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펀드매니저와 거래하라 - 냉혹한 투자 게임에서 내 돈을 지키려면
찰스 D. 엘리스 지음, 이건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번역하신 이건 님은 훌륭한 번역자다. 번역을 매끄럽게 할 뿐만 아니라, 워낙에 양서를 잘 골라서 번역한다. 이 분이 번역한 책을 몇권 읽었는데 전부 아주 훌륭했고 배울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번역본 제목이 좀 마음에 안든다. 협소하고 잘 안 와닿는다. 원제는 <Winning the loser's game>다. '패자 게임'에서 이기자는 거다. '패자 게임'이란 테니스나 탁구 같은 게임에서 잘 하는 사람보다 실수를 안 하는 쪽이 이기는 걸 말한다. 굳이 고급 기술을 익힐 필요도 없다. 그냥 네트만 잘 넘기는 쪽으로 집중하다보면 상대편에서 실수를 하게 되고 점수를 쌓아서 이기게 된다.


이걸 투자에 적용시켜보자. 다른 투자자들을 이기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고민하지 말고 인덱스에 투자하면 된다. 교수들이 논문으로 써낸 효율적 시장가설이다. 이 주장에 동조하는 집단도 있고, 반대하는 집단도 반반쯤 된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개인 투자자가 아닌 기관중심으로 재편되고 많은 분석가과 펀드매니저가 분석에 몰두할수록 그들의 의견이 집단적으로 반영된 인덱스를 이기기는 점점 어렵다는건 정설에 가깝다. 미국에서는 과거에 그랬고 2000년대 이후 한국 시장에서도 관측되는 현상이다. 그래서 돈은 유명하다는 펀드에서 나와서 ETF쪽으로 흘러간다. 이건 글로벌한 추세다. 그런데 워낙 생물체 같은 시장이라, 이런 흐름이 극단으로 가면 또 어떤 반작용이 있을지 개인적으로 궁금해 하고 있긴 하다. 


단기적으로 시장을 이긴 매니저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시장수준으로 수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도 그렇고 하워드 막스의 명저 <투자에 대한 생각>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평균 회귀' 개념이다. 매니저의 특성을 지지해온 시장의 스타일이 180도 바꿀 수도 있다. 매니저가 계속 잘하다보면 자만에 빠질 수도 있다. 잘하는 매니저에게 돈이 점점 몰리다보면 포트폴리오가 시장에 가까워지고 엣지를 발휘하기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여러가지 이유에서 장기간으로 시장을 꾸준하게 이기는 사례는 그만큼 희귀하다. 


인덱스에 의한 분산투자 뿐 아니라 장기투자를 강조한다. 단기적으로 시장은 무질서하고 변덕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공포와 탐욕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식 투자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식의 시각이 많다. 시장은 불안하고 펀드매니저도 못 믿겠으니 아예 짧게 치고나오자는 식의 투자관도 많다. 분기도 길고, 월간이나 주간단위 수익률에 집착해서 매니저를 달달 볶는게 일부 투자자들의 문화다. 


그러나 장기로 보면 노이즈와 감정이 희석되고 이성이 남는다. 논리적인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즉, 장기로 보면 이론에 따라 예측한대로 수익이 나온다. 그래서 합리적인 투자, 잃지 않는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할 수 없이 장기로 할 수 밖에 없다. 그게 진짜 투자다. 특히 수백조, 수십조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이나 기관들은 이러한 틀과 관점 속에서 자산배분을 하고 원칙을 세워서 장기로 투자한다.


펀드매니저의 관계에서도 저자는 "위대한 고객이 위대한 펀드 매니저를 만든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인 성과는 표본에서 추출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매니저가 잘하는지 판가름하고 싶다면 충분히 장기간 지켜봐야 된다. 투자에는 운이라는 요소도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매니저를 볼 때 최근 단기성과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미리 합의된 투자 철학과 원칙을 어기지 않았는지 등을 잘 보는게 낫다.


그밖에도 장기간 투자할때 인플레이션이나 세금의 영향, 장기 자산배분시 유의점, 주식이나 채권의 기대 장기 수익률을 결정하는 요인들에 대한 분석도 눈길을 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하워드 막스의 <투자에 대한 생각>에 비견될 정도로 양질의 조언과 인사이트로 가득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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