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들이 노래한다 - 숀 탠과 함께 보는 낯설고 잔혹한 <그림 동화>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숀 탠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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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렸을 때 읽어 준 그림책 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그림책이 두 권 있다. 한 권은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마다 눈물이 나서 나중에는 읽어주기를 포기한 책이고 나머지 한 권이 숀 탠 작가님의 "잃어버린 것"이다. '너무 바쁜 까닭에 소중한 것을 읽어버린 사람들에게 들려 주는 이야기'라는 부제에 혹해서 숀 탠이라는 작가님이 누군지도 모르고 아이들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었다. 이번 뼈들이 노래한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찾아본 작가님의 소개 글에 잃어버린 것이 있어서 참 반가웠다. 병뚜껑 수집이 취미인 화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 가면서 점점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꾀죄죄한 몰골로 친구랑 소꿉놀이를 하려고 풀, 꽃, 병뚜껑, 돌멩이를 주우러 다니던 어린 시절의 내가 생생하게 떠오르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숀 탠과 함께 보는 낯설고 잔혹한 그림 동화 뼈들이 노래한다! 내가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개구리 왕자(이 작품이 그림 동화의 작품이었다니 충격이었다)를 포함해서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라푼첼, 신데렐라, 브레멘 음악대,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 공주, 여섯 마리 백조, 엄지둥이는 나의 유년시절을 같이 했던 그림책이라서 참 반가웠다. 간략한 줄거리를 읽는 내가 아는 내용이랑 결말과 다른 동화들도 간혹 있어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책이 귀했던 시절 그림책 한 권에도 설레고 마음 졸이면서 읽었던 기억이 생각나는 시간이었다. 작가님의 조각 중에 라푼첼은 집에 두고 감상하고 싶을만큼 탐이 나는 매력적인 작품이었으며, 소름을 찾아 집을 나선 소년의 조각은 꿈에 나타날까 무서웠다. 어부와 아내의 물고기 조각은 어둡고 음산한 그의 조각들중에서 화사한 파스텔 색감이 딱 내 취향이었다. 어릴 적 읽었던 그림책들을 어른이 되어서 순화된 이야기가 아닌 그림 동화 원래의 낯설고 잔혹하면서 잔인하고 음산한 이야기들로 숀 탠 작가님의 조각품과 같이 읽어내려 간 뼈들이 노래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던 책이었지만 먼저 읽으신 분들의 칭찬에 혹해서 읽게 되었는데 안 읽었다면 매우 후회했을 것 같다. 동화나 만화를 가려서 보는 나는 꿈과 사랑과 희망이 있는 밝은 이야기를 선호하는 편이어서 불쾌하거나 음산한 그리고 미래도시 이야기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림 형제가 처음에 기록한 이야기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나는 어릴 적 내가 읽었던 순화되고 각색된 이야기 그대로 알고 살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이번 책을 통해서 숀 탠 작가님의 75개의 조각들을 시각적으로 감상하면서 그림동화의 요약된 줄거리를 읽고 난후 발췌된 이야기를 읽는 3단계를 거치면서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독서의 즐거움을 가졌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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