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의 마법
무라야마 사키 지음, 김현화 옮김 / 직선과곡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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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오래된 백화점이다. 세 사람이 그렇듯이 다양한 연령이나 이력,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정사원에 파견사원, 아르바이트생에 임시 직원, 임대 매장의 본사에서 온 사원들과 같이 여러 입장의 사람들이 같은 직장을 공유하고 있다. 17쪽

2017년 일본서점대상 후보작 <오후도 서점 이야기>의 작가 무라야마 사키의 최신작이자 2018년 일본서점대상 후보작 <백화의 마법>

일본서점대상작을 항상 재미나게 읽고 있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후보작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시선을 끌기 충분했던 오후도 서점 이야기... 책 읽기를 좋아하고 도서관이랑 서점이라는 공간을 사랑하는 나에게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정말 매력적인 책이었다.

그런 작가의 최신작인 백화의 마법은 동화 같은 표지부터 나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는데 백화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니... 한번 가면 백 바퀴는 돌아야 하는 곳, 대학교 다닐 때 우산이랑 장갑 매장에서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했던 곳...

호시노 백화점은 가자하야 마을에 있는 작고 오래된 곳으로 멋지고 거대한 백화점이랑 쇼핑몰에 밀려 폐점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다.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공간이다 보니 지역주민들의 추억이 곳곳에 스며있을 뿐만 아니라 노란색과 파란색의 눈을 가진 오드아이 고양이를 만나게 되면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마법 같은 전설이 있는 특별한 장소이다.

지금은 백화점 가면 볼 수 없지만 내가 아르바이트할 때만 해도 있었던 엘리베이터 걸,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반짝이는 보석이랑 시계 매장의 매니저, 전직 가수였지만 가업을 잇기 위해서 제화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모모카 사키코, 백화점이 문을 열기 시작했을 때부터 정문 현관을 지키고 있는 도어맨, 호시노 백화점의 역사를 보관하고 있는 자료실의 직원 이치카(화장품 코너를 지나칠 때마다 자신의 외모가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이치카의 모습에서 예전의 내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신비롭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컨시어지인 유코...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백화점이라는 곳이 없어서 한 번씩 내가 일했던 백화점을 갈 때면 20년도 넘은 그때의 일들이 생각나고 백화점 주위가 너무나 많이 변해서 어리둥절하지만 항상 그곳을 지키고 있는 백화점 덕분에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어서 반갑기까지 한 곳.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잊고 있었던 장소에 대한 추억과 더불어 지나간 인연들에 대한 궁금증과 그리움까지 느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시간이었다. 책의 신비로운 이야기까지 더해져서 책의 제목처럼 마법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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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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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는 뇌나 경추가 손상되어 몸을 가누지 못하는 환자가 뇌에서 보내는 신호로 로봇 팔 등의 보조 장치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28쪽

하리마 테크를 경영하고 있는 가즈마사와 그의 부인인 가오루코는 남편의 외도로 인해서 별거 중이며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이혼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던 와중에 일곱 살인 첫째 딸 미즈호가 수영장에 갔다가 물에 빠지는 바람에 자발호흡은 없으나 심장은 움직이고 있으며 뇌가 기능하고 있다는 신호도 없으며 뇌파도 반응이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둘째가 키보다는 체중이 적게 나가서 마른 사람들한테 생기는 이런저런 증상들이 있고 체력도 약한 편이다. 건강염려증이 심한 편인 나는... 그러다 보니 둘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유별난 편이다. 첫째에게 가르쳤던 여러 운동들보다는 공원을 걸으면서 면역력을 키우려고 노력 중이며 눈만 마주치면 "뭐 먹을래?"하고 물어본다.

지금은 매우 매우 고마워하고 있지만 싫다는 첫째를 끌고 수영장에 데려다주고 기다렸다 데려오기를 3년 동안이나 했지만 둘째는 체력이 약해서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분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려내는 추리소설이 아닌 수영장에서 당한 사고로 인해 뇌사 판정을 받은 거나 다름없는 어린 딸의 현실이 남 일 같지 않고 가즈마사나 가오루코 둘 다의 마음에 100% 아니 200% 감정이입해서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거기에다 장기기증을 결정해야 하는 정말 정말 어려운 선택도 남아 있고...

가독성이 좋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을 즐겨있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추리소설이 아닌 이번 글 또한 자식을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가슴 아픈 마음을 부여잡으면서도 책장은 술술 잘 넘어갔다. 작가님의 이번 책은 사전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읽게 되었는데 추리소설이 아니어도 흡인력 있는 글들이 손에서 책을 못 놓게 하여 단숨에 읽어버렸다.

'나라면 어떡했을까'하는 생각을 참 많이 하면서 읽은 <인어가 잠든 집> 아직까지도 그 해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지금의 현실에 감사하며 살아가다 보면 해답을 찾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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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노래
미야시타 나츠 지음, 최미혜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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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의 딸인 미키모토 레이는 음대 부속고교에 떨어지면서 메이센 여고로 오게 된다. 이제 음악은 자신의 인생에서 외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투명인간처럼 학교생활을 이어가던 중 합창대회의 지휘를 맡게 된다.

경제적인 이유로 피아노를 배우지는 못했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하라 치나츠,

부상으로 소프트볼 선수를 그만둔 나카미조 사키,

특별한 능력이 있는 마키노 후미카,

말도 안 되는 고민을 안고 있는 사토나카 요시코,

앞장서서 반장을 맡고 도움이 되는 역할로 지내는 착실한 학생 사사키 히카리.

여섯 소녀들이 합창대회를 계기로 어쩔 수 없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메이센 여고로 오게 되었지만 자신을 알아가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성장해가는 기쁨의 노래.

지나온 학창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책을 좋아한다. 내가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절은 중학교 2학년이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지만 친했던 친구들의 이름은 물론 얼굴도 다 기억이 나고, 계단을 올라가면서 친구가 나에게 했던 이야기도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생각이 났다, 불현듯.

특히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은 중학교 1학년 때 합창대회를 준비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때 한복을 입고 노래를 불렀던 일들이 그리고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우리 반이 일등을 했던 일들이 생각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벅찼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마라톤을 할 때는 중학교 2학년 때 체력장 연습을 하면서 운동장 한편에서 한 친구랑 4차원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도 그걸 계기로 편지친구가 된 것도 생각나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며 자란다,고 하지만 원래 의미는 어떻든 나는 정말로 엄마의 등만 보고 있었던 것 같다. 232쪽

항상 신랑이 즐겨 하는 말인데 책에서 만나니 또 반가운 글귀였다. 근데 항상 의아해하는 바인데 신랑도 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우리 집의 두 아들은 우리의 등은 안 보고 핸드폰만 봐서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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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
가도노 에이코 지음, 오화영 옮김 / 지식여행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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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의 원작 작가 가도노 에이코의 생기 있고 두근거리는 일상들을 소개한 에세이집 <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

그녀의 작품들보다 먼저 만나게 된 작가의 설레는 일상들은 여든둘이라는 나이를 모르고 읽었더라면 파릇파릇한 청춘의 이야기라고 해도 믿을 만큼 생동감 있는 생활들의 연속이다. 딸기색으로 칠한 벽, 나도 쓰지 않는 알록달록한 프레임의 안경들, 화려한 꽃이 프린트된 다양한 종류의 원피스들, 가방과 구두 색을 맞추는 패션 센스, 사탕 같은 플라스틱 반지나 알록달록한 구슬이 줄줄이 이어진 목걸이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


"사실 좋아하는 책은 스무 권 정도만 갖고 있어도 충분할 텐데, 전 도저히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은 그릇 수를 줄여 부엌 선반에도 책을 넣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화장실 선반도 책장이 된 지 오래고요. 살아가는 데 책은 최우선 순위예요. 그렇게 정해두면 아주 편해요. 가령 집을 지을 때도 책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다른 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더니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더군요. 그건 그렇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산더미 같은데 어쩐담. 원고 쓸 시간도 부족한데 말이에요!" 15쪽


그중에서도 책을 좋아하는 작가님의 일상은 공감을 넘어서 부럽기까지 했다. 어릴 때 마음껏 동화책을 읽지 못했던 환경으로 인하여 아이들을 키우면서 동화책들을 원 없이 사주었다. 근데 요즘 집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책장의 동화책들을 보면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나름 주위 사람들한테 나눠주기도 했지만 아쉬운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책들이 전혀 관리가 안 되고 먼지만 쌓이고 있었다. 작가님의 정리가 잘 된 책장들을 보니 반성의 시간과 함께 처분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추억이 담긴 책들을 소중히 간직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립스틱을 바르면 혈색이 좋아 보입니다. 이건 나이를 들고 깨달았어요. 86쪽


평소에 거의 화장을 하지 않고 다니는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도련님 결혼식 날도 내가 맨 얼굴로 참석할까 싶어서 뒤를 따라다니면서 화장하라고 잔소리하는 시어머니에 충격받았지만 여전히 화장은 안 하고 있다. 최근에 우연한 기회에 틴트를 바르고 찍은 사진을 보고 생기 있어 보이는 얼굴에 필받아서 립스틱은 열심히 바르고 다니고 있다. 아 나도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ㅠㅠ

어릴 적 종이 인형을 사서 가위로 오려서 놀곤 했는데, 이 책의 표지를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드는 종이 인형을 문구점에서 발견한 기분이었다. 멋진 할머니랑 옷과 소품들이 내 취향이어서 읽는 내내 행복했다. 감기몸살을 앓고 난 후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서 의욕이 없는 연말을 보내고 있던 와중에 만난 에이코 할머니의 일상생활들이 다시 나를 힘나게 하는 시간이었다. 나처럼 몸과 마음이 늘어진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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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들이 노래한다 - 숀 탠과 함께 보는 낯설고 잔혹한 <그림 동화>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숀 탠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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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렸을 때 읽어 준 그림책 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그림책이 두 권 있다. 한 권은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마다 눈물이 나서 나중에는 읽어주기를 포기한 책이고 나머지 한 권이 숀 탠 작가님의 "잃어버린 것"이다. '너무 바쁜 까닭에 소중한 것을 읽어버린 사람들에게 들려 주는 이야기'라는 부제에 혹해서 숀 탠이라는 작가님이 누군지도 모르고 아이들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었다. 이번 뼈들이 노래한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찾아본 작가님의 소개 글에 잃어버린 것이 있어서 참 반가웠다. 병뚜껑 수집이 취미인 화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 가면서 점점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꾀죄죄한 몰골로 친구랑 소꿉놀이를 하려고 풀, 꽃, 병뚜껑, 돌멩이를 주우러 다니던 어린 시절의 내가 생생하게 떠오르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숀 탠과 함께 보는 낯설고 잔혹한 그림 동화 뼈들이 노래한다! 내가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개구리 왕자(이 작품이 그림 동화의 작품이었다니 충격이었다)를 포함해서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라푼첼, 신데렐라, 브레멘 음악대,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 공주, 여섯 마리 백조, 엄지둥이는 나의 유년시절을 같이 했던 그림책이라서 참 반가웠다. 간략한 줄거리를 읽는 내가 아는 내용이랑 결말과 다른 동화들도 간혹 있어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책이 귀했던 시절 그림책 한 권에도 설레고 마음 졸이면서 읽었던 기억이 생각나는 시간이었다. 작가님의 조각 중에 라푼첼은 집에 두고 감상하고 싶을만큼 탐이 나는 매력적인 작품이었으며, 소름을 찾아 집을 나선 소년의 조각은 꿈에 나타날까 무서웠다. 어부와 아내의 물고기 조각은 어둡고 음산한 그의 조각들중에서 화사한 파스텔 색감이 딱 내 취향이었다. 어릴 적 읽었던 그림책들을 어른이 되어서 순화된 이야기가 아닌 그림 동화 원래의 낯설고 잔혹하면서 잔인하고 음산한 이야기들로 숀 탠 작가님의 조각품과 같이 읽어내려 간 뼈들이 노래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던 책이었지만 먼저 읽으신 분들의 칭찬에 혹해서 읽게 되었는데 안 읽었다면 매우 후회했을 것 같다. 동화나 만화를 가려서 보는 나는 꿈과 사랑과 희망이 있는 밝은 이야기를 선호하는 편이어서 불쾌하거나 음산한 그리고 미래도시 이야기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림 형제가 처음에 기록한 이야기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나는 어릴 적 내가 읽었던 순화되고 각색된 이야기 그대로 알고 살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이번 책을 통해서 숀 탠 작가님의 75개의 조각들을 시각적으로 감상하면서 그림동화의 요약된 줄거리를 읽고 난후 발췌된 이야기를 읽는 3단계를 거치면서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독서의 즐거움을 가졌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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