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혁명 - 메이지유신과 일본의 건국, 제2판
성희엽 지음 / 소명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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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비서구권에서 자발적으로 근대화에 성공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일본은 아웃라이어다. 세계 최강국 미국과 전쟁을 일으켰고 팽창했지만, 처참하게 패배했고, 다시 일어서 미국 다음의 최첨단 경제대국이 된 나라다. 비서구권으로 유일하게 선진국 클럽인 G7에 들어가있다. 선진국 레벨에서 이루어지는 논의에도 일본 사람 이름은 꼭 보인다. 


과거 일본은 수많은 다이묘들이 나누어 통치했고 실질적 통치자인 쇼군에게 충성을 바쳤다. 천황은 상징적 존재로 남아있었다. 사무라이라는 엘리트 집단이 공적인 업무를 수행했고 일반 백성과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다. 일본이라는 한 나라라는 의식조차 없었다. 실제 서양 함포가 나타나도 대다수의 백성은 남의 일처럼 여길만큼 파편화되고 봉건적인 사회였다. 그런 나라가 불과 몇 년 사이에 근대적인 정치, 사회, 경제, 사법, 군대체계로 일시에 넘어간 것이다. 그런 혁명에 가까운 극적인 변화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자신을 내던진 사회 지도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과거부터 일본은 외세에 침범당한 적이 없는 나라다. 경계심과 함께 바다 밖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수집이 전통적으로 강했다. 또한, 중국처럼 자기가 대국이라는 자만심도 없었다. 서양의 대포나 함선등을 경험해본 뒤로 당대의 리더들은 충격을 받는다. 자신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파악했고빨리 개화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다.  


물론 이런 과정에는 정신을 못차린 채(?) 더욱 쇄국하고 서양 오랑캐를 몰아내야 한다는 복고주의 반동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조선이나 중국에서도 쇄국론과 개화론이 부딪힌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서 일본은 개화 세력이 압도한다. 그들이 영국에서 대량으로 몰래들여온 신무기와 군대 편제로 이미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결국엔 물리적인 군사력이 중요했다. 그들은 보수세력인 막부 체제를 끝내버린다. (조선 개화파의 '3일 천하'나 갑신정변의 허약함과 비교하면 씁쓸한 지점이다.)


개혁 세력이 단지 권력을 차지하겠다는 욕심에 의한 것은 아니었고, 서양세력의 침범에 따른 사회변혁에 대한 이상이 컸다. 안중근의 탄환에 죽은 이토 히로부미는 혁명의 중심인물이었다. 그는 조슈라는 유력 지역의 사무라이부터 시작해서, 외국을 다니며 대학이나 독일, 영국 등 정부 관료들과 만나 앞선 문물을 부지런히 익히고 일본의 사법과 정치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고 개조해서 강하게 만들고자 했던 인물들이 많았다. 일본의 빛나는 시기 중 하나다. 그 이후의 세대에는 그런 열정이 비뚤어져 전체주의와 파시즘으로 흐르기도 한다.


일본은 조선과는 다르게 봉건주의 사회였고, 지방이 어느정도 독립적인 경제주체로 있었기 때문에 이런 변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조선처럼 꽉 짜여진 중앙집권적인 체제에서는 현실적으로 내부의 변화가 어려웠던 것 같다. 결국에는 군사력이 중요한데, 빈약한 중앙 정부를 무너뜨릴 정도의 경제적 기반이 지방에 없었다고 할까.


이 책은 이러한 일본 근현대사의 중요한 시점을 자세하게, 그리고 다방면으로 잘 그리고 있다. 가장 극적인 성공적인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역사적 사건이고, 그에 대한 충실한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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