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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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는 화려한 쇼 프로그램과 행복한 연예인들의 육아연애 예능이 하루 종일 나온다. SNS에서는 지인들의 여행기행복한 일상그리고 가끔은 심각하지 않은 우울함이 올라온다보여지는 타인들은 아마도 대체로 행복하게 사는 듯하다.

 

하지만 내 일상은 매번 행복하지만은 않다집에서도 식구들과 싸우고섭섭함과 분노에 하루 종일 별 말도 없이 보낸다직장에서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겁기도 하지만의견 차이로 다투면서 적을 만든다. 마음에 맞는 동료와는 즐겁게 어울리기도 한다. TV SNS에 나오는 것처럼 매 순간이 행복한 삶을 바라지만또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게 인생이다.

 

소설 <스토너>는 주인공 스토너가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가 부모의 권유로 농업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들어가 운명처럼 문학에 눈을 뜬 뒤, 문학 교수가 되어 한 평생을 살다 죽는 이야기이다. 소설은 한국판 표지와 종이질만큼 담백하고, 소박하다. 스펙타클한 탐험기나 고난이 없는 비교적 평탄한 일생을 가감없이 그린다. 그럼에도 생을 마무리하는 아름다운 묘사가 담긴 뒷부분을 읽고 책을 덮고 나면 마치 인생을 한 번 살아본 것 같은 느낌이 들며 감동이 몰려든다.

 

왜 이렇게 감동을 받았을까 생각해보면스토너 개인에 대한 안타까움과 인생의 아름다움 때문인 것 같다. 객관적으로 스토너는 성공한 삶을 살지 못했다학문에 열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엄청난 학문적 업적을 성취하지 못했다. 학교에서도 자신의 신념 때문에 인간관계는 순탄하지 않았다결혼 생활은 불행했으며 자식들도 훌륭하게 자라지 못했다일과 사랑, 인간관계 모두에서 실패했다. 그러나 그는 최선을 다해서 묵묵히열심히 살았다.

 

스토너의 삶은 보통 사람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많은 사람들이 위인전을 읽지만 대부분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으로 죽지 않는다우리는 각자의 주어진 조건에서 일상을 열심히 살지만실수도 하고 고통도 받으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전체적으로 보면, 하나같이 소중하고 감동적이다.

 

그는 인생을 마무리하면서 '넌 무엇을 기대했나?' 라고 여러번 자문한다. 하나뿐인 삶은 각자에게 너무나 소중하지만, 의미를 음미하면서 사는 삶도 드물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며 10년, 20년을 보내고 뒤늦게 내가 어떤 방향을 지향했는지 깨닫기도 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스스로 무엇을 기대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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