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다시 만나면
게일 포먼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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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하지 않고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미아. 전작의 깊은 여운을 간직한 채 <너를 다시 만나면>에서 이들을 다시 만났다.

 

미아는 ‘네가 남아준다면 네가 남아주기만 한다면’ 애절히 바라는,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손을 꼭 잡았다. 그녀가 선택한 삶의 힘겨움에서 다시 주저앉지 않도록 애덤의 손을 놓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네가 있어준다면>의 끝이다. 가족을 사고로 떠나보내고 홀로 살아남은 미아를 애덤은 온 정성을 다해 보살피겠고, 이들은 아문 상처를 보듬고는 영원한 해피엔딩을 맞을 것이다. 흔히 보는 소설에서의 사랑은.

 

그런데 또 다른 시작에서 이들은 헤어져있다. 죽음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다시 만난 운명인데, 이제 행복해지기만 하면 되는데. 서로 사랑하는데? 왜? 허탈한 독자에게 끝없는 의문만 남겨두고는 저 멀리서 각자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사실 전작에서도 미아를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죽느냐 사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미아의 처지가 되어 본게 아니니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무턱대고, 남아있는 사람들을 기억해, 어서 깨어나, 응원을 보냈다. 이번에도 여전히 사랑하는데 깨뜨려버린 이런 사랑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냥, 이 둘이 다시 만나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다시 만나나, 못 만나나? 이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주인공들을 비롯해서 이들이 처해있는 상황은 전부 픽션이다. 실연의 아픔으로 곡을 써 그 곡으로 대형 스타가 된 애덤이 미아의 연주회 포스터를 우연히 보고 미아를 다시 만나게 된다는 설정 등. 그런데 이들이 상황을 풀어가는 방식은 정말 현실적이다. 미아가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극적인 반전이나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상황 앞에서 모든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 채로 결정된다. 그 때의 삶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다. 애덤이 미아를 살리기 위해서, 미아가 짊어진 상처를 내려놓기 위해서 선택한 선택이 그 때는 최선이었다. 현실에서의 사랑은 그랬다.

 

그러나 다음에 또 그런 상황이 온대도 나는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이제는 알겠다. 나는 천 번이라도 약속하고 천 번이라도 그녀를 잃을 수 있다. 엊저녁과 같은 그녀의 연주를 들을 수만 있다면, 아침 햇살 속의 그녀를 볼 수 있다면. 아니 그조차 없어도 된다. 그저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음을 알 수만 있다면, 살아만 있다면.(본문에서)

 

풋풋했던 사랑이 슬프게 성숙해 가는 과정이 좋았다. 미아와 애덤의 아무것도 크게 문제될게 없던 그 때의 사랑을 기억하기에 그냥 지켜보는데도 슬픔이 밀려왔다. 덮고서도 쉽게 가시지 않는다. 책의 표지와 내용처럼 어울리지 않고 엇갈리는, 슬프면서도 포근하고 몽롱해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런 느낌. 전작보다 더 마음에 드는 후작 <너를 다시 만나면>, 소설이 준 이 느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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