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의 시대 - 한반도의 길을 묻다
윤영관 지음 / 미지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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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처럼 외교가 중요한 나라도 별로 없을 것 같다. 작은 나라이고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보니 역사적으로 바깥 세상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하거나외교에서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 한반도의 민초들은 언제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만큼 중요한 게 외교인데 정부나 학계에서 얼마나 정보를 모으고유지하고전달하며사람을 키우고 있는지 모르겠다그렇다고 해도 외교와 관련된 주요 사안들을 정할 때 나오는 논의들은 매번 즉흥적이고감정적이다최근 사드 이슈만 해도 그렇다신문 방송은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주장이 많았고사람들은 이미 정해진 정파 속에서 서로 헐뜯기에 바빴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는 국제정치학자로서 노무현 정부시절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현실에도 참여했던 윤영관 교수이다.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그는 이런 여건을 안타까워하며 대중에게 친절하게 쉽게 다가가는 국제 정치와 외교 관련 책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  

 

책의 구조는 탑 다운 방식이다먼저 기나긴 역사 속에서 강국의 부침 패턴을 짚고동시대의 국제 정치를 다룬다그리고 좁게 한국의 문제를 논의하는 방식이다책의 편집이나 구성문체도 대학 전공서적보다는 교양 서적에 가까워 부드럽게 잘 소화된다.

 

이 책의 첫 번째 미덕은 균형감각이다중국의 부상을 역사적 패턴에 비추어 눈에 띠게 보면서도 단순하게 명금 교체기 같은 비유에 빠지는 걸 경계한다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상승이 앞으로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개혁을 성공시켜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갈 수 있고중국의 고성장이 쿨다운하며 여러 잠재적 문제점이 드러나면 미국 우위의 국제 정치 질서가 상당기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더구나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여전히 중국의 그것에 비해 광범위한 설득력과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둘째 미덕은 넓은 시야이다중국의 부상을 20세기 초반 독일의 그것과 비교하기도 하고영국과 미국의 패권 교체기에 견주기도 한다그러나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 등 이슈에서 대외적으로 강공책으로 나오면서 주변국들이 등을 돌리게 하는 모습에서 독일 빌헴름 2세가 주변국을 두려워하게 하고 연합하게 만든 측면과 비슷하다고 꼬집기도 한다.

 

세번째는 현실적이라는 점이다결론적으로 한국에 가장 바람직한 전략은 한미 동맹의 유지와 발전그리고 이를 통한 일본과의 협력 확보를 기본으로 하면서 그 위에 중국과의 협력을 심화시키는 동맹에 기초한 중첩 외교라고 한다나토 같은 다자간 안보조약도 없고 강한 핵보유국이 즐비한 동북아시아에서 미군 주둔과 핵우산 같은 협조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또한, ‘종축 외교라고 해서 우리와 비슷하게 중국과 미국 사이의 딜레마에 빠져있는 아세안 국가들과 외교를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같이 연합하여 목소리에 힘을 싣고 레버리지를 강화하자는 주장이다중요한 점을 짚은 것 같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체념론 내지는 소극주의를 경계하자고 강조한 점이 인상 깊다. 독일이 국제 정세를 면밀하게 읽어 짧은 전환기에 주변 국가들을 설득하여 통일을 이룩했듯이 한반도에 안정과 번영을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이야기다.

 

이런 책도 조금씩 더 읽히고국민 개개인이 정확한 정보에서 차분하게 판단해서 여론이 형성된다면 우리나 후손들의 삶이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무엇보다도 정치 지도자들이 조금이라도 소명의식을 가지고 정신 차리고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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