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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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F, 타워

 

 

타워라고 제목을 치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 도저히 어떤 방식으로 글을 써야 할지 몰라서 잠시 시간이 필요했다. 평소 나는 어느 작가의 첫 작품집은 농담처럼, 거르라라고 말했지만, 하필, 타워가 배명훈 작가의 데뷔작이었다.

우선, 타워는 시간 순서에 따라 묶인 연작소설이다. 연작소설의 개념은 다들 알겠으니 생략하도록 하겠다. 평소대로 혹여나 작가가 찾아 읽을 지도 모른다는 마인드로 장단점을 써보자. 우선 SF답게 복잡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SF의 경우 작가들이 자기 머릿속에는 정리되어 있는 세계관을 독자가 정보가 부재한다는 것을 종종 망각한다. SF작가가 집필 시에 100P짜리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독자의 입장에서 가지고 있는 세계관은 거의 아무 것도 없이 책을 읽는 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 이 소설 읽으면서 한 가지 정보는 알고 읽었다. ‘600층짜리 타워형 도시국가 SF 연작소설.’ 내가 알고 읽었던 것은 이 정도가 전부다.

이 소설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목차

동원 박사 세 사람 : 개를 포함한 경우

자연예찬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

엘리베이터 기동연습

광장의 아미타불

샤리아에 부합하는

부록

1 작가 K곰신의 오후중에서

2 카페 빈스토킹 - 520층 연구서문 중에서

3 내면을 아는 배우 P와의 미친 인터뷰

4 타워 개념어 사전

부록 몇 개는 작가의 욕심으로 넣은 것 같다. 1984의 신어 부록이 생각나는데 그처럼 직관적으로 이해되지는 않는다. 그냥 재미를 위해 쓴 것 같은데 부록은 영 재미가 없었으니……. 그런 의미에서 부록을 제외하고 평해보도록 하자. 타워에 관한 평을 찾아보니 호평하는 경우가 제법 보였다. 근데 이게 생각해보면, 혹평할 사람들은 읽다가 재미없어서 덮었을 사람들일 것 같다. 책이란 게 영화처럼 돈 내고 2시간 보다가 나오는 게 아니니까. 재미없으면 다들 책장 덮고 다른 책 꺼내들지 않는가?

어쨌거나 잡설이 길어졌으니, 본격적인 감상을 말해보도록 하겠다. 동원 박사 세 사람 : 개를 포함한 경우앞서 말했듯 SF를 읽다보면 홍역처럼 그 세계관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도 앞장 연구소 부분에 많은 설정을 한 번에 설명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과 함께 동원 박사 세 사람을 읽었다. 첫 번째 역작 소설을 읽고 갈등에 휩싸였다. 어쩌지…… 이걸 끝까지 읽어야 하나? 그냥 다른 단편집 읽을까? 이 단편의 문제는 첫 번째 단편인데도 세계관을 설명하는데 주력하지 않고 뻘소리를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한 소설에서 여러인물이 나왔을 때, 독자가 기억할 수 있는 캐릭터가 몇이나 되는지 아는가?다섯 명? 여섯 명? 보통 독자들은 네 명의 주요 인물을 기억한다. 가뜩이나 뭔 소리를 하는지 파악하는데 이 소설에서 인물이 파악이 좀처럼 안 되었는데 인물들이 다들 송박사, 황박사, 남박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박사가 성만 다르게 세 놈이 나오는데 누가 누군지 독자의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정보도 정리 안 된 상태에서 이렇게 던져지니 멘붕이 올 수 밖에 없다. 만약 혹여나 독자들이 읽게된다면, 이 부분을 건너뛰고 읽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1장을 다 읽고나서 일단 계속 읽어보기로 했다.

내가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내가 생각하는 타워라는 SF에서 기대했던 것은. 스타워즈나 테드창의 작품집이나 설국열차와 같은 SF를 생각했다. 두 번째 단편을 읽으면서 마음이 좀 누그러졌다. , 그래도 완전히 이해되지 않지는 않구나. 그리고 세 번째 장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부터는 어? 그래도 소설이 제법 괜찮은데 싶었다. 마지막 장을 읽고 그래도 괜찮네. 이 소설에 대한 호불호 명확하게 평이 갈리겠구나, 싶었던 탓이다.

동원 박사 세 사람 : 개를 포함한 경우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정 교수와 박사 세 사람은 정치의 권력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35년산 술병에 바코드를 붙여서 유통시킨다. 뇌물로 술이 이용되면 정치 핵심 권력 구조를 그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술이 많으면 그만큼 권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착실히 연구를 진행하는데 5병이 영화배우 P에게 전해진 후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P의 정체가 네 발로 걷는 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연구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문제는 이러한 기본 정보없이 글을 읽었던 나로서는 상황을 이해하다가 탈진하고 말았다. 굳이 뽑자면 정치라는 코드와 맞는 단편이었다. 동방 박사를 모티브로 한 저 이름은 도대체 왜 이렇게 지은 걸까. 다른 단편소설의 내용도 알아보자.

자연예찬이란 단편소설이 이 소설집에서 두 번째로 실려있다. 도시국가에서 나오는 작가 지원금을 받는 K는 지원금이 끊기지 않기 위해 기존에 날카롭던 비판 소설을 쓰던 그는 자연을 예찬하는 소설'' 쓴다. 그러다가 글이 밋밋해졌다는 편집장의 평에 필생의 역작을 준비하는데…….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은 연인이었던 민소와 은수는 도시국가 타워에 취직하면서 쉽게 만나지 못한다. 어느 날, 병수는 자연스럽게 두연인 사이에 편지를 우연히 줍게 되는데…… 그래, 이 편지를 은수에게 전해주자.’ 그리고 편지를 전해주면서 병수는 의외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엘리베이터 기동연습은 빈스토크 경비실장이라는 중책에 오른 는 고시원 방 한 칸뿐이었다. 난방조차 못 할 만큼 어렵고 가난하던 시절, 520층 고시원촌에 몰아치는 한겨울 추위는 견디기 어려웠다. 그때 나를 구해준 것은 새로 이사 온 옆집 여자, 그리고 겨울 내내 훈훈한 온기를 발산했던 옆집이었다. 이후 나는 옆집을 들여다본 적은 없었다. 벽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빈스토크 특유의 복잡한 구조 때문에 도대체 어디로 가야 입구가 있는지 짐작도 안 갔다. 성공한 뒤로 는 옆집 여자를 찾기로 하는데…… 이 단편에서는 빈스토크라는 국가의 군사 측면을 엿볼 수 있다.

샤리아에 부합하는은 이슬람 테러리스트인 세흐리반은 타워를 무너뜨리기 위해, 타워의 보호국에서 일하는 최신학은 타워를 지키기 위해, 서로의 목적을 위해 치열한 탐색전을 펼친다. 타워형 도시국가 빈스토크의 일생일대의 위기. 과연 도시국가 빈스토크는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

몇 개의 평을 찾아보니 각 챕터가 경제, 정치, 사랑, 전쟁과 같은 것을 소재로 일대일 대응한다는데 일대일 대응이 성립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도 배명훈 작가가 사회 풍자를 염두하고 쓴 것은 맞다. 조지오웰처럼 그렇게 읽히도록 한 것도 전략인 것 같다. 호불호가 엇갈릴 글이라서 무작정 옹호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전체적인 평으로 하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배명훈 작가의 데뷔작이지 않은가. 시간이 없는데 반드시 이 소설을 읽고 싶다면, 여섯 개의 연작 소설 중에 세 편만 읽어보길 바란다.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 엘리베이터 기동연습, 샤리아에 부합하는정도가 이 소설집에서 읽을만 하다. 이 정도만 읽더라도 충분히 도시국가 빈스토크를 제대로 맛보았다고 생각한다.

데뷔작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작가 특유의 스타일인지 모르겠지만. 글에서 비문이 종종 발견되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 있었다. 다른 작품을 안 읽어보았으니 어떨지는 모르겠다. 구판의 작가의 말을 보니 이렇다. “쓸 말은 다 썼다고 생가했는데 작가의 말이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고를 마무리하자마자 서술자는 서둘러 퇴근해버렸고 이제 아무리 써도 반성문 비슷한 글밖에 안 나올 텐데, 그래서 이 순간에 작가의 말을 써야 하나 보다

아마 작가도 첫작품인 만큼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들었을 것이다.

작가의 트위터를 찾아보니 이런 트윗도 있다. 다른 글도 마찬가지겠지만, 글이라는 것은 나오는 순간, 별빛처럼 과거의 산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타워를 보았다고 생각한다. 소설이 끝나면 읽은 독자가 조금은 변했다면, 그건 성공한 소설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새로운 세계, 도시 국가 빈스토크를 여행했으니, 그 자체로 성공한 작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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