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드 쇼 - 지성의 연대기 영문학의 아이돌 시리즈
헤스케드 피어슨 지음, 김지연 옮김 / TENDEDERO(뗀데데로)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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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쇼는 1856년에 태어나서 1950년에 돌아가신 거의 100세를 살다가 돌아가신 극작가, 사상가, 비평가, 정치인이다. 아일랜드 태생이나 영국을 근거지로 활동했다. 19세기는 영국의 세기라고 할 만큼 뛰어난 인물들이 많았다. 그들에 가려서 그런지, 한국에는 쇼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한국에는 <피그말리온>이나 <인간과 초인>같은 작품이 번역된 정도인데, 읽어본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나도 아직 못 읽어봤다. 동시대 인물로는 조지 오웰이나 오스카 와일드가 있다. 


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짤막한 그의 어록을 보고 참 촌철살인 같고, 유머러스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대중적으로 가장 알려진 에피소드는 어떤 여배우에 얽힌 일이다. 예쁜 여배우가 자신과 결혼하면 자신과 쇼를 반반씩 닮아서 똑똑하고 잘 생긴 2세를 얻을 수 있다고 하자, 쇼가 머리는 그 여성을 닮고 얼굴은 자기를 닮으면 어떻게 하냐고 받아쳤다고 한다. 


또한 그의 묘비명은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알려져 있다. 원문은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이라고 나온다. 아무래도 오역같다. 번역하자면, '무덤 주변에 오래 머무르면 죽음 같은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 이런 정도?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도 남겼다.



“우리 사회는 낙관론자와 비관론자를 모두 필요로 한다. 낙관론자가 비행기를 발명하면 비관론자는 낙하산을 발명한다.”


“이웃의 복지가 자신의 복지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으리으리한 궁전도 사망률 높은 빈민가로 둘러싸이면 덩달아 위험하고 살기 싫은 곳이 되는 법이다.”


“불행의 비결은 내가 행복한지 아닌지 고민할 시간을 갖는 것이다. 치유책은 일. 일을 한다는 건 뭔가에 몰두한다는 걸 의미하니까. 뭔가에 몰두해 있는 사람은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움직이며 살아있을 뿐. 그건 행복보다 기분 좋은 상태다.”


"사람교육은 아이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사실 교양교육은 대개 성인교육이며, 남을 통해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능동적으로 사고하려는 사람에게는 평생에 걸쳐 일어난다."


“'돼지와 씨름하지 말라'는 것이 내가 오래전에 깨달은 교훈이다. 돼지와 씨름하면 나도 더러워진다. 게다가 돼지가 그걸 좋아한다.”


“도둑질은 도둑이 하면 죄가 되지만 금융가들이 하면 능력이 된다.”


“사실 졸업 후에도 남는 것은 미학교육이다.”


“대학은 잡식성 기억력을 가진 '배운 바보들'로 넘쳐난다. 그런 바보들은 사실을 기억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 사실들을 수집한 우표만큼도 써먹질 못한다.”


“정치인들이 재정적으로 유능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는 채 국가가 빚을 지게 된다. 영국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이거 이외에도 하튼 무수히 곱씹어 볼만한, 그러면서도 유쾌한 어록을 수도 없이 많이 남겼다. 


쇼의 가장 큰 특징은 유쾌함이다. 어릴 때부터 경제적으로 아주 넉넉한 것도 아니었고, 무일푼으로 런던에 들어와서는 비평활동이나 연극작품을 쓰면서 돈을 번다. 힘든 생활 속에서도 유머로 잃지 않으며 즐겁게 산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로부터 그런 유머코드를 물려받았다고 전하고 있다. 


그는 별로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다. 어릴때 부터 부모의 훈육을 강하게 받지 않고 방임되어 자랐다. 학교라는 곳을 감옥보다 더한 최악의 장소로 느꼈다. 대신 평생 책을 엄청 읽는다. 집은 매우 혼잡스러웠는데, 어딜가나 책이 지저분하게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 


그는 정치적으로 좌파에 속한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고 어마어마한 영향을 받아서 사회주의자로 개종했고, 혁명 작가이자 정치 선동가로 나선다.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에도 큰 영향을 받아서 경제학 공부도 열심히 한다. 지주 계급과 세습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영국 노동당의 기초가 된 페이비언 협회를 만들고 유지시킨다. 지금은 노동당의 사회주의 씽크탱크로 남아있는 조직인데, 온건적 사회주의를 추구한다. 협회 맴버들과는 같이 책읽고 토론하고 오후에는 자전거도 같이 타는 생활을 한다. 


극작가로서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배우 캐스팅에도 관여하고 직접 연기지도도 했다. 비평작업과 더불어 그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책에서도 많은 연극에 얽힌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는 채식주의자 였고, 일상생활은 열정적이었다.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닥치는 대로 일했다. 연극대본도 쓰고, 비평 칼럼도 쓰고, 정치인으로 지역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일하기도 했다. 수많은 편지에 답을 했고, 대중 연설에 나서서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정치적인 일도 했다. 그는 뛰어난 연설가이자 선동가였다.


그는 논객으로써 욕먹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세계 1차 세계대전이 벌어졌을 때 그는 소신에 따라 글을 썼다. 사회에서 매장되다시피 했지만 결국 그가 옳았다는 게 밝혀진다. 그는 선동에 능했지만 항상 사실과 진실을 추구하고자 했다. 대중은 감정적이고, 불편한 진실보단 달콤한 거짓말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그는 쓴소리를 거두지 않았다. 불편한 진실을 끊임없이 말했다.


농담도 잘하고 유머러스한 인물이라 여유있게 살다 가신 분이 아닐까하는 선입견도 있었는데, 평전을 읽어보니 헝그리하셨고 삶 자체를 충실히 살기위해 매우 노력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표지에는 그의 캐리커쳐가 그려져 있는데 수염 속 입술을 고집스럽게 다물고 있고 눈빛은 꼬장꼬장하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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