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의 경제학 - 부의 파괴시대에 생존대책을 제시하는 세일러의 경제 전망서
세일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세일러라는 필명을 가진 다음 아고라 논객이 쓴 600쪽이 넘는 두툼한 경제 전망서이다.

꽤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의 글이 명쾌하기도 했고, 기존의 상식과 통념을 뒤엎는 논리전개가 신선하고 설득력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을 두 축으로 사고한다.

인플레이션은 부가 채권자(저축자)에서 채무자(돈 빌린 사람)으로 이전되고,

디플레이션은 반대로 채무자에서 채권자로 이동한다.

나라에 따라 경제위기시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기나긴 디플레이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갈림길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다르다. 금융자본이 강한 선진국은 디플레이션 기간을 꼭 거치고, 아르헨티나 같이 대지주가 점령한 곳이나 정치가 불안한 곳은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간다.

따라서, 향후 경제를 예상할때도 구조적으로 디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지 생각해보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은 IMF경제위기 이후 체질이 완전 바뀌었으며 이제는 다른 선진국들처럼 디플레이션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봤다. 그래서 실제 국채버블이 일어난다고 예상했다. 

2015년 현재까지 유럽 주요국 국채는 (-)를 향하고 있고,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2%를 하회하고 있는 상황이니 잘 맞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디플레이션이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한다. 자본 수익률을 장기 이자율에 수렴하기 위해서는 디플레이션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는 자본주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금융자본 입장에 부합하기 떄문이다.

또한 여러가지 읽어볼만한 내용들이 나온다.

 - 실제 QE가 경기를 부양하는 작동원리 (QE는 돈을 푸는게 아니라 인플레 기대심리를 이용하는 전술이며 국채금리를 낮춰 국가 부채 부담을 줄이는 효과)
 - QE로 돈이 많이 풀려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오고 달러가 폭락하고 국가 부채를 소멸시킬 거라는 음모론에 대한 <화폐전쟁> 음모론에 대한 반론
 - 한국에서 가치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


한국에서 뉴딜과 디플레이션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끝을 낸다.

뉴딜이 단순히 토목공사나 일으키는 것으로 의도적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으나, 정책의 핵심은 소득 재분배가 있다.

한국편 뉴딜, 이른바 경제민주화로 가계 소비여력을 확충하고 기업의 투자도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또한, 고통의(?) 디플레이션이 꼭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 즉, 부동산이 더 조정받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는 중산층의 희생을 요구하므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열심히 일한 사람보다 빚을 끌여다가 알박기 잘 해서 평생 팔자고치는 사람이 횡횡하고, 젊은이들이 혁신과 연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알박기할 궁리만 하고 있다면 그런 사회는 과연 정상일까?

그런 나라에서 제2의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진정 그렇게되길 바란다면 아파트값은 적절하게 유지한 상태에서 자본이 혁신적인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하고, 노력하는 젊은이들을 후원하는데서 수익률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나는 현재 한국 정치구조를 보면 이 부분에서 다소 비관적이다. 아마 참지못하고 대규모의 부양 압력이 있을 것이고, 결국 우리나라는 빈부격차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도 활력을 잃게 되면 지금 발생하고 있는 경상흑자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질 지며 대외적 위기에 더욱 취약해질지도 모른다.

극적인 정치적 변화가 있어야 하지만 그건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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