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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 정현채 서울대 의대 교수가 말하는 홀가분한 죽음, 그리고 그 이후
정현채 지음 / 비아북 / 2023년 4월
평점 :
생명의 영원함을 알아서 짧은 삶이라도 공덕을 짓는데 힘쓰는게 지혜로운 일이라는 노스님의 말씀을 얼마전에 듣고는 그 말씀이 마음에 남아있었다. 정말 죽어도 끝이 아닌건가, 생명이란 영원한 것인가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다가 만난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 옮겨감이고, 새로운 시작이다. 1970년대에 이르러 심폐소생술이 발달하면서 죽다 살아온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과거에는 그냥 죽었을 사람이 죽음에 살짝 발을 담궜다가 다시 살아나게 되면서 그들의 경험담이 많아졌다.
결론적으로는 의식이라는 건 뇌가 활동을 멈추고도 지속된다. 근사체험이라고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여러 사례를 들고 있다. 단지 환상이라고 보기에는 근세체험자들은 죽은 상태에서 정황상 알 수 없었던 것들을 경험하고 돌아오게 된다.
저자는 정현채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다. 의사로서 무턱대고 믿기보다는 실증주의적이고 증거를 중시하는 태도를 가지고 이런 근사체험을 따지는 입장이다.
죽음에 가까이 가면 먼저 눈을 감은 친지나 부모님들이 마중을 나오는 일이 많다고 한다. 몸과 정신이 쇠약해진 그 사람만 경험할 수 있다. 2011년 죽은 스티브 잡스의 경우 마지막 순간에 아이들과 아내 로렌의 어깨 너머로 시선을 돌리고 "오, 와우! 와우! 와우!" 이렇게 외치고 눈을 감았다.
죽고 나면 소멸해서 없어지는게 아니라 일정한 파동의 에너지체로 존재하게 된다. 영혼의 세계에서는 비슷한 파동을 지닌 영혼들이 모여서 산다.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이 있다면 비슷한 영혼끼리 모이게 되고, 질투와 증오로 가득찬 영혼은 비슷하게 모이게 된다. 천국과 지옥이라는 게 별게 아닐지도 모른다.
사후세계에는 타인을 돕고 싶어하는 진화된 영혼들이 무수히 많다. 자살한 영혼의 경우는 마음의 문을 닫고 있어서 도움을 주기도 어렵다고 한다. 죽음이 끝이 아니고 단지 옮겨감이므로 자살을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이 책은 말한다. 삶의 문제도 자살로 인해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그대로 지니고 온다고 한다.
죽고나면 영혼은 경험많은 선배 영혼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삶과 그 이전의 삶을 회고하며 분석하면서 다음 삶을 계획하게 된다. 발달한 영혼일 수록 좀 더 도전적인 삶을 선택한다고 한다. 전생에서 극복하지 못한 과제를 다음에는 풀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따르는 삶을 설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렇게 삶을 거듭하면서 영적인 성장을 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처럼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지금 삶을 잘 살아내고 다음 삶도 잘 살기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책에서는 훌륭한 죽음을 준비하기를 권한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에 기여를 하고 용서를 받고, 용서를 해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는 진정한 행복이란 남을 위해서 살때만 얻어질 수 있다는 거다. 우리는 관계적 존재이고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나 혼자만의 행복이란 가능하지도 않고 있을수도 없기 때문이다.
평소에 죽음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는 않아서 받아들이기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후세계나 윤회까지는 좀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는데, 근사체험 정도는 어느정도 신빙성은 있어보였다. 즉, 의식이란게 꼭 물질에 기초하지 않은거 같긴 하다는 얘기다.
전에 읽었던 <모든 것이 잘될 수 밖에>에서는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가 시뮬레이션이라고 한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만이 세상의 전부는 아닐 수 있다. 의식이라는게 반드시 우리가 아는 물질에 근거한다는 것도 믿음의 영역 같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영혼같은 걸 상정하고 죽음이 끝이 아니며, 삶이 영원하다는걸 인식한다면 현재 살아가는 태도도 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근사체험을 한 사람은 훨씬 너그럽고 성숙한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 내가 안다는 게 얼마나 한계적이고 좁은지 모른다. 죽음도 내가 알지 못하는 부분에 많이 걸쳐 있어서 함부로 알기는 어렵지만, 죽음을 꾸준히 생각하는거만큼 잘 살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