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예 예찬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보경 옮김 / 민음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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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에서 어찌 어찌 여기까지 흘러왔다.

- 음예예찬을 읽으니, 명문이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소설을 떠나서 일본에도 명문이 있구나. 국문과 출신은 다른건가?

- 앞 리뷰에서 공감한 부분.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통찰력이 있다. 지금 시대에 와서 보면, 그가 미래에 대해 언급(영화의 위치, 기계의 발달 등)한 부분은 상당히 정확했다는 걸 알 수 있다.

- 도쿄와 오사카의 비교 부분. 서울과 전라도의 차이? 오사카는 전라도 같은 느낌인가? 사람들이 속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잘 맞춰줘서 유해보이고, 음식이 맛이 좋고. 도쿄는 깍쟁이 서울 스타일. 다자이 오사무는 영락없이 도쿄 도련님이구나.

- 음예를 예찬하다. 그림자. 한 없이 밝고 선명한 것만 추구하는 요즘, 새겨볼만한 말이다. 이런 정신이라면 쓸데없이 죽음에 내몰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다른 작품들이 기대가 된다. 간단한 줄거리 소개만 읽어도, 읽어보고 싶은 작품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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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기 -하 한림신서 일본현대문학대표작선 22
하야시 후미코 지음, 최연 옮김 / 소화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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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구구절절하게도 가난의 처절함을 표현한다.
남자 생각은 구구절절 청승맞다.
온갖 공상을 다 한다. 어두운 사람.

엄청난 생활력과 의지를 가졌고, 동시에 주변 사람들을 챙겼다.
그러나 가난과 외로움이라는 현실에 갇혔다.

젊어서 단 한 번이라도 외국에 나갈 기회를 맛보았다면,
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 고생을 하고서,
겨우 서른 셋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이 사람의 정신병적인 생각의 흐름은
극도로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마음의 상태일 것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결국 요절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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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기 -상 한림신서 일본현대문학대표작선 21
하야시 후미코 지음, 최연 옮김 / 소화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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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야시 후미코는 이전에 '작가의 마감'이라는 책에서 그의 글을 읽고 인상적이어서 기억해두었던 작가다. 1900년대 초중반에 여성 작가가 이처럼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에, 그의 대표작도 궁금해진 것이다.


 방랑기는 가난에 쩔은 여자가 정처 없이 일본 땅을 방랑하며 적은 기록이다. 가난을 처절하게 견뎌내는 묘사에, 안쓰러움이 먼저 느껴진다. 방랑기(상)의 백미는, 글의 가장 마지막 부분이다. 본 저작에 대해 자신의 소회를 풀어내는데, 참으로 솔직하게 썼다는 생각에 전율이 느껴졌다. 사실, 앞부분은 그다지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는다. 아마 번역 상의 어려움 때문인 것 같고, 다만 시의 수준은 참으로 높은 것 같다. 시란 자고로 오글거리지 않아야 하는 것 같다. 서울 지하철 투명분에 붙어 있는 시를 보고 있노라면...


 다자이는 글을 썼고, 가난함 때문에 여기 저기 돈을 빌리려 다녔다. 하야시는 돈을 벌고 나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더 돈을 빌려주고 먹여살리기 위해 글을 더 열심히 썼다. 두 사람 다 명대로 살진 못했지만, 한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다른 한 사람은 글쓰기와 생활의 과로로 인해 과로사했다. 거의 동시대를 살아갔음에도 둘의 삶은 참 대조적이다. 자전적 이야기를 잘 써낸다는 공통점 외에.


 그 시대에 60만부나 팔렸단다. 대단한 인기였을 것이다. 요즘으로 치면 유명 배우에 버금가는 인기가 아니었을까. 그만큼 그 시대 사람들의 애환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간당간당한 삶에의 의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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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연속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3
사카구치 안고 지음, 유정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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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카구치 안고라는 사람이 궁금해서 찾다가, 첫 번째로 읽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추리소설에 그다지 흥미가 없는 나로서는 웬만하면 고르지 않았을 책. 그럼에도, 그가 어떤 얘기를 할 지가 궁금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유서에 대해 누구보다도 정확한 해석을 한 것으로 보이는 사카구치 안고. 다자이 생전에 친한 친구이기도 했지만, 명쾌하고 직설적으로 다자이의 머릿 속을 들여다본 결과를 얘기했던 작가다.

 

 불연속 살인사건의 소설 자체는 이름 구별하느라 소설 마지막까지도, 맨 앞페이지의 인물 소개란을 들춰가며 읽었다. 이전에 읽었던 에도가와 란포의 인간 의자 같은 소설이 훨씬 재미나고 기발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중간 중간, 특히 초반부에 인물 소개에 등장하는 그의 표현들은 그가 사람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관찰력이 뛰어나고 면밀한 사람이다. 다자이 유서 해석 건에서 증명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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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감 -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작가 시리즈 1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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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보기 드문, 좋은 책이다. 고만고만한 책들이 쏟아지고, 책을 이용해 장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넘치는 분위기 속에 이런 참신한 책이 나왔다니 참 반갑다.

여러 일본 근대 작가들이 나왔지만, 분명 엮은이는 다자이 오사무의 광팬일 것이다. 맨 첫 자리를 차지하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두 번 이상 나오는 작가 중 아마도 유일하게 사진을 두 곳에 다 넣은 게 다자이 뿐이다. 다자이를 좋아하는 사람 답게 엮은 글들, 이 책의 컨셉에 대한 발상, 감성이 묻어난다.

일본 근대 작가를 좋아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솔짇함 때문이다. 사소설이라는 장르가 유행이었던 것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마감을 앞둔 작가들의 분투기를 작가 스스로 표현한 것을 읽는 재미란.

그 시대가 그립다. 그들 하나 하나는 각자의 독창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갔으면서도, '동료', '친구'와 이어져 있었다는 점에서 그립다. 아무래도 현대 사회에서 그런 유대 관계를 그리는 것은 허황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당시의 잡지, 편집자, 작가를, 요즘 의과학계의 journal, editor, author에 빗대어 생각해 본다. 결국 글을 읽고 쓰고 주문하고 투고하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같구나. 그런데 사람의 정취는 어째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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