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자서전 - 전2권 김대중 자서전
김대중 지음 / 삼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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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을 쓸 정도의 인물이라면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우여곡절을 이겨냈을 것이다. 그래도 김대중 전 대통령 이상의 파란만장한 삶을 산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는 다섯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고, 사형수에서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책이 1,000 페이지가 넘는데도 여느 소설만큼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한국 현대사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일제시대  서당 교육을 받은 그는 징병에 끌려나갈 뻔 했고, 6.25때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민주화에 투신해서도 투옥, 망명과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긴다.

타협하면 쉽게 살 수도 있었는데, 그는 신념을 지키며 끝까지 싸웠다. 서문에서 그는 무수히 흔들렸음을 고백한다. 책은 "나는 마지막까지 역사와 국민을 믿었다"라는 문장으로 끝나는데, 그는 그 말을 무겁게 실천했다.

그가 뛰어난 점 중에 하나는 끊임없이 공부하며 미래를 준비했다는 점이다. 정권을 비판은 쉽다. 그러나 집권해서 나라를 잘 다스리는 일은 더 어렵다. 그는 감옥에서, 망명지에서도 끊임없이 독서를 하고 지식인들에게서 배웠다.

'준비된 대통령'이 그가 대통령이 될 때 선거 프레이즈로 기억한다. 정말로 그랬다. 위급한 경제위기 속에서 노사정 위원회를 만들었고, 강한 구조조정을 시행하며 빠르게 경제를 안정시켜갔다. 뜨거운 감자였던 의약분업이나 국민연금 통합, 기초생활보장 등의 정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주변 강대국 속에서 자주적이고 주도적인 외교를 했다. 통찰력, 설득력과 끈기로 미국과 일본, 중국의 지도자를 이끄는 리더십이 있었다.

서문과 마지막 부분이 인상적이다. 삶의 황혼에서 담담하게 인생을 반추하는 서문은 참 명문이다. 마지막 장은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다'이다. 정치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후회없이 잘 살아낸 것으로 보인다. 역시 위대한 삶이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에 쉽게 타협하고 사는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고 그가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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