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아웃 네이션 - 2022 세계경제의 운명을 바꿀 국가들
루치르 샤르마 지음, 서정아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금융 상품을 고를 때 정보 비대칭성이 크게 작용한다. 세일즈는 (당연하게도) 장점을 부각시킨다. 파생상품도 복잡할 수록 사는 사람이 내재된 리스크를 판단하기 어렵다. 세일즈한테 리스크가 뭔지 툭까놓고 말해달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정직한 얘기를 듣기 어렵다. 설령 운좋게도 양심적인 세일즈를 만다고 하더라도 (그런게 진짜 있을지 모르겠지만), 구입하는 사람은 뭔가 색안경을 끼고 듣게 된다. 뭔가 감추거나, 축소하는게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이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본인이 파생상품 이론을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 스스로 가격이나 위험을 평가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제 3자의 자문을 받기도 한다. 가족이거나 친척, 친한 친구면 어느정도 속이지 않을거라는 신뢰가 있다.


다른 방법은 비용을 지불하고 독립적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이다. 한국이야 워낙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기를 꺼려해서 이런 방면의 산업이 별로 크진 않지만, 이 방법도 훌륭하다. (이 책에도 한국이 유달리 서비스업에 돈을 지불하기 꺼려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위에서는 파생상품을 예로 들었지만, 이머징 국가 투자에서도 이런 비대칭성이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구매하는 사람입장에서는 이머징 국가에 대해서 잘 모른다. 가본적도 없거나, 그냥 배낭여행이나 패키지 한 두번 갔다온게 고작인 경우가 많다. 이머징 국가에 투자할 때 국가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고 그나마 세일즈나 세일즈와 연동된 언론이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이든, 인도 펀드든 사실 세일즈 입장에선 중립적인 이야기는 잘 들을 수 없다. 반대편으로는 자극적인 비관적 뷰들이 언론을 떠돈다.


결론적으로 이머징 국가의 경제나 시장에 대해서 경제학적으로 차분한 분석은 잘 찾기 힘들다. 한국이 저성장,저금리 때문에 구조적으로 성장률이 높은 이머징 주식,채권 투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본다면 이쪽 분야에 독립적인 리서치가 유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의 장점은 이머징에 대해서 뭘 봐야 되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한 국가가 어떤 상태인지에 대한 판단을 균형감있고, 경제학 원칙에 따라 잘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인 루치르 사르마는 모건 스탠리에서 이머징 투자를 오랜기간 담당해온 임원이다.


이 책이 나온것이 2012년이다. 세계는 2000년대 부터 이어진 이머징 성장 신화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저자는 초반부에 "모든 나무가 하늘 끝까지 않는다"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그러한 논리적 근거를 잘 제시한다. 이 책을 미리 알았으면 이머징 국가에 대해 무모한 투자는 좀 줄었을 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머징 국가를 조사할 때 현지인과 잘 알아두라고 조언한다. 글로벌 IB들이 뭔가 잘 알꺼 같지만, 그들도 별 수 없다. 숫자를 파악했으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서 현지인들과 교류한다. 현지인들이 자국에 대해서 가장 잘 안다. 한 국가에서 금융위기가 나면 자금이탈의 주범으로 외국인 자금을 탓하지만, 사실 내국인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지 않게 자금을 나라 밖으로 빼돌린다고 한다. 외국인 자금은 눈에 쉽게 띄여서 나중에 빠져나가도 욕을 먹을 뿐이다.


이 책에는 수많은 이머징 국가의 정치, 경제적 특징, 경제적 구조, 전망 등이 상세히 나와있다. 여러번 읽는다면 이머징 시장을 평가하는 안목을 스스로 만들 수 있으리라 본다.


이 한 권을 읽고 자저의 팬이 됐다. 저자가 2016년에 펴낸 새로운 책 <Rise and fall of nations>도 구입했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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