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회와 그 적들 - 그들이 말하지 않는 복지 국가에 대한 오해와 진실
가오롄쿠이 지음, 김태성 외 옮김 / 부키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전세계적으로 고령화와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복지가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공무원연금, 국민연금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지난 대선에는 이른바 경제민주화가 박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다.


미국에는 오바마케어에 대한 정치권의 논쟁으로 시끄러웠고, 그리스는 무분별한 고복지로 부채위기를 불러왔다고 세계 언론의 질타가 되고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사실 그리스는 글로벌 기준으로 저복지 국가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다시 시각을 좁히면, 일각에서 복지 확대는 시대적 요구라고 한다. 그러나 복지에 따르는 증세로 기업들 어렵게 하지 말자는 주장이 우위를 점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이 책에서도 언급된 것 처럼 아시아 4마리 용 중에서 선진국으로 달려간 싱가포르와 달리 저복지 사회를 계속 유지중이며, 중진국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이 책은 '복지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제목과 달리 복지에 대해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어 복지에 대한 입문서로 좋다. 역사적 접근, 나라별 특징과 비교, 복지를 대하는 관점과 철학, 복지사회의 대안 등을 다룬다.


먼저 복지에 대한 철학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주장한다. 선성장 후복지가 아니라, 선복지 후성장를 말한다. 나라가 공업화를 이룬 후에는 복지를 확충하여 중산층을 두텁게 하여 내수를 키워서 자생적 수요를 확충하고 국민소득을 높히는 선순환을 만든다. 사고의 전환이다. 북유럽 5개국 모델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며, 독일이 공업화 후발주자에서 빠르게 성장해 나간 요인도 복지사회로 나갔기 때문이라고 본다.


북유럽 5개국는 복지사회 도입시점에 선진 공업국이 아니었으나 일찍이 복지를 도입한 덕분에 오히려 두터운 중산층을 가지고 청렴한 시스템과 안정적 시장경제를 만들 수 있었다.


여기에 반대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이다. 레이거노믹스 이후 저소득층 복지 대신 대출을 늘려온 부시 모델로 중산층 기반은 사라지고 빈곤층이 확대되고 수요기반 붕괴로 경제 안정성은 더욱 취약해졌다.


미국도 20세기 초반 진보주의 시절에는 야경 국가의 망상에서 벗어나 큰 정부를 받아들이면서 활력있는 경제를 구가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밖에도 독일, 영국, 북유럽, 싱가포르의 사례를 다룬다.


반면 오일 쇼크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대처와 레이건의 복지 후퇴, 그 이후 제 3의 길의 실패, 일본 중산층 붕괴의 탈 복지화 추세도 짚는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복지사회를 반대하는 세력들도 소개한다. 대다수가 혜택을 입는 복지사회로 손해를 보는 계층을 밝히고, 그에 동조하는 경제학자, 전체를 보지못하고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는 주류 경제학, 상식수준의 지식으로 언론에 글을 팔며 이름만 높힌 사이비 경제학자들을 비판한다. 중국에도 하이에크주의가 횡횡하고 있나 본데, 저자는 강도높게 하이에크주의를 배격할 것을 요구한다. 


다음으로 여러가지 복지 현황을 비교한다. 재원 마련 방식부터, 북유럽 복지, 독일 복지, 미국 연기금 시스템, 의료 보장 모델, 교육 복지 등을 분석한다.


궁극적으로 이 책이 내세우는 대안은 "저생존원가형 사회"이다. 기본적으로 복지 재원 확충보다는 생활하는데 원가가 적게 들도록 해야 각자의 소득으로도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 학자의 복지 확대 논의는 흥미로웠다. 중국은 글로벌 불균형 심화로 인한 금융위기 이후 내수를 확충한다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앞으로 복지에 대해 더욱 신경쓰며 고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중국 학자들의 조언을 얼마나 귀담아 듣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중국 경제의 성공여부가 달려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동 사회'를 언급하며 진정한 경제학 정신을 회복하여 백성을 구제하자고 주장한다. 덩샤오핑의 선부론도 있었지만, 결국 동양 사회의 이상향으로 꼽히는 대동사회로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건설하자고 한다. 경제학을 공부함에 있어 편협한 사고에 빠지지 말고, 뉴스만 보지 말고 폭넓은 관점으로 본질을 보라는 조언을 하며 책을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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