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 2012년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전민식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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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결말이 일부 포함되어 있어요.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제목도 작가 이력도 특이해서 관심이 갔다. 근데, 딱 중간까지만 좋았다. 그 뒤를 열심히 읽고 난 지금은...

 

 

컨설턴트로 승승장구했던 남자, 임도랑은 진주라는 여자에게 꼬임당해 회사의 정보를 내어주게 된다. 이용당해 버려졌다. 진주에게. 모든 것을 책임지고 진주만 있으면 된다는 심정으로 회사를 나오게 되었는데!

 

그는 이제 노숙자다. 개에게 끌려 다니고 고기집 불판을 닦아 시간당 오천원 받고 일하는 처지다. 가끔 역할 대행업체에서 일이 들어오기도 한다. 결과야 어쨌든 남자는 성실히 일한다. 보람이 있었다. '기회를 잡을 줄 아는게 장점'인 남자에게 행운이 걸어온 것이다. 고가의 개가.

 

팔면 서울 집하나 장만할 수 있다는 짱아오 '라마'다. 그렇게 개를 산책시키는 대가로 보름 마다 보수 이상의 답례를 받는다.

 

믿음은 쌓아져 가고, 운명은 그를 다시 궤도 안으로 이끈다.

 

이 책은 라마를 맡기 전까지가 현실적이다.  

 

도시의 오염된 공기 때문에 별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도시의 공기를 탓하지 않았다. 별빛이 흐려졌다고들 말했다. 고향집 뒷산에만 올라가도 흰 소금처럼 박혀 있는 별들을 볼 수 있었다. 언제 별들을 보았던가? 쉽게 위선을 떨고 살면서 내 눈 속에서 별들은 사라졌다.(p90)

 

미래만 보며 죽어라고 달렸던 남자가 불판을 닦으며 하늘도 보고 추억도 돌이킨다.별들을 보며 감격하기도 하고, 때로는 후회와 비탄에 빠지기도 한다. 버려진 사람들, 사연 있는 개는 그의 상처를 알아보고 손을 내민다.

 

딱 여기까지 수상평에서의 '사람 냄새' 풍겼다. 삶이 허무하다고 끝은 아니구나 하며 포근한 마음으로 읽었는데....

 

소설의 끝은 허무했다. 라마는 죽고. 우유부단에 빠진 채로 남자는 순식간에 다시 궤도 밖으로 밀려나고. 몽몽 원장은 왜 등장해서 그 지경이 된건지.

 

특히 '삼손'이란 대행업체 주인이 상처 받는 사람들을 위로한다고 쓰는 이상스런 방법... 사람의 질량이 어쩌고저쩌고 죽어도 어쩌고저쩌고 하는... '가슴 시린 치유의 풍경'치고는 오싹하다. 

 

물론 소설의 끝은 끝이 아닐거다. 그는 다시 일어서서 계속 걸어갈테니까.  

 

그러나 담은 것이 너무 극단적이었다. 희망을 느껴야할 또다른 그의 시작에서, 그냥 어수선했다. 현실에서 튕겨 나가버린 것 같은 기분. 한창 읽었을 때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뭘 빠뜨렸고 뭘 읽어야 했는지 잘 모르겠다.

 

중간까지는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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