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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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주는 포근함이 그리워 책을 읽다 말고 창밖으로 가 한참을 서 있었다. 차를 타고 어디로 놀러갈 때면 어디든 따라다니는 환한 달이 좋아서 눈 빠질 듯 바라볼 때가 있었는데... 요새는 달을 언제 봤는지, 참 세월이 빠르다, 싶었다.

 

추억과도 같은 달이 새로운 이야기를 선물해주었다. 소소하고 포근하고 유쾌하면서 한편으로는 쓸쓸한 스물여섯 편의 평범한 이야기. 저자가 두런두런 말을 거는 여유가 달을 건너 내게 와 닿으니 어느새 편안함이 피어났다. 빵 터지는 웃음은 아니어도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어느 이야기가 기억에 새겨져서 나도 모르게 그걸 실어 누군가에게 건네 보기도 하고...

 

어느 겨울 사료 접시를 두고 벌어진 까치떼의 소란 너머 '나'가 중얼거린 말들, 주인의 무관심 속에서도 제 할 일을 끝낸 물옥잠과 우편배달부 아저씨, 11월에는 집에 가기 싫은 '나' 그리고 고양이 남자, 뱀을 먹어 배운 인생 수업, 할머니의 "상추 씨 뿌려야는디..."

 

초승달, 반달, 보름달, 그믐달에게 전하는 잔잔한 이야기보따리는 분명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풀어놓은 것인데 아주 특별한 인상을 주었다. 구름 위인지 달의 품인지 어딘지 모르는 어느 아련한 곳에서 사람들의 정겨운 일상을 직접 살펴보고 있는 그 이상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흥겹고 때로는 슬프기도 하여 마음이 푸근해지는 책이다. 달과 함께 한 새로운 기억이 하나 더 생겨 반갑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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