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된 글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기억될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개개인의 죽음은 결코 가벼운 주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죽음을 앞둔 사람의 에세이라고 하면 식상한 측면이 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책을 집어 들어서 읽기 시작했을 때도 별 기대감이 없었다. 다소 정형화된 전개가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깊은 울림이 있었다. 나를 건드린 것은 이 사람이 자기 일에 대해서 많은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있고, 이제 막 꽃을 피우려고 하는 단계에서 아쉽게 그치게 되었다는 지점이다. 예전에 봤던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김명민이 연기했던 장준혁이 떠올랐다. 이 책의 주인공과 유사한 점은 자기 일을 사랑했고 무엇보다 우선시했고, 잘 하려고 처절히 노력했다.

나는 아직 내 일을 이들처럼 잘 하진 못하지만, 뭔가 잠재된 열정 비슷한 건 있는지 이 책의 주인공인 폴 칼라니티가 암에 걸리고 결국 일을 하지 못하게 될 때 너무 가슴이 아팠다. 칼라니티도 마지막 수술의 장면, 마지막 출근 장면 등을 뚜렷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젊은 의사가 열정적으로 일하다가 암을 알게 되고 결국 죽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가끔 감정의 발산이 나오지만, 금새 차분해진다. 글은 정제되어 있다. 생각은 명료하다. 결정에도 크게 군더더기가 없어 보인다.

인상적인 점은 지은이가 어린 시절에 애리조나 사막 한가운데서 살았고 고전들을 많이 읽고 결국 스탠퍼드에서 영문학 학사, 석사를 했다는 점이다. 신경외과 의사임에도 강한 고전에 대한 지식 및 문장력, 시골에서부터 가지고 온 감수성 등이 이런 좋은 글을 만드는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의 곳곳에도 어린 시절부터 읽어온 고전의 향기가 배어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의 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느낀다. 이 글의 저자와 비슷하게 젊고 전도유망한 의사가 불의의 병으로 스러진 사례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저자는 아름다운 문장과 글을 남겼다. 그의 이름도 책과 함께 남았다. 지구의 많은 사람들이 그를 계속해서 기억해 주고, 또 같이 가슴 아파해준다. 그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데 있어 글쓰기가 큰 역할을 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그의 어린시절부터 만들어온 감수성과 고전, 문학에 대한 사랑이 바탕이 되어 이런 호소력있는 글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