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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재발견 2 - 在英 저널리스트 권석하의 영국, 영국인 이야기 ㅣ 영국인 재발견 2
권석하 지음 / 안나푸르나 / 2015년 12월
평점 :
영국의 정치, 역사, 사회, 문화 등 52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영국의 다양한 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82년 상사 주재원으로 건너가신 후 지금까지 살고 있는 저널리스트이다. 전편처럼 영국에 대해 오랫동안 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디테일을 한국인의 입장에서 다채롭게 그린다.
각 키워드마다 독립되어 있어서 관심있는 부분부터 읽어도 무방할 듯싶다. 나는 펭귄북, 이코노미스트, 왕립예술원, 뱅크시, 테이트 모던, 정치자금, 셜록 홈즈, 원스턴 처칠, 셰익스피어, 거문도사건, 성탄절 휴전, 위스키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다.
키워드 ‘원칙주의’에서 1989년에 있었던 ‘힐스버러 축구장 압사 사건’을 다룬 부분이 인상 깊었다. FA컵 준결승에서 경기를 보려고 모여든 축구팬들이 입석경기장에 몰려들어 96명 사망, 766명 중상이라는 참혹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당시 경찰과 언론은 술취한 관중들의 횡포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책임지는 사람 없이 사건은 끝난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유족들은 단체를 만들어 지속적인 재조사를 요구한다. 드디어 20년이 지난2009년 재조사가 실시된다. 새로 구성된 위원회는 모든 서류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투명하게 조사를 진행하여 리버풀 팬의 행동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당시 경찰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보고서 및 통화 내용을 조작했다는 것도 드러난다. 그리고 살릴 수 있는 부상자도 방치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한 경찰의 업무 태만도 밝혀낸다.
선진국이라고 억울한 일을 당하지 말란 법은 없다. 조직 차원의 진실 숨기기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니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해자 그룹은 단체를 만들어 권익을 찾고 사회정의를 지켜나간다는 점이 후진국과 다른 점이라고 할까.
이렇게 다소 심각한 내용도 있지만, 펭귄북, 테이트모던처럼 유익하고 가벼운 내용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