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박물관
이수경 지음 / 강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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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누님께서

직접 인사말을 적어 책을 보내주셨기까지 했으면
응당 바로 읽고 독후감을 보고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였겠으나....
쉽지 않았다...
뭐랄까..
어찌보면.... 너무나도 솔직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일종의 '불편함'이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도대체 뭐가, 왜...
'불편'했을까?
작가님보다는 형님을 먼저 알게 된 지 오래다.
2008년 고향 화성으로 옮겨왔을 때 노동현장에 있으면서
자연스레 노동운동 일선에 계시던 형님을 먼저 알게 되었다.
뭐, 그렇다고 좀 대단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못 뵌지도 벌써 백만년이다.
(그후로 어찌어찌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누님을 알게 된 듯..
두 분이 부부라는 것도 그 약간 후에 어찌어찌 알게 되었고..
그럼에도 아직 오프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음.ㅋ
저, 작가누님 열렬한 팬인디요!ㅎ)
소설 전편에
형님과 누님의 가족사가 흐른다.
소설이라는 특성상
일부는 진실일 테고, 일부는 허구일 테지만
문장 하나하나마다
형님과 누님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소설에 등장하는 대사 하나하나가
글로 읽히는 것이 아니라
형님과 누님의 입에서 지금 흘러나오는 소리라고
계속 귀로 들리는 것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고 상상해보는 일 ...
'소설에 내가 아는 사람이 등장하면 재밌을 것 같아!'.....
겪어보니 그건
잠깐 스쳐지나가거나
즐겁고 유쾌한 일에 잠시 등장했을 때 뿐이지 싶다.
오히려.....
때로는 심란하고, 때로는 괴로우며, 때로는 걱정스러운
지극히 일상적인 이 가족사 앞에서는
마치 내가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형님, 누님의 일상을...
아니 일상 뿐 아니라 그 마음 속, 머리 속까지도
몰래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이 소설.....
'마음이 편치 않음'의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거기에
지극히 솔직한, 누구나 한번쯤 내뱉었음직한 심경의 토로.
윤리적으로는 옳지 않음을 스스로도 알고 있기에
가장 가까운 부부, 가족 내에서야 가끔 참지 못하고 터져나오나
밖으로는 가급적 절제하고 숨기는
그 감정의 토로들...
이를테면...
'그 대단한 노동운동, 꼭 당신이 해야 해?
우리 가족과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이 어려움을 온통, 온 몸으로 감당하고 살아야 하는데?
이제 좀 그만 두면 안돼?
세상은 좀처럼 바뀔 기미는 안 보이고,
우리만 힘든데?'.......
선명하고 푸르른 단도같은 말들.
동시에 지금까지 그런 생각 한번도 없었다고는
한번도 입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고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이 서슬퍼런 단어들 속에서
다시
'편치 않음'을 피해가긴 어려웠다.
그래서 역시
'작가는 작가다'...... 싶다...
글을 잘 쓰는 것 이전에
'속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놓는 것'에는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가.
'밖으로'라고 건조하게 이야기했으나
나를 알고 모르는 그 수많은 사람들 앞에
내 마음을 온전히, 가감없이 펼쳐보이는 것은
대체 얼마나 많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걸까.
그렇게 어렵사리 한번 꺼내놓은 마음은
책이라는 상품이 되어
이제 누구의 도마 위에서든
칼질을 쉽게 당할 수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수경
작가님이 참 존경스럽다.
최근 페북에
이런 말을 쓰셨더라.
"책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책으로 털어냈기 때문에 그 서사를 가졌던 나도 사라졌다.
나를 구성하고 있던 서사는 나를 떠났고
나는 어떤 내가 되어야 할지 몰라서 아무 말도 못하겠다."
당연히 그 마음을 다는 몰라도
무슨 말씀이신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다음에
앗.. 한번도 직접 마주한 적은 없으니 처음이겠다..ㅎ
뵙게 되면
그냥
꼭 안아드리고 싶다....
(허락하신다면.ㅋ)
덧)
이제사...ㅎ 늦은 숙제 합니다!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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