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어릴 때 영국으로 건너가 살고 있는 일본인 작가가 영어로 쓴 영국 집사 이야기이다대저택에서 집사로 일하며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주인공은 휴가를 얻어 자동차로 옛 여인을 만나러 가면서 차분히 과거를 회상한다.

 

대를 이어 집사를 하는 그는 직업의식이 투철하다존경하는 주인 나리를 모시는 집사 업무를 전문적으로 잘 수행하는 것에만 몰두한다남 앞에선 결코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감정도 억제되어 있다젊은 시절 사랑이 있었지만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그는 그녀도 떠나 보낸다마음속에 뭔가를 느끼긴 했지만끝내 밖으로 내보이지는 않고 집사 업무에 충실했다.

 

주인님에 대한 평가가 좋은 것도 아니다인품은 훌륭했으나 잘못된 판단으로 나치 독일에 이용당했다고 비판당한다그는 훌륭한 주인님을 모시는 것에만 열중할 뿐주인님의 일에 대해서는 조언하지 않는다는 직업의식을 가지고 있다정치인과 유명인사들이 방문해서 역사외교 문제로 토론과 협의가 이루어지는 대저택에서 주인공은 역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스스로 자랑스러워했지만그것도 빛이 바랬다.

 

마침내 옛 여인을 만나는 장면이 책 속에서 유일하게 감정이 올라오는 부분이다그러나 여전히 그는 밖으로 표출하지는 않는다조용히 헤어진 후 삶의 자리로 되돌아가며 새로운 주인에게 돌아가며 농담을 연마할 각오를 다진다그간 기능적 업무에만 열중한 그로서는 큰 변화라고 할 수도 있다좀 더 여유롭고 전보다는 다른 행복을 느끼실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살아왔지만일과 사랑 모두 실패했다그래도 절망하지 않는다남아있는 나날 동안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며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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