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 55
파트리크 라페르 지음, 이현희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제목이 내용 전부를 말해주는 책이다.

 

우리는 욕망을 품고 산다. 죽어 사라져도 기억으로든 기록으로든 존재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은 인간이 품는 욕망이 정말 끝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즉 존재하니까 욕망한다. 그러니 사랑도 욕망의 표현 아닐까. 사랑하면서 느끼게 되는 내 존재 그리고 누군가를 통해 기억되는 내 존재…

 

이 책은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욕망을 담고 있다. 남성 위주의 공쿠르 상에 반한다는 의도로 제정된 페미나 상 수상작이라 한다. 상의 심사위원이 모두 여자인데, 수상작의 작가는 남자다. 왜 그럴까 했는데, 작품 자체가 여성적이었다. 여성이 좋아할 만한 삼각관계 구도. 또 나른 나른하다고 하나? 여하튼 뭔가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필력(나한텐 좀처럼 책장 넘기기 힘든 필력이였지만). 이런 것들이 뭉쳐서 자극된 감성으로 한 여자를 욕망하는 두 남자의 흔하고 흔한 사랑 이야기는 색다르게 다가온다.  

 

블레리오는 파리에서 프리랜서 번역가 일을 한다. 그에겐 지적이고 유능한 아내가 있긴 하지만 같이 살긴 해도 이미 벽을 둔지 오래다. 그는 따분한 일상을 깨고 다가온, 운명이라 확신하는 노라를 그리워한다. 눈앞에 없어도 블레리오 머릿속에는 언제나 노라가 있다. 블레리오가 그러는 동안 노라와 함께 살았던 머피, 하버드 출신의 경제력 좋은 증권 중개인으로 런던에 살고 있다. 어느새 머피는 상상조차 못했던 사랑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과거 모든 것들은 사랑이 아니었다고 믿게 한 사람.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사라졌다.

 

노라는 이렇듯 두 사람 사이를 오간다. 블레리오 앞에 나타나 그의 욕망에 동참하여 함께 웃고 즐기기를 하다가 돌연히 사라져 머피에게로 간다. 곧 노라는 그녀의 사랑도 진실 되기를 바라는 그러나 아무것도 따지지 않는 머피에게 기대고 있다.

 

불 같고 물 같고 바람 같다. 각자의 사랑 방식이다. 한편으로는 이처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결국 이 차이가 이들을 지치고 또 미치게 했다.) 이해도 공감도 잘 되지 않는다. 특히 바람 같은 여자 노라가 그렇다. 그녀가 정말 원하는게 사랑인지 아님 자유인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그게 그녀의 욕망이다.

 

이 책에서 드러난 욕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것이다. 사랑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 말이다. 작가는 현재형으로 진행된 문장을 통해 이것을 눈앞에 생생히 펼쳐 보였다. 한편의 영화 같이.

 

생각해보니 이 책이 페미니 상을 받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때때로 남녀의 사랑을 다룬 소설을 보다가 안타까운 삼각관계가 등장하면 이 사람과 잘 되면 좋겠는데 하면서도 그럼 저 사람은 어찌 되는 건지 하게 된다. 그러다가 그냥 다 응원하고 싶어진다. 둘 다 함께 할 수는 없나? 욕망 비슷한게(?) 생긴다. 이 책의 노라가 여성들의 그런 욕망을 대변해줬다고 해야 할까. 노라를 이해하려고 했더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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