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고 말하기 -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I가 나오면서 역설적으로 인간다움에 대한 탐구는 더 높아진 것 같다. 이 책은 '소통'이 인간다움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말로 하는 소통보다는 비언어적인 소통, 터치, 눈맞춤에서 시작해 정서를 맞추고 대화에서 순서를 바꿔가며 감정을 교류하는 능력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특징이다.

AI는 감정 교류의 능력도, 의지도 없다. AI는 자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자의식은 유한한 존재의 특징이자 특권이다. 인간은 시간적으로 유한한 몸으로 내가 위치한다는 인식을 하고, 타인을 구별한다. 시간적 결핍을 지각하므로 생존 본능과 종족 번식의 본능을 갖고 있다 (p.178~179)

이러한 터치와 눈맞춤, 정서조율, 순서바꾸기, 함께보기 같은 의사소통의 요소들은 갓 태어나서 엄마와 상호작용하면서 부터 배운다. 엄마는 자식의 몸을 만들기도 하지만, 인간을 소통할 수 있게 하여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가장 근본적인 역할도 해준다고 할 수 있다. 책에서도 생애 9개월간의 기간을 기적의 시간이라고 언급하며 많은 발달심리학 예시가 나온다.

처음에 인간은 태어나서 터치를 통해 타인을 인식하고 유대감의 기초를 쌓는다. 한 연구는 무언가 부탁할때 터치를 할 수록 들어줄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고소득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신체접촉이 빈번하다는 연구도 있다고 한다. 예시로 나온건 오바마의 주먹인사다.

인간만이 의사소통적 눈맞춤을 할 수 있다. 유인원과 달리 인간만 눈동자에 흰자가 많아서 시선도 알 수 있고, 감정소통도 더 잘하도록 되어있다. SNS에서의 소통은 이러한 터치와 눈맞춤이 없어 정서교류가 어렵다.

아기는 엄마의 표정을 모방하고 또다시 엄마는 아기의 표정을 모방하면서 서로 정서를 교류한다. 아기는 엄마와 분리된 걸 느끼면서도 자신과 동일한 감정을 느끼는 또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상대방과 정서적 감정을 교류하면서 같은 것을 볼 수 있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관점을 바꿀 수 있다. 그러면서 자기만의 관점을 탈출하는 메타인지도 가능해진다.

메타인지는 자기스스로에게 말을 걸고 반성적으로 사고하는 행위인데, 타인과 소통하는 방식과 동일한 심리학적 구조다. 그래서 남과 소통을 잘 하는 사람이 자기 스스로와도 소통을 잘 할 수 있다. 메타인지까지 가능해야 자신의 관점을 조정하며 바꿀 수도 있어서 사람들 속에서 원만하게 살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이런것도 아기때부터 엄마와 상호작용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얘기다.

저자는 비고츠키 심리학을 강조한다. 인간은 고독하고 사색하는 독립적 인간이 아니라, 소통하교 교류하면서 존재의 의미를 발견해낼 수 있는 사회적 존재라는 것이다. 생각해서 말하는게 아니라, 말하기 때문에 생각한다(p.410). 타인과의 대화가 내면화 되어 '내적 언어'가 될 때 비로소 정교하고 합리적인 사고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건 근대적인 인간관을 뒤집는 이론이고, 독립적인 자아 보다는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적인 관점처럼 느껴진다.

책이 제시하는 마지막 키워드는 '감탄'이다. 엄마가 아이와 눈을 맞추며 "엄마"라고 말할 때 터져 나오는 감탄, 그리고 그에 응답하여 아기가 함께 눈을 반짝이며 기뻐하는 감탄. 언어 이전의 이 순수한 비언어적 울림이야말로 인간 소통의 원형이다. AI가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이 작은 감탄의 순간 속에,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맨 '인간함의 진수'가 들어있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잘 생각해보지 않았던 인간다운 부분, 소통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눈도 맞추고 가벼운 터치도 하면서 감정을 나누는 일이 생각보다 드물었다는 걸 깨달았다. 효율적인 대화에만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새로운 관점을 하게 해준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