀 있다. 그동안 한국사회에는 얼마나 많은, 역동적인 변화들이 있었나? 한국사회 뿐 아니라 전세계의 커다란 변화들은 또 얼마만큼이었나? 그러나, 그런 변화에서 격리되어 살아온 그가 '새로운 백년의 문턱에 서' 있다고 이야기한다. 

일제시대로부터 그대로 이어져 온 한국의 감옥 시스템이야 말해 무엇하랴. 어찌 보면 이 사회에서 가장 자유를 억압당하고 있는 한 사람이, 거꾸로 교도소의 높은 장벽을 훌쩍 넘어 가장 자유로운 사색의 날개짓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는 훨씬 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일 인터넷으로 한국 뿐 아니라 한반도를 넘어 전세계 소식을 훑어보고, 또 매일 다양한 많은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논쟁을 하고 또 다양한 삶의 활동을 만들어내는 우리들은, 아니 나는, 독방에 갇힌 이석기 의원보다 더 자유롭다고 과연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 또한 그와 함께 지금 '새로운 백년의 문턱'에 서 있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밀려오는 한없는 '부끄러움'이다. 


5. 이제 '감상 1편'일 뿐이다!


'감상 1편'이라고 고백한다. 

'단숨에 읽어내린' 것만으로는 당연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일 감'일 뿐이다. 

그가 옥중에서 쏟아놓은 '13편'의 수상록(그때그때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을 적은 글)을, 이제 다시 한편씩 꼼꼼히 정독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과는 또 다른 고민들이, 느낌들이, 생각들이 자유자재로 마구 뻗어나가겠지. 

그리고 그렇게 그와 더 한발자욱, 우리는 가까워질 수 있을 게다. 


- 2020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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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n21 2020-12-21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숨에 읽고나니 뭔지 모르지만 마음은 풍족해지고 사색의 날개는 퍼덕퍼덕 끝도모르게 막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느낌을 이렇게 논리정연하게 정리하시다니 님도 멋지십니다^^
 
숨은 노동 찾기 - 당신이 매일 만나는 노동자들 이야기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26
최규화.정윤영.신정임 지음, 송기역 기획 / 오월의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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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매일 만나는 노동자들 이야기"

<숨은노동찾기>
참으로 좋은 책이다....ㅎ
책이 나온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페친이자 오래된 벗
최규화
님이 이곳저곳에 광고를 해주신지라.ㅎ
그러나 선뜻 손이 가진 않았다.
일종의 피로감이라고나 할까.
'노동인권센터'라는 직함은
꽤 의무적으로 '노동'과 '인권'에 대한 공부를 하게 한다.
가끔은 즐거움이 되어야 할 '독서'가
'피로감'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끝까지 피해가기는 어려운 책이긴 했지. 끄응.ㅎ
도서관에 꽂힌 이 책을 보고
도저히 대출을 안 할 수가 없어서 (책이 손을 내미는 듯한 느낌.)
갖고왔다가 차 안에서 일주일 정도 묵힌 듯하다.
제주길에 애초 가져가려던 책이 사정이 생겨
묵혀둔 이 책을 들고 갔다.
유레카!
참으로 '좋은 책'....
그냥
'좋은 책'이란 표현밖엔.
최규화 님을 비롯하여 인터뷰를 진행하신 분들의
마음과 정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리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부터 시작하여
알바노동자, 장례지도사, 콜센터노동자, 대리운전노동자..
요양보호사, 톨게이트수납원, 청소노동자, 보조출연자, 마트노동자.
등 열 명의 이야기 속에서
2020년 한국사회 노동현실이
날 것 그대로 배어나왔다.
모두가 노동조합을 통해 싸우고 있는 분들이시다.
거꾸로 '노동조합이 얼마나 소중한지',
'한국사회에서 노동조합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여전히 어렵고 힘든 일인지'도
생생하게 드러난다.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기꺼이 추천해주고픈
그런 '좋은 책'이다....^^
최규화
작가님!^^ 고맙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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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박물관
이수경 지음 / 강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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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누님께서

직접 인사말을 적어 책을 보내주셨기까지 했으면
응당 바로 읽고 독후감을 보고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였겠으나....
쉽지 않았다...
뭐랄까..
어찌보면.... 너무나도 솔직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일종의 '불편함'이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도대체 뭐가, 왜...
'불편'했을까?
작가님보다는 형님을 먼저 알게 된 지 오래다.
2008년 고향 화성으로 옮겨왔을 때 노동현장에 있으면서
자연스레 노동운동 일선에 계시던 형님을 먼저 알게 되었다.
뭐, 그렇다고 좀 대단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못 뵌지도 벌써 백만년이다.
(그후로 어찌어찌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누님을 알게 된 듯..
두 분이 부부라는 것도 그 약간 후에 어찌어찌 알게 되었고..
그럼에도 아직 오프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음.ㅋ
저, 작가누님 열렬한 팬인디요!ㅎ)
소설 전편에
형님과 누님의 가족사가 흐른다.
소설이라는 특성상
일부는 진실일 테고, 일부는 허구일 테지만
문장 하나하나마다
형님과 누님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소설에 등장하는 대사 하나하나가
글로 읽히는 것이 아니라
형님과 누님의 입에서 지금 흘러나오는 소리라고
계속 귀로 들리는 것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고 상상해보는 일 ...
'소설에 내가 아는 사람이 등장하면 재밌을 것 같아!'.....
겪어보니 그건
잠깐 스쳐지나가거나
즐겁고 유쾌한 일에 잠시 등장했을 때 뿐이지 싶다.
오히려.....
때로는 심란하고, 때로는 괴로우며, 때로는 걱정스러운
지극히 일상적인 이 가족사 앞에서는
마치 내가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형님, 누님의 일상을...
아니 일상 뿐 아니라 그 마음 속, 머리 속까지도
몰래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이 소설.....
'마음이 편치 않음'의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거기에
지극히 솔직한, 누구나 한번쯤 내뱉었음직한 심경의 토로.
윤리적으로는 옳지 않음을 스스로도 알고 있기에
가장 가까운 부부, 가족 내에서야 가끔 참지 못하고 터져나오나
밖으로는 가급적 절제하고 숨기는
그 감정의 토로들...
이를테면...
'그 대단한 노동운동, 꼭 당신이 해야 해?
우리 가족과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이 어려움을 온통, 온 몸으로 감당하고 살아야 하는데?
이제 좀 그만 두면 안돼?
세상은 좀처럼 바뀔 기미는 안 보이고,
우리만 힘든데?'.......
선명하고 푸르른 단도같은 말들.
동시에 지금까지 그런 생각 한번도 없었다고는
한번도 입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고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이 서슬퍼런 단어들 속에서
다시
'편치 않음'을 피해가긴 어려웠다.
그래서 역시
'작가는 작가다'...... 싶다...
글을 잘 쓰는 것 이전에
'속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놓는 것'에는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가.
'밖으로'라고 건조하게 이야기했으나
나를 알고 모르는 그 수많은 사람들 앞에
내 마음을 온전히, 가감없이 펼쳐보이는 것은
대체 얼마나 많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걸까.
그렇게 어렵사리 한번 꺼내놓은 마음은
책이라는 상품이 되어
이제 누구의 도마 위에서든
칼질을 쉽게 당할 수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수경
작가님이 참 존경스럽다.
최근 페북에
이런 말을 쓰셨더라.
"책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책으로 털어냈기 때문에 그 서사를 가졌던 나도 사라졌다.
나를 구성하고 있던 서사는 나를 떠났고
나는 어떤 내가 되어야 할지 몰라서 아무 말도 못하겠다."
당연히 그 마음을 다는 몰라도
무슨 말씀이신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다음에
앗.. 한번도 직접 마주한 적은 없으니 처음이겠다..ㅎ
뵙게 되면
그냥
꼭 안아드리고 싶다....
(허락하신다면.ㅋ)
덧)
이제사...ㅎ 늦은 숙제 합니다!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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