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지능 - 골드만삭스의 정점을 이끈 CEO가 증명한 압도적 자본 전략
로이드 블랭크파인 지음, 박선영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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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전 CEO인 로이드 블랭크파인 회고록. 골드만삭스는 금융계에서는 탑인 회사다. 다른 회사와 달리 개인 고객과 접점이 없는 IB인 도매금융 위주로 일반인이 크게 느껴지는 회사는 아니다. 그래도 인재의 퀄리티나 레거시 이런 측면에서도 최고의 회사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부나 중앙은행의 많은 인사가 골드만 출신이기도 하다.

블랭크파인은 거기서 12년간 CEO를 지낸 인물이다. 책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뉜다. 골드만 입사 전 시절, 골드만에서 파트너가 되고 CEO로 임명된 시절, 그리고 금융위기를 겪은 시절

블랭크파인을 수식하는 단어는 다음과 같다. 뉴욕 흙수저 노동계급 출신, 하버드 학부와 로스쿨 출신, 골드만에게 인수된 원자재 트레이딩회사 제이 아론에서 원자재 세일즈 출신. 하버드라는 디딤돌이 있었지만 한마디로 아웃사이더 출신이라는 얘기다.

어린시절 회고록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열등감이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없어서 하버드 학부시절이나 로스쿨 시절에도 겉돌았다고 얘기한다.

로스쿨 졸업하고는 학자금 대출을 빨리 갚기 위해 세법 전문으로 로펌에 들어가서 빠르게 성공한다. 하지만 거기서 선배 로펌 파트너를 보고 실망하여 많이 알아보지도 않고 제이 아론에 입사한다. 딱히 금융에 투신하겠다는 생각도 없지만 소개로 인해 그 회사에 들어간다. 트레이딩을 하는 거친 분위기, 역동성에 매료되서 입사한다. 그런 회사에서 CEO까지 하게 됐으니 인생은 참 알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제이 아론은 골드만에 인수된 직후였다. 원자재를 주로 트레이딩하는 회사였는데, 방향성 트레이딩 보다는 일종의 차익거래나 스프레드 따먹는 거래를 위주로 하는 회사였다. 초엘리트적인 골드만에 비해 야생적이고 원초적인 문화가 강했다. 이런 쪽에서 금융 커리어를 시작한 셈이다.

블랭크파인은 운이 좋다. 세계화가 진전되고 외환이 자유화되면서 금융에서 기회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외환 비지니스를 세팅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골드만에서 하나의 캐시카우로 만들면서 블랭크파인은 파트너가 된다.

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이 '파트너' 문화다. 요즘 일반적인 주식회사와는 다른 고유하고 특이한 문화다. 블랭크파인은 이런 파트너십을 골드만의 굉장히 특이하고 강점이 될 수 있는 문화라고 여긴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진통을 거쳐 상장하고 나서도 골드만의 파트너 문화에 공을 들인다.

파트너십에서는 CEO의 일방적인 지시와는 달리 파트너들의 협의와 숙고라는 과정을 거친다. 반대의견도 들으면서 설득해나간다. 시간은 좀 더 걸릴 수 있지만 단단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회사가 잘못되면 자기 재산을 거의다 날릴 수도 있기 때문에 파트너들이 좀 더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하며, 주인의식을 가지고 꼼꼼하게 자기 분야를 들여다보며 일할 수 있게 만든다.

블랭크파인은 머천트 뱅킹에도 애착을 가진다. 고객에게 딜을 주선하면서 좋은 딜이라면 자기 자본으로 같이 투자할 수도 있는 회사가 되야 한다는 거다. 이해상충이라는 이슈를 피한다면, 이러한 머천트 뱅크가 초기 투자은행의 모습이기도 하며, 경쟁자와 차별화된 퍼포먼스와 신뢰가 가능하다. 또한 아담 스미스가 얘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직접 실행할 수 있는 방식이므로 사회에도 뜻깊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바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해서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임무가 맡겨진다. 쓰나미가 들이닥친 상황에서 골드만은 투자은행 중에서 상대적으로는 가장 안전한 위치였지만 쓰나미 앞에서는 프로 수영선수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시기였다.

골드만이 가장 나은 상태였던 이유는 다른 경쟁자와 달리 자산을 철저하게 시가평가로 평가해왔고 리스크 스태프한테 프론트와 동등한, 그리고 그 이상의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기지에 대해서도 과도한 포지션 보다는 하우스 전반적으로 뉴트럴한 포지션이였기에 상대적으로는 덜 위험하게 2008년 금융위기을 지나가게 된다.

이 책에는 조직관리나 금융/투자에 대한 관점, 지나간 인생에 대한 소회 같은 것들이 유머감각과 잘 얽혀져 있다. 지루하지 않게 최고 금융회사의 속살과 CEO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너무나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두세번 새기면서 읽어봤음은 물론이다.

블랭크파인이 참 골드만의 회사 문화와 인재들과 함께 성과를 만들어나가는 걸 좋아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게 책에서 절절하게 표현된다. 혼자가 아니라 뛰어난 동료들과 그런 일을 한다는게 즐겁기는 할 것이다. 인간의 본성 같은거라고 본다. 책을 보면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이 된 행크에 대한 극찬이 나온다. 경청을 잘한다고 한다.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골드만 CEO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행정부나 입법부에서 일했지만 블랭크파인은 그러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 알게 되더라도 참 좋은 사람,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형같은 친근함이 이 책으로 느껴진다. 태생부터 엘리트 적이지 않고 뉴욕 밑바닥, 원자재 영업이라는 외각에서부터 들어온 그런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이 책의 제목인 Streetwise도 책이나 이론적인 접근보다는 아웃사이더나 밑바닥에서 쌓아올리고 단련된 그런 노하우와 훈련이 느껴진다. 골드만에서는 귀족적이고 엘리트적인 후보자보다는 좀 더 강인하고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인물로 상장과 금융위기 시기를 헤쳐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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