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테스트
티모시 가이트너 지음, 김규진.김지욱.홍영만 옮김 / 인빅투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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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08년도 미국의 금융위기는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2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금융위기였다.금융 시스템이 붕괴될 뻔 했고실물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수많은 사람들이 실직과 가난으로 고통받았다.

 

그러나 미국은 금융위기의 진원지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2016년초 현재 세계에서 가장 월등한 경제 상태를 보이고 있다세계 최강의 기축통화를 보유한 이점이 작용했겠으나빠르고 과감하게 필요한 정책을 실행으로 옮긴 정책관료들의 역할이 지대했다.

 

가이트너는 뉴욕 연준의장과 재무장관을 역임하며 금융위기의 한 가운데 있던 인물이다금융위기 내내 월스트리트 출신이 아니냐고 욕을 먹었지만실은 정통 재무부 관료 출신이다초반기에는 일본 등 아시아를 담당했으며일본의 버블붕괴태국으로 시작된 아시아 금융위기를 진압하는데에도 기여한 인물이다이른바 아시아에서 잔불을 많이 처리한 소방수 전문요원으로 헨리 키신저 및 로렌스 서머스 같은 대가들과 일했고인정을 받아 미국 뉴욕 연준의장이 된다.

 

그가 금융중심지 뉴욕 연준이 된 것부터가 의미심장하다마치 불이 날 것을 대비해서 소방수를 배치한 느낌이다. (선조의 이순신 삼도수군통제사 느낌?) 영국 여왕이 왜 많은 뛰어난 경제학자들이 금융위기를 예상하지 못했냐고 물어봤다고 하던데가이트너가 뉴욕에 있을 당시에도 겉보기엔 평온한 나날이었다다만그는 자신이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었던 경험에서 너무 지속되는 안정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예감을 가진다.

 

BNP파리바가 펀드환매를 중지하면서 금융위기 서막이 오른다가이트너 개인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도 시작된다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주택가격 하락이지만채권이 증권화되면서 세계 곳곳으로 팔려나간 모기지 자산이 망가지고그걸 담보로 단기자금을 과도하게 빌려서 사용한 금융회사들이 지급불가능 위기를 겪는다고전적 뱅크런이지만상업어음(CP)나 레포 같은 단기자금 시장이 망가지며 투자은행이 시스템 리스크가 된다

 

연준은 ‘최종 대부자’이론에 따라 과감하게 유동성을 투입하고망가진 회사를 강한 회사에 인수시킨다연준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자은행을 직접 구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리만은 파산한다리만의 파산은 정치적인 원인도 있어 보이는데베어스턴스를 JP모건에 인수시키면서 연준이 보증을 제공한 조치에 대해서 여론과 정치적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망가진 모기지 증권뿐만 아니라 그걸 보증하는 파생상품인 CDS를 엄청나게 판 AIG가 계속 문제를 일으킨다시스템의 핵심에 있어 너무 많은 금융기관과 소비자와 연결되어 있는 기관이라 차마 파산시키지 못했고결국 긴급조항을 발동해 유동성을 투입하는 강수를 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스트레스 테스트’가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대공황 수준의 경제에서도 금융기관이 충분한 자본을 확보했음을 보이는 정책이다역시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시장의 신뢰를 얻으며 금융시스템은 차츰 안정을 찾는 터닝 포인트가 된다.

 

책을 읽으며 줄곧 놀라웠던 것은 정책결정 과정에 있어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이다스트레스 테스트 정책도 날카로운 지성의 소유자인 서머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는다버냉키가이트너서머스 같은 뛰어난 인재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었고논의를 거쳐 정책을 결정했다.

 

그리고 가이트너의 강한 헌신을 볼 수 있었다정책 추진과정에 있어 수많은 국민의 비판과 정치적 공격이 있었다비도덕적인 금융기관을 구제한다는 비판이다월가를 대변하고 유착됐다고 공격받았다그러나 그는 실물경제에 돈을 공급하는 금융 시스템을 살리기 위해서 욕먹는 금융 기관을 살렸다무엇이 국가에 이득이 되는지 고민했고비판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그 방향으로 정책을 밀고 나갔다집에도 못 들어가고 사무실에서 야근과 숙식은 물론이고 모처럼 떠난 휴가지에서도 핸드폰을 붙잡고 일하는 모습도 안쓰러웠다.

 

금융위기는 보편적 현상이고자주 발생하는 현상이다시작과 끝까지 위기의 전개와 대처하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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