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
가도노 에이코 지음, 오화영 옮김 / 지식여행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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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의 원작 작가 가도노 에이코의 생기 있고 두근거리는 일상들을 소개한 에세이집 <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

그녀의 작품들보다 먼저 만나게 된 작가의 설레는 일상들은 여든둘이라는 나이를 모르고 읽었더라면 파릇파릇한 청춘의 이야기라고 해도 믿을 만큼 생동감 있는 생활들의 연속이다. 딸기색으로 칠한 벽, 나도 쓰지 않는 알록달록한 프레임의 안경들, 화려한 꽃이 프린트된 다양한 종류의 원피스들, 가방과 구두 색을 맞추는 패션 센스, 사탕 같은 플라스틱 반지나 알록달록한 구슬이 줄줄이 이어진 목걸이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


"사실 좋아하는 책은 스무 권 정도만 갖고 있어도 충분할 텐데, 전 도저히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은 그릇 수를 줄여 부엌 선반에도 책을 넣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화장실 선반도 책장이 된 지 오래고요. 살아가는 데 책은 최우선 순위예요. 그렇게 정해두면 아주 편해요. 가령 집을 지을 때도 책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다른 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더니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더군요. 그건 그렇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산더미 같은데 어쩐담. 원고 쓸 시간도 부족한데 말이에요!" 15쪽


그중에서도 책을 좋아하는 작가님의 일상은 공감을 넘어서 부럽기까지 했다. 어릴 때 마음껏 동화책을 읽지 못했던 환경으로 인하여 아이들을 키우면서 동화책들을 원 없이 사주었다. 근데 요즘 집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책장의 동화책들을 보면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나름 주위 사람들한테 나눠주기도 했지만 아쉬운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책들이 전혀 관리가 안 되고 먼지만 쌓이고 있었다. 작가님의 정리가 잘 된 책장들을 보니 반성의 시간과 함께 처분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추억이 담긴 책들을 소중히 간직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립스틱을 바르면 혈색이 좋아 보입니다. 이건 나이를 들고 깨달았어요. 86쪽


평소에 거의 화장을 하지 않고 다니는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도련님 결혼식 날도 내가 맨 얼굴로 참석할까 싶어서 뒤를 따라다니면서 화장하라고 잔소리하는 시어머니에 충격받았지만 여전히 화장은 안 하고 있다. 최근에 우연한 기회에 틴트를 바르고 찍은 사진을 보고 생기 있어 보이는 얼굴에 필받아서 립스틱은 열심히 바르고 다니고 있다. 아 나도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ㅠㅠ

어릴 적 종이 인형을 사서 가위로 오려서 놀곤 했는데, 이 책의 표지를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드는 종이 인형을 문구점에서 발견한 기분이었다. 멋진 할머니랑 옷과 소품들이 내 취향이어서 읽는 내내 행복했다. 감기몸살을 앓고 난 후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서 의욕이 없는 연말을 보내고 있던 와중에 만난 에이코 할머니의 일상생활들이 다시 나를 힘나게 하는 시간이었다. 나처럼 몸과 마음이 늘어진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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