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제갈량 1
김달 지음 / 레진코믹스(레진엔터테인먼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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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바탕으로 한 2차창작 만화는 이미 셀 수 없이 많다. 번역본의 경우에도 여러 작가들이 번역에 참여해서 서술이나, 문체가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출간되고 있기도 하고. 만화나 애니메이션, 웹툰까지 삼국지의 영향력이 안 퍼져있는 곳이 없다.


그런 점에서 여자 제갈량은 제목부터 사실 눈길이 좀 갔다. 이미 만화나 애니메이션 쪽에선 연희무쌍, 일기당천 같은 삼국지의 캐릭터성을 빌려와 성별을 바꾼 작품들이 꽤 오래전부터 선보여왔고, 이 작품도 그런 작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다만 이번엔 책사만 성별을 바꿔본 작품인가 보다. 이런 생각도 했고. 일본쪽에선 흔히 '모에'라는 코드가 다방면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한국도 그런 인기에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니. 사실 이 웹툰을 보게 된 건, 너는 얼마나 다른지 한번 보자 같은 심보였다는 걸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만화는 주요 인물들 모두를 성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책사들을 성전환하는 걸 선택했다. 곽가, 순욱, 제갈량, 가후, 사마의. 방통, 육손 같은 인물들. 모든 인물들을 성 전환하지 않은 것은 이미 시도한 작품이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뭐 여기까지는 그냥 성 전환 작품으로 생각하게 된다.


근데 웬걸. 내 생각이 크나큰 착각이라는 것이 첫 에피소드를 읽을 때부터 드러나 버렸다. 일단 이 작품의 눈에 띄는 장점은 단순한 성별전환에서 끝나는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성으로 인해 받는 시대적 차별, 체념, 사회에서 그들의 위상, 억압등이 성별 전환을 통해 중심 소재로 드러나고 있고 거기에 원작의 캐릭터성과 잘 어우러져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권은 시대 순서상 유비진영 보다는 조조 진영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인데, 앞에서 말한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 고민등을 보여주는 곽가와 순욱은 (특히 곽가!) 이 작품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물론 이 작품은 아직 단행본이 1권밖에 나오지 않았고, 2권이 출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향후 이 작품이 어떻게 전개될 지 알수 없으나 1권만 보고도 이 작품에 기대를 품게 됐다.


오히려 이 작품의 감상을 제대로 방해하는 건, 몇몇 선구자(?)들의 행보나 코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남성 독자를 향한 성적 소구나 안이한 캐릭터 활용, 원작과 비교해 너무 동떨어진 스토리 같은 요소들 말이다. 이 작품도 제목만 보고 그런 작품이겠지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고, 제목이 의외로 벽으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약간의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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