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 언니 - 권정생 소년소설, 개정판 창비아동문고 14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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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하고 부르면 마음속에 흰 구름이 피어나고 미소가 그려지는 듯 산뜻한 느낌이 남는다. 입가에 남은 기분 좋은 느낌에 몽실이는 작고 연약하고 귀여운 천진난만한 소녀라 생각했었다. <몽실언니>가 참 슬프고 눈물 나는 이야기인줄 몰랐듯, 몽실이도 왜 자신이 몽실 언니가 되어야 했는지 몰랐을 것이다. 소녀는 전쟁이 만든 가난하고 불쌍한 고아였지만 거칠고 여린 손과 절름발이 발로 모두를 포용한 강인하고 착한 어린 언니였다.

 

이 책에서 몽실이가 겪는 모든 일들은 광복 이후 우리 민족에게 일어났던 실제 사건이다. 배고픔을 못 이겨 다른 곳으로 시집간 어머니, 부상당한 다리를 고치러 갔다가 객사한 아버지, 남은 이복동생들... 몽실이의 가족사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도 불행을 다투는 처지다. 그러나 사람들이 삶에 괴로워하고 지쳐있을 사이에 몽실이는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한다. 어린 소녀는 모두가 사람과 사람으로 만났다면 이런 끔찍한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던 주변 사람들을 위로하고 이해하려 애쓴다. 한편으로는 이런 몽실이가 낯설기도 하다.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열 살가량의 작은 어깨에 짊어지는 걸 보면서 그 아픈 시대를 겪고 이겨낸 몽실이 세대가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가 얼마나 위대한지 가슴으로 느낀다.

 

소설 속의 38선이 지금 현실에서도 지워지지 않은 채로 계속되고 있다는건 정말 안타까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의 결말이 결말로 다가오지 않는다. 지금 누리는 풍족과 여유에 감사하면서도, 한반도를 가르는 선이 사라지지 않는 한 평화란 사실 없다는게 실감이 간다.

 

모두가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몽실이의 따뜻한 마음을 공감하고 닮아서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임했으면 좋겠다. 참 슬프고 아름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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