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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로스의 똥으로 만든 나라 - 누구나 꿈 꾸는 세상
후루타 야스시 지음, 요리후지 분페이 그림, 이종훈 옮김 / 서해문집 / 2006년 5월
평점 :
새의 똥이 쌓여서 만들어진 나라가 실제로 존재한다니! 아주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가진 이 나라는 바로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 공화국이다.
앨버트로스란 새가 똥을 싸서 생긴 엄청난 행운은 바로 자유였다. 돈으로부터 오는 넉넉한 자유로 섬나라 원주민들은 일할 필요도 없었고, 먹고 싶은 대로 먹을 수 있었으며 필요한 복지는 국가에서 다 받는 부자 나라의 배부른 국민이 되었다. 포동포동 살이 찐 국민들은 교육비도 전기세도 병원비도 결혼 자금도 다 지원받는 등 세금 한 푼도 내지 않고 아주 즐겁게 유유자적하며 살았다. 어디 동화 속 나라처럼.
책은 나우루에 찾아온 새의 똥이란 행운이 이 나라를 어떻게 집어삼켰는지까지 다루고 있다. 세계 대전의 강대국으로부터 갓 독립한 작은 나라 나우루가 똥이 굳어 만들어진 인광석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는 사실, 거기서 시작된 자원의 낭비와 사치가 결국 추락을 급속화했다는 사실은 심각한 고민거리를 제공한다. 얇지만 가볍지는 않은 것은 이 작은 나라의 초단기 흥망성쇠가 낯설지 않다는 데에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산업, 과학 혁명이 가져다준 전세계적인 변화 그리고 나우루 공화국의 급속한 위기는 참 많이 닮아있다. 나우루의 사람들이 앞일을 충분히 내다보지 못했다는 점과 그로 인해 그들 조상들의 고유한 문화가 거의 사라지기 직전이란 점은 생각 없이 사는 삶의 위험성에 대해서 경고를 주고 있는 것이다.
한때의 부유국의 모습에서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는, 얽매임 없는 그들의 자유가 너무 부럽기는 했어도 가져온 결과를 보니 자유에도 어느 정도의 제재와 책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무작위로 얻은 것보다는 땀 흘린 후 얻을 자유가 더 보람차고 감사하게 느껴질 것 같다. 교훈이 많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