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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배우다 - 불확실성의 시대, 우리가 알아야할 새로운 돈의 프레임
권오상 지음 / 오아시스 / 2017년 3월
평점 :
자본주의 세계에서 살고 있지만 돈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는 드물다. 학교에서 복잡한 회계나 재무, 또는 투자론은 배웠어도 생활 속에서의 돈 그자체에 대해서 배우고 고민해본적은 없다. 학교에서는 질좋은 노동자가 되기 위한 수리능력, 외국어능력, 언어능력을 기르고 과학적 지식이나 상식을 습득하기 바쁘다. 그렇게 비슷한 대중교육을 받은 사람들과 경쟁해서 다행히 선택되면 월급을 받기 시작한다. 카드값으로 다 나가고 근근히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티면서 높아져가는 집값을 보며 망연자실 살아가는게 우리들이다. 돈을 어떻게 벌고, 불리고, 어떻게 쓸지에 대해 차분히 고민해본 적은 없다. 더구나 돈에 대한 철학이라면 언감생심이다.
저자는 공학박사로 MBA를 한 후 외국계 금융회사를 다니고 현재는 금감원에 근무한다. 그동안 책을 많이 쓰셨다. 내가 처음에 만난책은 <파생상품 금융설명서>였다. 이론과 실무를 깊게 경험해보신터라 내용도 알찼지만, 시각이 남달랐다. 안타깝게도 금융관련 책은 한국 저자가 쓴 책 중에서 괜찮은게 많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 분만은 예외다. 외국 저자와 비교해서도 손색없는 독특한 시각을 보여준다.
이 책은 현실 속의 돈의 3가지 축, 버는법, 불리는 법, 쓰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근본적인 전제에 대해 의심하고 따져본다. 남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입된 지식이나 상식, 또는 금융회사에 의해 널리 퍼져있는 논리에 대해 뒤집어 생각해본다. 정말 어떻게 생각하는게 맞고 뭐가 진실인지 알아본다. 그러면서 생활속에서의 돈, 금융에 대해 여러가지 통찰을 준다. 그러면서 도달하는 것은 엄청 대단한 진리나 비밀이 숨겨져 있는건 아니고 상식적인 얘기다. 그렇게 얻어진 상식적인 얘기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어쩌면 진실을 가리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달콤한 거짓말이 듣고 싶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평범한 진리는 "쓰는 돈이 버는 돈을 넘게 하지 말라"라거나 "재테크나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되겠다는 발상은 신기루에 가깝다"는 것이다. 돈 불릴때 있어서도 자본이득을 노리는 건 위험하다고 얘기해준다. 예금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것처럼 나쁠 것이 없다고 한다. 흔히 1%의 수익률 차이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하고, 이런 작은 차이가 복리로 쌓이면 장기적으로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고 겁을 준다. 그러나 정말 부자가 아니고 돈 액수가 크지 않다면 1% 수익률 차이 때문에 원금이 손상될 리스크를 감수할만큼 큰 의미가 있는 수치는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의 주인이 누구인지, 거기서 생산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노동자는 얼마나 약자인지도 일깨워준다. 나라의 각종 제도도 기업에 훨씬 유리하게 되어 있다. 회사는 이자비용이나 자동차 임대비용 등 각종 지출을 비용으로 떨어서 세금을 절약시킬 수 있다. 또한 심지어 법인세는 개인소득세보다 낮다. 찰스 헨디의 <코끼리와 벼룩>을 인용하며 더이상 노동을 팔 수 없는 시기가 올 것임을 대비하여 노동 이외의 생산수단을 확보해둘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언젠가는 직원이라는 상태에 안주하지 말고 작은회사의 오너라도 되어보라는 주문이다.
그 밖에도 여러가지 투자에 있어서 기본을 지키라는 조언도 해준다. 평균수익률이 높아도 수익률이 나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흔히 리스크가 높은 자산이 수익률도 높고, 장기로 투자하면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꼬신다. 그러나 아무리 평균적으로 많이 벌었어도 한번씩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보잘것 없을 수 있다. 의외로 원금을 지켜나가는 예금이 장기적으로 나쁘지 않을수도 있다. 워런 버핏이 그렇게 강조하신 원칙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걸 뜻한다. "절대로 돈을 잃지 말아라."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