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세계화 속에서 직장인들이 나가야할 길

직장학교 - 직장인 미래 생존법
박이언 지음 / 이야기나무 / 2015년 7월

식상하지만 알파고 얘기로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구글 알파고가 광화문에서 인간계 최강 이세돌과 바둑을 두어 압승을 거둔 사건은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주요 일간지 일면, 9시 뉴스 첫번째 꼭지를 몇 일이나 인공지능이 차지했다. 외신과 최신 트렌드에 무관심했던 사람들도 알파고와 인공지능에 대해 한두마디는 하게 됐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부상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인공지능이 내 일자리를 혹은, 내 자식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게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이다. 알파고가 없었더라면 대중들은 이런 생각을 몇 년 후 하지 않았을까? 당장 뚜렷한 대안은 없더라도, 몇몇은 생각과 선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좀더 나은 행동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청년 실업이 문제라고 하는데, 직장인들도 암담하기는 마찬가지다. 힘들게 들어간 직장인데 장기 저성장에 언제 구조조정 칼날이 들이닥칠지 모른다. 인터넷에서는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이 중국, 미국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날아온다. 회사에는 신제품, 신성장, 새로운 패러다임을 외치고 ‘제 2의 알파고’를 만들자고 새마을 운동(?)을 펼치지만, 이건 우리 모두의 마음을 모아 근면하게 일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멋진 기획안을 쓰고, 외주를 주거나 야근을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뚜렷한 정답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도 불분명한 세상이다.

“그러나 뒤바뀐 세상을 먼저 알아차리고 준비해야 하는 경제관료나 언론은 이 변화에 속수무책으로 둔감하다.기득권이 주는 안락한 해택에만 안주하고 있다. 15년 전, 우리나라에 IMF 외환위기가 왔을때도 그랬다. 괜찮다고,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의 부모님은 옷장 깊숙히 간직했던 금덩이를 자진해서 내놓았다. 그 후 재벌의 영향력은 더 커졌고, 기업수익의 편중도 심화됐다.” (p.29)

그래도 우리는 생존해야 된다. 살아있는 이상 지상명령은 생존이다. 범인에게 품위와 도덕은 그 다음 문제다.결국은 실력이다. 저자는 자신의 포지션을 뉴욕, 런던, 실리콘밸리, 파리에 있는 노동자들과 비교해 보라고 한다. 지금 당장 그 도시로 가서 그 일을 하면서 같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가? 그들과 경쟁해서 이길 실력을 가지고 있는가? 자본주의 하에서 국가나 기업은 결코 개개인을 보호해주지 않는다.

실력은 공장경제 체제에서처럼 토익이나 수능, 입사 시험을 잘보는 게 아니다. 어릴 때 한번 시험 잘 본 걸로 평생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심보를 바꿔라. 지식의 반감기가 계속 짧아지는 시대에는 끊임없이 자신을 이끌어나갈 호기심이 우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공지능과 지구 건너편에서 경쟁하고 있는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뺏길 것이다. 그 밖에도 조직생활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공감 능력, 리더십도 갖춰야 한다.

연공서열, 입사 시험 중시, 집단주의, 유교문화와 실력보다 인성을 중시하는 한국 기업문화도 달라져야 한다.직원 개개인의 개성을 살리고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기업 문화로서는 경쟁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삼성이 ‘실리콘밸리식 기업 문화’를 도입하기로 했단다.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탑다운 방식으로 바텀 업의 문화를 만드는 게 모순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잘 되길 바란다. 다른 한국 기업들도 곧 비슷한 운동을 벌일 것으로 기대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구체적 실천 방안은 새겨들을 만한 보물로 가득하다.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자신 업종의 글로벌 1위 기업의 연간보고서를 꾸준히 읽으라. 어떤 식으로 경영 실적을 관리하고 전략을 만드는지 참고하라.

-       시험점수에 필요한 언어가 아닌 살아있는 영어실력을 기르라고 한다. 한국에 있더라도 외국인과 주기적으로 교류할 수 있으면 좋다. 일이나 봉사든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이 좋다.

-       한국언론의 경계기사를 경계하라. 한국 언론의 경제 분야에는 정부나 기업의 홍보성 기사가 많다. 세상을 이해하는데 큰 방해가 된다. 영어실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고급 영문정보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       한국내 경제경영연구소에서 발간되는 각종 보고서를 너무 가까이 하지 말아라. 그 내용은 종종 대기업이나 정부 등 이해집단의 홍보를 위해 쓰여질 때가 많다. 차라리 보스턴컨설팅, 맥킨지, 딜로이트 등의 글로벌 컨설팅 회사나 OECD, IMF등 국제기구가 무료로 발행하는 백서를 다운받아 읽어라.

-       효율을 높였으면 정리를 하라. 나만의 시각으로 해당 정보를 한 두문단으로 요약, 정리하라. 개별 요약 사이의 패턴을 발견하고 다시 또 요약하라. 읽기만으로 나만의 시각이 절대 생기지 않는다. 써야한다.그래야 내 것이 된다.

새상은 생각보단 빨리 안 변하고 기존의 편한 직장에서 주는 따뜻함은 얼마간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단기적 부침이 있겠지만 장기적 트랜드는 노동의 세계와, 인공지능과 기계의 부상으로 어중간한 직업은 소멸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호기심을 가지고 관점을 가지고 지식을 생산해내는 지식 노동자가 되어 남과 차별화되지 않는 한 그리 밝은 미래는 아닐지도 모른다. 나도 어떻게 될지 몰라 두렵다. 그래도 변화는 불가피하고 대응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