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독 :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자서전
필 나이트 지음, 안세민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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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의 자서전이다. 일본 운동화를 수입으로 사업을 시작한 1962년부터 나이키를 증시에 상장한 1980년까지 다룬다. 왜 여기서 책이 끝났을까 궁금했다. 2005년까지 경영에 참여했는데도 말이다. 책에서는 늘 자금에 쫒기면서도 증시 상장을 망설이는 장면이 여러번 나온다. 기업 공개(Public offering)를 하면 나이키의 정신이 희석되고 변질될꺼라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창업자인 필 나이트를 비롯한 초기 맴버들은 미국 오리건주 출신이 많았다. 서부 워싱턴주 밑에 있는 그 지방은 오래된 오솔길로 유명한데, 서부 개척시대에 오리건에 정착한 자신의 선조들이 스스로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들은 변방의 아웃사이더라는 의식과 개척자라는 정신을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끊없는 도전와 실험정신이 와플 밑창이나 에어 조단같은 새로운 제품를 탄생시켰다. 스포츠 용품 회사 이미지와도 잘 어울렸다.


나이키에는 기존 체계에 잘 녹아들어가지 못하는 괴짜들이 많았다. 직장 상사에게서 버림받고, 뚱뚱해서 회계법인에서 파트너로 승진하지 못한 회계사도 있었다. 일상적인 9시 출근, 5시 퇴근에 적응하지 못한 이도 있었다. 권위적인 로펌이 답답한 자유분방한 변호사가 나이키 사람들이 좋아서 눌러 앉았다. 


신발이 좋아하는 괴짜들과 그 괴짜들을 좋아하는 괴짜들이 모여서 중요한 일을 정할때 버트페이스(Buttface)라는 회의를 진행한다. 둘러 앉아서 서로 물고뜯고, 조롱하면서 격렬한 토론을 벌인다. 때로 밤늦게 술자리 까지 이어지는 토론을 거치며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결론을 도출한다.


필 나이트 이런 괴짜들을 믿고 재량권을 많이 줬다. 그는 괴짜들의 독특한 캐릭터를 잘 묘사하고, 갈등과 상호작용을 생생하게 그린다. 여러 우여곡절에서 그가 느낀 감정들도 디테일하게 서술한다. 나이키의 처음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느낌이 든다. 무척 잘 쓴 영화나 소설같다.


필 나이트라는 인물은 스티브 잡스, 머스크, 베조스 같은 인물에 비하면 드러나지 않고 내성적이다. 대학때는 만년 2위 육상선수였다. 육상을 그만두고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사업가정신 수업에서 일본 카메라가 인기가 많으니까 일본 신발도 잘 될거라는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할때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신발에 대한 일을 하는 건 너무 좋지만, 사업을 하다가 망할지도 몰라서 CPA 자격증을 취득하고 회계법인에서 일한다. 시작할 때는 낮에는 직원에게 맡기고 밤과 주말을 이용해 사업을 했다.


신발과 일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일을 일로 느끼지 않고, 즐겁게 일하는 느낌이 책을 넘어서 전해져온다. 사업을 하며 골머리를 앓고 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면서도 매출이 늘어나고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면 서 덩달아 즐거워 진다. 이런 기분 좋음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불교나 수도승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는데 그에게 달리기는 하나의 수행이나 선이 아니었을까 싶다. 매일 새벽마다 달리기 의식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을 다잡고, 사람을 아끼는 그런 태도가 성공으로 나타났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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