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드로잉<이지 드로잉 노트>

이지 드로잉 노트 ㅣ 이지 드로잉 노트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2년 4월

미술은 재능과 창의력 넘치는 사람들의 영역 같아서 쉽게 다가가기가 힘들다. 뭘 그리라고 하면 덜컥 겁이 난다. 이것은 어릴 때 미술 학원을 다니며 실력 대신 열심히 쌓은 공포증 비슷한 것이다. 모방하여 그리는 건 곧잘 했지만 흰 도화지를 보고 있으면 왜 머릿속이 새까매지는 건지...

지금 돌이켜보니 선긋기부터 망설였던 것 같다. 시작은 해보자고 그린 밑그림 지우고 지우다가 시간 다가고 힘 빠지고... 첫 단추을 잘 매야한다는 강박감이 이쪽 분야에서도 제 역할을 하고는 했는데, 이 기분이 내 예술 표현(?)의 최대 적이었다.

이 책은 드로잉을 주저하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쓰인 책이다. 책이라기보다는 들고 다니며 끄적거리는 연습장 같다. 책과 함께 연습할 것은 바로 선 그리기이다. 야심차게 선 그려보자 했는데, 배송 후에 내용을 보고 약간 실망했다. 무슨 설명이 이리도 없지? 해서. 그런데 선을 조심스럽게 따라 그으며 생각하니 필요한 건 꾸준히 노력하며 즐기는 자세였다. 자신감이 재료였다.

약간의 용기와 시간만 낼 수 있다면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틈틈이 연습한다면 소질과 상관없이 배우고 익히면 평생 동안 즐길 수 있다. (뒤표지에서)

책장의 공간을 선으로 천천히 채우다보면 드로잉 잘하라는 말보다는 즐겁게 하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느끼게 된다. 이 책의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는 시간을 나만의 여유 있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부담을 없애면 새로운 관점이 피어난다는 것이다. 스케이팅을 타듯 자유롭게 그려보라는 저자의 말을 따라 눈을 감고 여백을 채우니 정말 날아갈 것 같았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p74)

여유 있게 그리기, 조급하지 않기도 이 책을 읽을 때 가질 마음이다. 또 한 가지는 예술은 지친 영혼을 달래는 놀이고, 심각할 이유가 없고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도 아니라는 저자의 조언을 믿고 시작하는 것이다.

차근차근 그려봐야겠다. 재미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