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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독서 전략 - 21세기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권영식 지음 / 글라이더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독서의 위대함을 칭송하는 책들, 사실 내용이란 게 비슷비슷한 것들이다. 팁 같은 걸 찾을 요량으로 조급한 마음을 가다듬고 펼쳐 보고는 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결국 실천이 따르지 않는 한 이미 아는 내용의 반복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책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독서를 사랑하라는 뻔한 내용이 나올 것이고, 실제로는 나의 의지가 없고선 그런 소리도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산의 삶을 되짚으면서 내가 그동안 놓쳤던 것이 아주 중요하고 컸음을 깨우쳤다. 독서해야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스스로 찾으려 하지 않았던 것을. 그저 이걸로 멀 해 먹을까, 하고 글의 표면의 이윤만 따지고 있었고, 책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보다 당장의 이익을 탐하려는 마음이 컸었다. 지식을, 재미를, 위로를 얻는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대고는 있었지만 목적이 수단에 불과하였다. 다산 정약용의 책을 향한 티 없는 열정을 보면서 물었다. 나라면, 세상으로부터 배척당한 상황에서도 즐겁게 독서할 수 있을까?
이 책이 정말 고마웠다. 방법적인 측면에서 소개되는 ‘정약용의 삼박자 독서법’(내용을 깊이 성찰하며 읽는 정독, 깨달음을 기록하며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읽는 질서, 중요한 구절을 옮겨 쓰는 초서로 독서의 기쁨을 얻는데 정말 유용한 독서법이다)보다 눈과 귀를 끌었던 것은 독서하는 목적을 배우는데 있었다.
다산이 그토록 책을 사랑했던 이유에서 그의 책을 향한 가치관을 알 수 있다. 독서만이 가장 잃기 쉬운 자기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 확신했던 그는 곤궁한 환경이 ‘오히려 학문의 근본 정신을 가리지 않아 깨끗한 마음으로 독서를 할 수 있’게 한다고 하였다.
독서는 우리의 정신을 고귀하게 만들고 깨끗한 마음을 갖게 한다. 그래서 큰 뜻을 품게 한다. 독서는 자신을 넘어 세상을 품을 수 있는 여유와 멋, 일에 대한 열정을 가져다준다.(P60)
다산이 독서의 목적을 벼슬길과 영화로움을 추구하는 데 두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겪은 숱한 시기와 질투에 볼 수 있다. 독서로 다듬은 학문적 깊이와 성품이 남달랐고, 깊은 성찰로 얻은 생각을 표출하는데 신중하였으며 또한 거침없었다. 자신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백성과 세상을 살리는 가치 있는 독서를 참된 독서라 알고 올곧게 실천했던 다산. 책 앞에서 겸손을 잃지 않는 사람이었다.
책 속 스승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잘못을 드러내고 반성하는 자세에서 독서군자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20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이루어진 만남을 다산은 아침마다 즐겼다. 이러한 만남을 즐기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며, 이는 책을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P67)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책을 사랑해야 하는 근본 이유를 알려준 이 책. 소중한 가르침을 배웠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