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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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량의 장편. 정말 오랜만에 완독한다. 마지막 장을 덮고 맺힌 눈물을 마저 닦는데, 그간의 2주의 시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전작을 읽고서 그저 위험하고 낯선 땅이기만 했던 아프가니스탄이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했던 것처럼, 흐릿하고 아련하기만 했던 것들이 가슴으로 다가와 온정신을 채운다. 익숙한 느낌이다. 아니, 더 압도적이고 더 강하다. <그리고 산이 울렸다>란 제목에서처럼.

 

 

 

아프가니스탄의 가난은 아버지와 딸과도 같던 남매를 떨어뜨렸다. 어린 동생 파리를 향한 오빠 압둘라의 지극한 사랑은 첫 장면서부터 끝장면까지 감동이다. 동생이 좋아할 새의 깃털을 얻으려고 자신의 신발마저도 포기해버리는 사랑이다. 그러나 이들은 가난 앞에서 생이별을 해야 했고, 파리는 삼촌 나비가 일하는 부잣집의 어린 딸로 보내지게 된다. 긴긴 세월의 끝,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 너무 슬프게도 지나치게도 현실적인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책의 중심이다.  

 

 

또한, 같은 시대를 사는 한 개인으로서 한명 한명의 이야기도 함께 전개된다. 압둘라와 파리의 의붓어머니, 부유한 주인 밑에서 일하는 하인 나비, 미국으로 망명한 아프간인 의사, 압둘라와 파리의 고향을 점령하여 사는 아델의 가족, 아프간인을 돕는 그리스인 의사, 압둘라의 딸 등 다양한 화자가 그들의 삶을 풀어놓는다.

 

 

 

책의 촘촘한 구성에 감탄하였고, 인간사란 얼마나 광활한지를 느꼈다.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좀 더 보편적인 개인들의 삶을 다뤘다는 데에서 공감이 더 갔다. 무엇보다도 슬픔의 힘이 너무 압도적이었는데, 책 속 인간의 무력한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열심히 살면 환경이나 운명 따위는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을 비웃는 것처럼, 거대한 시간과 세월의 흐름은 매몰찼고 인정이 없었다. 그 앞에서 인간은 아주 작은 존재이며 고통을 피할 수 없는 그런 존재 같아서 많이 슬펐다.  

 

 

이렇게 이 책은 정말 현실적이다. 인간이기에 겪는 필연적인 고통을, 굳이 인정하고 싶지 않고 외면하고 싶은, 막연한 그것을 가져다주고는 고민하게 하는 그런 책이다. 그래도 희망적이다. 이 책 속의 화자들이 그들 자신이 끌어안고 사는 상처를 사랑으로써 조금씩 벗어나려 하는 것에서 기대가 생긴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두 사람의 맞닿은 어깨처럼, 파리의 꿈처럼 그래도 행복을 기대하게 한다. 그래도 행복을 상상하고 깊숙이 간직하게 하는 책이다.

 

 

울림이 깊은 소설이란 말을 끝을 읽고 나서야 이해하게 됐다. 정말 슬프지만 아름다운 책, 사람의 상처를 마주보게 하는 책 <그리고 산이 울렸다>는 전작의 명성을 그대로 간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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