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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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의 서재에서 김초엽의 우빛속3시간 만에 다 읽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김초엽 평을 하게 되었다.

글을 길게 쓰면 안 읽는다는 것을 깨닫고 짧게 써야겠다.

김초엽의 단편들은 한 가지 장면을 향해 달려간다.

 

글을 전문적으로 써본 적이 없기에 문장은 평이하고 단편이기에 SF 특유의 복잡한 세계관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야기 직조 능력이 뛰어나 추리소설적 기법을 많이 이용한다.

그래서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한 뭔가 단편 하나씩 결말 즘에 한 가지 여운이 남거나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진다.


SF나 판타지 장르의 가장 좋은 점은 원하는 장면을 쉽게 그려낼 수 있다는 점.

한 가지 이미지에서 시작해서 앞뒤로 설정과 스토리를 마음껏 붙일 수 있으니까.

리얼리즘의 경우, 3세계가 아니면 전쟁을 일으키기도 힘들다.

그리고 21세기가 배경이라면 전쟁은 분명 핵전쟁으로 일어날 것이다.

 

김초엽은 에셒(SF)이 아니라 에세이 느낌이 난다.

 

여러 과학적인 이유들을 늘어놓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없지 않다.

 

문장? 글쎄, 전체적으로 문장은 평이하다.

 

쭉 읽으면 뒤에 달린 평론의 문장이 더 문장이 우수하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또한 책 한 권으로 치면 산을 타는 느낌으로 표제작이 가장 좋고 그 뒤로 하강한다.

 

이에 대해서 심히 공감했는데

 

각 단편마다 이유를 짧게 첨언하자면 다음과 같다.

 

순례자는 왜 돌아오지 않는가

추리 기법으로 이루어진 단편. 성인식에 지구로 떠난 순례자들이 마을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파헤친다. 그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 무리 없이 읽혔다. 그러내 개연성 부분에서 문제가 된다. 왜 정부에서는 과학자 한 명 잡지 못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 과학자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옮겨가며 추격자들을 따돌렸는지 언급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말이 되지 않는 개연성이다.

 

스펙트럼

40년 만에 구조된 할머니는 외계인과 처음으로 조우한 인물이다. 그렇기에 세계의 주목을 받지만 외계행성의 위치나 그때 겪었던 이야기를 말하지 않아 세계는 할머니가 외로움에 미쳐 과대망상을 한 허언증 환자로 치부한다. 그리고 는 할머니에게 놀라운 비밀을 듣게 된다.

 

-> 할머니가 그냥 세계 언론 앞에 비밀로 부친 이유를 말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음. 그냥 제가 말하면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그 행성에 갈 것임이 분명하기에 언급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납득하는 이들이 있을 텐데 왜???

 

공생가설

러시아의 화가 류드밀러는 어느 행성을 그려 세계적인 화가가 된다. 그는 자신이 그린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행성이라고 주장한다. 류드밀러의 사후, 인류는 초신성으로 폭발한 류드밀러가 그린 그림과 똑같은 행성을 발견하는데…….

 

->결말이 허무했음. 감동적인 장면이나 인상 깊은 느낌을 받진 못함.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정거장 철거하기 위해 방문한 직원은 그곳에서 170살 노파를 만난다. 노파는 100년이 넘도록 우주 정거장을 지키는 이유를 직원에게 말해주는데…….

 

->공모전에서 가작 수상인데 대충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전체적인 설정이 납득은 되나 이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앞뒤로 이유를 붙인 것처럼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 결국 이야기 전개에 인물이 묻혀 작위적으로 행동한다.

 

 

감정의 물성

어느 날, ‘증오’, ‘우울’, ‘평온’, ‘행복을 테마로 하여 쥐고 있으면 정말 그러한 효과가 생긴다는 돌이 전국 각지에서 유행한다. 나는 행복이나 평온이 팔리는 이유는 납득하지만, ‘증오’, ‘우울과 같은 물성이 팔리는 것에 의아해하는데……

 

->결말 부분을 조금 더 길게 늘어놓았어야지 않나 싶었음. 너무 뚝 끊긴 느낌.

 

관내분실

사람의 예전 모습이나 인격을 복사해 보관하는 보관소에서 엄마의 데이터가 사라졌다. 그 이유를 파헤친다.

 

-> 엄마와 만나는 마지막 부분이 테드창의 이해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이... 표절은 아니지만, 모티브라고 해야 할까, 표절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마지막 나의 우주영웅 전설은 너무했다. 아무리 책 분량을 떼우기위해서라고 하지만, 그 중편 분량의 완성도 낮은 소설을 같이 묶다니....

김초엽의 문장이 평이하다거나 하는 것은 나아질 것이고 앞으로 성장할 신인인 것은 확실하다. 한국인 정서를 잘 건드린다는 인상을 받았고 앞으로 더 성장할 작가일 것 같다사실 최근 SF작가 중 김초엽이 원탑이긴 하다...

 

+ 최근에 장편이랑 단편을 발표되는 대로 찾아 읽는데... 작가가 소수자 이야기에 매몰된 느낌이 든다. 소수자 이야기를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색다르게 담아내려는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화자가 소수자를 이해하려다가 어긋나거나 실패한 소설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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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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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F, 타워

 

 

타워라고 제목을 치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 도저히 어떤 방식으로 글을 써야 할지 몰라서 잠시 시간이 필요했다. 평소 나는 어느 작가의 첫 작품집은 농담처럼, 거르라라고 말했지만, 하필, 타워가 배명훈 작가의 데뷔작이었다.

우선, 타워는 시간 순서에 따라 묶인 연작소설이다. 연작소설의 개념은 다들 알겠으니 생략하도록 하겠다. 평소대로 혹여나 작가가 찾아 읽을 지도 모른다는 마인드로 장단점을 써보자. 우선 SF답게 복잡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SF의 경우 작가들이 자기 머릿속에는 정리되어 있는 세계관을 독자가 정보가 부재한다는 것을 종종 망각한다. SF작가가 집필 시에 100P짜리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독자의 입장에서 가지고 있는 세계관은 거의 아무 것도 없이 책을 읽는 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 이 소설 읽으면서 한 가지 정보는 알고 읽었다. ‘600층짜리 타워형 도시국가 SF 연작소설.’ 내가 알고 읽었던 것은 이 정도가 전부다.

이 소설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목차

동원 박사 세 사람 : 개를 포함한 경우

자연예찬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

엘리베이터 기동연습

광장의 아미타불

샤리아에 부합하는

부록

1 작가 K곰신의 오후중에서

2 카페 빈스토킹 - 520층 연구서문 중에서

3 내면을 아는 배우 P와의 미친 인터뷰

4 타워 개념어 사전

부록 몇 개는 작가의 욕심으로 넣은 것 같다. 1984의 신어 부록이 생각나는데 그처럼 직관적으로 이해되지는 않는다. 그냥 재미를 위해 쓴 것 같은데 부록은 영 재미가 없었으니……. 그런 의미에서 부록을 제외하고 평해보도록 하자. 타워에 관한 평을 찾아보니 호평하는 경우가 제법 보였다. 근데 이게 생각해보면, 혹평할 사람들은 읽다가 재미없어서 덮었을 사람들일 것 같다. 책이란 게 영화처럼 돈 내고 2시간 보다가 나오는 게 아니니까. 재미없으면 다들 책장 덮고 다른 책 꺼내들지 않는가?

어쨌거나 잡설이 길어졌으니, 본격적인 감상을 말해보도록 하겠다. 동원 박사 세 사람 : 개를 포함한 경우앞서 말했듯 SF를 읽다보면 홍역처럼 그 세계관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도 앞장 연구소 부분에 많은 설정을 한 번에 설명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과 함께 동원 박사 세 사람을 읽었다. 첫 번째 역작 소설을 읽고 갈등에 휩싸였다. 어쩌지…… 이걸 끝까지 읽어야 하나? 그냥 다른 단편집 읽을까? 이 단편의 문제는 첫 번째 단편인데도 세계관을 설명하는데 주력하지 않고 뻘소리를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한 소설에서 여러인물이 나왔을 때, 독자가 기억할 수 있는 캐릭터가 몇이나 되는지 아는가?다섯 명? 여섯 명? 보통 독자들은 네 명의 주요 인물을 기억한다. 가뜩이나 뭔 소리를 하는지 파악하는데 이 소설에서 인물이 파악이 좀처럼 안 되었는데 인물들이 다들 송박사, 황박사, 남박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박사가 성만 다르게 세 놈이 나오는데 누가 누군지 독자의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정보도 정리 안 된 상태에서 이렇게 던져지니 멘붕이 올 수 밖에 없다. 만약 혹여나 독자들이 읽게된다면, 이 부분을 건너뛰고 읽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1장을 다 읽고나서 일단 계속 읽어보기로 했다.

내가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내가 생각하는 타워라는 SF에서 기대했던 것은. 스타워즈나 테드창의 작품집이나 설국열차와 같은 SF를 생각했다. 두 번째 단편을 읽으면서 마음이 좀 누그러졌다. , 그래도 완전히 이해되지 않지는 않구나. 그리고 세 번째 장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부터는 어? 그래도 소설이 제법 괜찮은데 싶었다. 마지막 장을 읽고 그래도 괜찮네. 이 소설에 대한 호불호 명확하게 평이 갈리겠구나, 싶었던 탓이다.

동원 박사 세 사람 : 개를 포함한 경우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정 교수와 박사 세 사람은 정치의 권력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35년산 술병에 바코드를 붙여서 유통시킨다. 뇌물로 술이 이용되면 정치 핵심 권력 구조를 그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술이 많으면 그만큼 권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착실히 연구를 진행하는데 5병이 영화배우 P에게 전해진 후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P의 정체가 네 발로 걷는 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연구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문제는 이러한 기본 정보없이 글을 읽었던 나로서는 상황을 이해하다가 탈진하고 말았다. 굳이 뽑자면 정치라는 코드와 맞는 단편이었다. 동방 박사를 모티브로 한 저 이름은 도대체 왜 이렇게 지은 걸까. 다른 단편소설의 내용도 알아보자.

자연예찬이란 단편소설이 이 소설집에서 두 번째로 실려있다. 도시국가에서 나오는 작가 지원금을 받는 K는 지원금이 끊기지 않기 위해 기존에 날카롭던 비판 소설을 쓰던 그는 자연을 예찬하는 소설'' 쓴다. 그러다가 글이 밋밋해졌다는 편집장의 평에 필생의 역작을 준비하는데…….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은 연인이었던 민소와 은수는 도시국가 타워에 취직하면서 쉽게 만나지 못한다. 어느 날, 병수는 자연스럽게 두연인 사이에 편지를 우연히 줍게 되는데…… 그래, 이 편지를 은수에게 전해주자.’ 그리고 편지를 전해주면서 병수는 의외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엘리베이터 기동연습은 빈스토크 경비실장이라는 중책에 오른 는 고시원 방 한 칸뿐이었다. 난방조차 못 할 만큼 어렵고 가난하던 시절, 520층 고시원촌에 몰아치는 한겨울 추위는 견디기 어려웠다. 그때 나를 구해준 것은 새로 이사 온 옆집 여자, 그리고 겨울 내내 훈훈한 온기를 발산했던 옆집이었다. 이후 나는 옆집을 들여다본 적은 없었다. 벽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빈스토크 특유의 복잡한 구조 때문에 도대체 어디로 가야 입구가 있는지 짐작도 안 갔다. 성공한 뒤로 는 옆집 여자를 찾기로 하는데…… 이 단편에서는 빈스토크라는 국가의 군사 측면을 엿볼 수 있다.

샤리아에 부합하는은 이슬람 테러리스트인 세흐리반은 타워를 무너뜨리기 위해, 타워의 보호국에서 일하는 최신학은 타워를 지키기 위해, 서로의 목적을 위해 치열한 탐색전을 펼친다. 타워형 도시국가 빈스토크의 일생일대의 위기. 과연 도시국가 빈스토크는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

몇 개의 평을 찾아보니 각 챕터가 경제, 정치, 사랑, 전쟁과 같은 것을 소재로 일대일 대응한다는데 일대일 대응이 성립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도 배명훈 작가가 사회 풍자를 염두하고 쓴 것은 맞다. 조지오웰처럼 그렇게 읽히도록 한 것도 전략인 것 같다. 호불호가 엇갈릴 글이라서 무작정 옹호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전체적인 평으로 하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배명훈 작가의 데뷔작이지 않은가. 시간이 없는데 반드시 이 소설을 읽고 싶다면, 여섯 개의 연작 소설 중에 세 편만 읽어보길 바란다.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 엘리베이터 기동연습, 샤리아에 부합하는정도가 이 소설집에서 읽을만 하다. 이 정도만 읽더라도 충분히 도시국가 빈스토크를 제대로 맛보았다고 생각한다.

데뷔작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작가 특유의 스타일인지 모르겠지만. 글에서 비문이 종종 발견되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 있었다. 다른 작품을 안 읽어보았으니 어떨지는 모르겠다. 구판의 작가의 말을 보니 이렇다. “쓸 말은 다 썼다고 생가했는데 작가의 말이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고를 마무리하자마자 서술자는 서둘러 퇴근해버렸고 이제 아무리 써도 반성문 비슷한 글밖에 안 나올 텐데, 그래서 이 순간에 작가의 말을 써야 하나 보다

아마 작가도 첫작품인 만큼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들었을 것이다.

작가의 트위터를 찾아보니 이런 트윗도 있다. 다른 글도 마찬가지겠지만, 글이라는 것은 나오는 순간, 별빛처럼 과거의 산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타워를 보았다고 생각한다. 소설이 끝나면 읽은 독자가 조금은 변했다면, 그건 성공한 소설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새로운 세계, 도시 국가 빈스토크를 여행했으니, 그 자체로 성공한 작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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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
우다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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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읽고 싶은 것과 작가가 쓰고 싶은 것 사이의 줄다리기...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었던 글은 밤의 징조, 얼굴없는 딸들, 잠들지 않는 거인, 창모처럼 현실을 기반으로 한 배경에 감각적인 문체였습니다. 다음 소설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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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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쥰내 재밌던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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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전하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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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조지오웰은 소설 10개 중 9개는 쓸모없다고 한 적이 있다.

조지오웰은 진정한 알못이다. 한국 소설을 보면 10개 중에 11개가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젊작상 20202021을 보면, 앞으로 몇 년간은 한국 문학 앞에 암울한 미래가 기다린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서론이 길었다. 젊작상의 작품들에 대하여 하나씩 분석해보자. 일곱 개 중에 다섯 작품이 이른바, ‘페퀴 (페미니즘 퀴어 장르)에 속해있다는 점이다.

한국 문학의 미래를 이야기하기에 앞서서 해야 할 것은 현재를 돌아보는 일이다. 그리고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작가가 쓴 단편을 보자.

 

전하영,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상을 받은 소설이다. 문장에 공을 들인 것이 보이고, 차분한 어투로 서사를 진행해나간다. 소설에서 17년 전의 대학 시절을 회상한다. ‘연수라는 학생과 그리고 장피에르라는 중년의 강사가 나온다. 여기서 장피에르는 문제적인 인물로 나오는데 존잘우수에 차있고 그 시절에 프랑스까지 갔다 올 정도로 부자에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까지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거기에 예술 영화를 배운 인물이다. 말하자면 모든 것을 다 갖춘 먼치킨인데 하필, 서른일곱 살의 나이다. 그리고 나와 연수는 당시 스물한 살이었다. 그리고 연수예쁘고 젊다는 것을 빼면, 딱히 뭔가를 가진 인물도 아니다. 거기에 는 예쁘지도 않고 연수에게는 열등감을 느끼며 장피에르를 좋아하면서도 연수에게만 관심을 가지는 그를 미워하는 양가적인 감정을 가진다.

모든 문제는 캐릭터의 설정에서 발생한다. 장피에르는 부지런히 연수를 유혹하고, 아마도 그 유혹에 성공했고, 나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때 장피에르가 연수를 허벅지에 손을 대는 등의 일을 생각하며, 그 장피에르가 쓰레기라고 말하면서 나는 절대로 (인성만이라도)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장피에르가 예술가적 아우라로 인해, 우수에 차 있는 모습조차 예술가적 면모를 부각하는 용도로 썼다는 것을 깨우쳤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장피에르의 인기는 의 생각처럼 절대 예술적면모'만'으로 생긴 인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돈 많고 잘 생겼으며, 유학파인 인물을 만들어놓고 그가 어린 여자를 꼬실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이미지 메이킹한, 소위, ‘남자 예술가의 분위기였으며, 그런 분위기를 좋은 것으로, ‘예쁜 여자만이 가치있는 것으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든 건, 사회의 잘못이라고 비판하는데 설득조차 되지 않고 되려 기가 찬다. 유학파의 돈 많고 잘생긴 중년은 어디를 가나 인기가 많은데, 화자의 눈에는 꼴같잖으니까 페미니즘적인 관점으로 비판하자! 하려니까 설득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소설의 끝에 이혼녀로 등장하는 연수각성해서 말한다. ‘자기는 (남자가 만든 이 일방적인 사회에서) 기록하는 여자가 될 것이라고.’ 읽다 보면, 팔아먹은 개연성에 절로 뜨악하게 된다. 어떤 친구 사이에 나는 기록하는 여자가 될 거야라고 문자 하겠나. 술 먹다가 이야기하면 이해라도 되지.

 


김멜라 나뭇잎이 마르고

앙헬과 체의 대학 생활을 풀어낸 이야기이다. 체라는 인물은 레즈비언에 아마 발달 장애를 가진 인물이라는 점이고 소설은 시종일관, 그런 인물과 앙헬의 관계와 대학 생활을 재현해내려고 한다. 문제는 소설의 문학적 가치가 재현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그래서 뭐? 그걸로 상을 준 거야?’라고 물었을 때, 이 소설은 장애인이면서 레즈비언인 인물의 대학 생활을 재현한 것 자체로 의미가 있죠, 라고 답변할 텐가? 이 소설은 1년 중 젊은 작가들이 쓴 것 중에 가장 훌륭한 단편을 모은 젊작상을 수상할 만큼 타당하지 않다는 말이다.

 


김지연, 사랑하는 일

이 작품은 시종일관 가벼운 톤으로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 속 이야기가 사건이 아니라 소동쯤에서 그치고 있다. ‘-이란 표현이 나오는 것은 둘째 문제다. 소설은 가볍고 밀도도 없으며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보여주지도 않고 그냥 레즈비언 커플이 아빠를 만나 술을 마시면서 시트콤처럼 수다를 떠는 게 끝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리고 문제는 그 어느 신춘문예에 내도 당선조차 되지 못할 정도의 퀄리티라는 거다. 작가는 작가라는 자의식이 없는 건지, 자기 영혼을 팔아버린 건지, 아니면 애초에 남혐성향이 있는 건지, 메갈 용어를 가져다 쓴 것도 레전드지만, 이런 작품을 불안을 제거한 성취를 이뤄낸 퀴어 서사라고 평한 소유정 평론가, 네가 더 레전드다.




김혜진, 목화멘션

진지한 자세로 세입자와 임차인 두 사람의 우정과 그 우정이 어긋나는 점을 잘 캐치 해서 그려낸다. 2012년에 동아일보로 등단한 김혜진 작가는 등단 8-9년 차인 만큼 완숙미가 느껴진다. 등단 10년이 되기 전에 문동에서 상 하나 챙겨준 느낌이 없지는 않으나, 당선작으로 선정되어도 충분할 정도로 능숙하게 글을 써냈다.

 


박서련,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제목만 보면, 정말 제목 하나만큼은 잘 뽑아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문제는 그게 끝이라는 점이다.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 피부과 다니는 5학년 아들을 둔 엄마가 어느 날, 아들이 롤에서 친구에게 지고 돌아와서 과외 선생을 찾아주다가 자신조차 게임에 빠져, 친구와 아들의 게임 대결에서 대리를 뛰어주는 내용이다. (...) 이 소설도 완성도는커녕, 개연성을 팔아먹은 것은 마찬가지인데 처음 과외생으로 구한 K대생이 뒤에서 학부모를 은근히 안으면서 함께 마우스를 잡아주고 팔꿈치로 가슴을 건드리고 능청 떠는 인물로 나오는데 어떤 대학생 과외 선생이 학부모를 상대로 그런 짓을 하는지 웃음이 다 나올 지경이다. 이런 히토미 같은 상황에 얼척이 없으며, 화룡점정으로 마지막 장면에서 게임 내에서 엄마라는 단어가 금지어로 정해져 있어서 xx로 표시되는데, 게임을 그렇게 해서 경쟁전을 돌리는 이가 엄마가 금지어로 정해져 있다는 것을 처음 본다는 듯, ‘이거 왜 이래?’라고 의구심을 가진다. 경쟁전까지 돌릴 정도로 티어를 올렸는데, 그걸 모른다는 것 자체가 얼척이 없을 정도다. 그동안 채팅창을 끄고 플레이를 했나? 차라리 패치되었다는 언질이라도 소설 내에 있다면 이해라도 될 텐데 그런 것조차 없으니 개연성이 붕괴되었다고 할 수밖에.

 


서이제, 0%를 향하여

이 소설집에서 유일하게 젊은참신그리고 완성도까지 갖춘 소설이다. 이게 대상이 되었다면 할 말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게 잘 썼다. 개연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없으며 화자는 매력적이고 영화판의 암울한 현실을, 꼼꼼하면서도 재치 있게 그려내었다는 점이 놀라울 정도다.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사운드 클라우드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자신만의 문체가 있을 정도로 작가로서 재능이 있고 하다.

 


한정현,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

일제강점기 시대 퀴어 커플의 인생을 다룬 소설이다. 단편이라 그런 것이겠지만, 인생 전체를 다루었기에 단편으로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서사였고, 문장은 정돈되어 있지 않으며, 중간중간 소설에서 중요한 부분은 설명으로 처리되어 있고 그래서 화자에 감정이입조차 되지 않았으며, 결론적으로 총체적인 난국의 상태에서 뭉텅 그리고 페미니즘과 퀴어적인 관점으로 마무리된다. 차라리 장편소설로 그들의 삶을 다루었다면, 만남과 헤어짐과 재회를 다루었다면 감정적 이입을 못해서 이렇게 감동도 재미도 없지는 않았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다.

 


총평

어쩌다 문학동네의 젊작상은 이렇게 망했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문제가 됐을까? 이 현상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1. 남자들은 소설 읽는 시간에 게임을 한다.

2. 소설에서 20~40대 여성 독자가 70~80%, 그 독자층은 적극적으로 페미니즘을 선호한다.

3. 신인 평론가들도 페미니즘이 열풍하는 사이 기득권이 되려고 이를 이용한다.

4. 페미니즘만 작품을 쓰면 편협하니 퀴어를 섞는다.

5. 신인 작가가 페퀴 이외의 작품을 쓴다.

6. 기득권이 되려는 평론가 , “이걸 이 시대에 읽을 이유가 없다.”

7. 신인 작가가 묻히지 않고자 퀴페를 쓴다.

8. 전체 작품 중에 퀴페가 늘어난다.

9. 그 와중에 남성 작가는 쓸 게 없다. 써도 퀴페이외에는 상을 주지 않아 상을 받지 못한다. 뜨지도 못하고 묻히며 청탁도 들어오지 않아, 소리도 소문도 없이 사라진다.

10. 그 작품에서 수상집을 뽑는다.

11. 수상집에서 퀴페가 많이 뽑힌다.

12. 신인 작가가 다시 퀴페를 쓴다

13. 1-12를 반복

 


상황이 이러하니 젊은 작가상은 신인의 기상천외하면서도 잘 쓰는작가를 뽑는 게 아니라, 프로파 간다에 충실한 로봇과 당(?)에 충성하는 인물을 문동의 편으로 만들어간다. 그래서 망했다. 완전히 망하지는 않았지만, 3년 내내 퀴어와 페미니즘에 대상을 몰아준 것을 보면 어이가 없어서 욕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차라리 2021, 신춘문예 수상작 모음집이 더 다채롭고 신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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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21-05-29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2021-08-20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까치 2023-03-16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나무야 미안해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