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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더스 ㅣ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주의: 본 리뷰에는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작 스타터스가 출간된지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정말 오랜 기다림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00퍼센트 만족스러운 결말이 아닐지 몰라도, 시리즈를 끝내는 데는 나름 나쁘지 않게 끝났다고 생각한다.
사실 전작 스타터스의 큰 줄기는 포자 바이러스로 인한 20~60세 인구들의 사망과, 남아버린 20대 이하의 스타터스, 60대 이후의 엔더스의 갈등을 바디뱅크라는 소재로 풀어낸 것이었다. 다만 엔더스는 스타터스에서 보여준 구도에서 벗어나고 만다. 후속작인 엔더스에서는 바디뱅크에 몸을 빌려줘 머리에 칩이 이식된 스타터들인 메탈들과, 메탈들을 엔더들에게 팔아 넘기려는 올드맨, 올드맨을 막으려는 캘리와 그 일행들을 중심으로 흐르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작에서 보여준주었던 고령화 사회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배경 설정들이나, 스타터스에서 나온 설정을 더욱 활용해 심화된 스토리 전개를 기대한다면 엔더스에서 실망할 수도 있다. 스타터스에서 이어지는 "엔더스" 라는 제목과 다르게, 내용은 전작보다 더 스타터스들인 주인공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더구나 책도 더 얇아졌다!
전작에서 올드맨을 놓아주고 만 캘리는 자신의 칩을 통해 올드맨이 말을 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엔더스에서 올드맨은 살인방지 기능이 제거된 캘리의 칩을 얻기 위해 더 집요하게 그녀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미 올드맨은 캘리 뿐만 아니라, 칩이 이식된 다른 메탈들에게 마수를 뻗치는 중이고, 캘리는 그 뒤에 있는 올드맨의 음모를 알게 된다. 캘리는 그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하이든, 언제나 그녀를 도와주던 마이클과 함께 메탈들을 구하고, 올드맨의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다.
간단한 플롯이지만, 나름대로 잘 짜여진 설정이 바탕이 되어 있는 탓에 읽는 중에는 크게 몰입이 방해되거나 하진 않는다. 어차피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캘리고, 그녀가 올드맨에 대항하는 과정이 주 이야기니까 말이다. 캘리가 올드맨에 접근하기까지의 과정이 스타터스에서부터 차근차근히 순서대로 이뤄지고 있고, 올드맨의 정체나 그의 목적이 밝혀지는 2권이기에 올드맨 하나에 집중한다고 해도 충분히 본전은 뽑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두루뭉술하게 설명되는 설정들(포자 바이러스, 역 조종이 어떻게 가능한지 등등)이 없다고 할 순 없고, 전작 스타터스와 확연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좀 아쉽긴 하다. 메이슨이나, 로렌은 나오지 않거나 지나가듯이 언급되며, 케빈과 엠마의 경우 전작의 중요 미스터리였던 것과 다르게 존재감이 너무 가볍거나 없다. 오히려 스타터스에서 모든 미스터리를 다 풀어내고, 엔더스는 다른 이야기로 가는 것이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좋은 SF 소설이라곤 할 순 없지만, 잊지 마시라, 이 책은 YA 소설, 블랙 로맨스 클럽의 일부라는 것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나와서 사건을 해결해가는 모습이나, 러브라인은 이 소설이 충실하게 제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사건이 계속해서 터지는 가운데서도 잊을만 하면 남자 캐릭터들과의 미묘한 썸(?)이 한 번씩 나와주고 있다. 전작에서 페이크 남자 주인공으로 밝혀져 독자들을 벙찌게 한 블레이크를 대신해줄 새로운 남자 하이든이 등장하고 변함없이 캘리를 지지해주는 마이클이 있다.(물론 마이클이 더 적극적이고 캘리와 진한 관계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전작의 경우 재미있게도, 남자 캐릭터의 외모 묘사에 할애하는 지면이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인데 엔더스도 마찬가지다. YA 소설 대부분이 다양한 설정외에도 러브라인에 상당부분 무게중심을 두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엔더스는 적어도 이 부분에서 만큼은 YA소설 평균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좀 아쉽다.
몇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엔더스는 충분히 스타터스와 함께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스타터스를 꺼내서 다시 읽으면서 요 사흘간은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엔더스를 읽기 전에 스타터스를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