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극한 경제 시나리오 - 팬데믹 이후 회복과 성장을 위한 생존지도
리차드 데이비스 (Richard Davies) 지음, 고기탁 옮김 / 부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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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은 먹고 사는 일에 관한 학문으로, 그 중에 한 분야는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두루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잘 살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자유시장과 경쟁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있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게 주류 경제학 아닌가 싶다. 학계에서는 정교하게 이론을 만들고 국가 정책에도 이런 식으로 접근이 이루어지는게 대부분인 것 같다.

- 기존의 틑에서 말고 제로 베이스에서 어떻게 경제를 운용해야 사람들이 잘 살 수 있을지 살펴볼 수 있을텐데, 극단적인 상황들을 연구하는게 도움이 될거라는 아이디어에서 나온게 이 책이다. 기존의 틀로 케이스들을 해석하기 보다는 귀납적인 방법으로 사례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에 가깝다.

- 이 책의 또하나의 목적은 미래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는 곳을 연구함으로써 앞으로 인류가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를 알아보려 한다(제목의 ‘2030년’은 그래서 붙인 듯). 고령화, 디지털화,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지구 상의 세 곳을 방문해서 연구한다.

- 미래를 알아보기 위한 세 곳을 포함해서 극단적인 성공 사례 세 곳, 실패사례 세 곳, 총 아홉 군데를 탐방한다. 문헌조사만 한게 아니라 실제 방문해서 그곳의 경제, 사회, 역사 등을 입체적으로 살펴보면서 많은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한다. 저자가 영국에서 주로 공부한 경제학자일 뿐만 아니라 <이코노미스트> 경제 편집장을 지낸 저널리스트 출신이다. 글 자체가 이론서처럼 딱딱하지 않고 여행기처럼 생생하고 현장감있게 잘 읽히는게 장점.

- 책 초반에 나오는 케이스들에서는 모든 것이 파괴된 폐허상태에서 사람들이 교류하면서 시장을 만들어 낸다. 마치 거대한 사회학 실험장 같다. 시장이라는게 사람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발생할수 없다는걸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비공식 상거래’라고 부르는데, 사회의 회복탄력성을 위해선 중요한 기능이라고 한다.

- 자연발생적이라고 모든 시장이 잘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간의 신뢰와 협동의 가치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꼭 필요한 시장이라도 해도 아예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다리엔의 예). 사회 구성원들간의 신뢰가 두터워 비공식 경제가 활발하더라고 하더라도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데, 정부의 신뢰도 자체가 바닥일 경우에는 이게 너무 큰 비용을 발생시켜 발전과 성장이 없다. 즉, 비공식 상거래만으로만 경제를 꾸려갈 수는 없다(콩고의 킹샤사) 또한, 선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인위적으로 시장을 만들다가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도 한다(아즈라크 난민촌).

- 가장 초반에 나오는 ‘아체’와 ‘자타리 수용소’ 케이스가 제일 흥미로웠다. 쓰나미로 모든 걸 잃어버린 아체에서 사람들이 다시금 집을 짓고 상거래를 하면서 일상을 회복하는 이야기. 여기서 저자는 인적 자본의 중요성과 비공식 화폐 시스템의 중요성을 발견한다.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회복에 필수적이다. 몸에 금을 지니고 있는 전통이 이런 극한 상황에서 장사 밑천이 되었는데, 이런 비공식 화폐 시스템도 사회의 회복탄력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도 예물이나 돌에 예물이나 반지를 주는 관습이 있는데, 극한상황에서 쓰라고 비상용으로 주는거라는 얘길 들은적이 있다.

- 자라티 수용소는 시리아 내전때문에 발생한 난민들이 요르단에 하나둘씩 모여살다가 만들어진 난민수용소다. 여기에는 계획을 세우고 세금을 거둬 재정을 집행하거나 통화정책을 하는 중앙정부도 없다. 그냥 사람들끼리 자연발생적으로 시장을 만들어 필요한 물건들을 조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 경제가 굉장히 활발하다고 한다. 일례로 ‘창업률(새로운 기업숫자/기존 기업숫자)’이 40%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이 대략 20~25%사이라고 하니 매우 역동적인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상품들도 고객들의 기호에 맞을 수 있도록 다양하게 구비하려고 하고, 겉으로 느껴지는 시장의 외관도 알록달록하다. 잘 운영되고 있는 시장의 분위기는 자연을 닮아서 개성있고 발랄하지 않을까 싶다.

- ‘시장’의 극단화로 밀어붙인 칠레 산티아고 케이스가 나온다. 여기는 사회주의로 된통 당하고 쿠데타를 통해 아예 반대로 극단적 시장주의로 넘어간 케이스다. 시장주의를 접목하면서 절대적 빈곤은 사라지고 OECD에 가입하는 등 경제성장의 우등생으로 칭송받기도 하지만, 내부를 보면 불평등이 OECD 1위라고 한다. 성장을 하면서 생기는 불평등은 부수적인 부분으로 볼 때도 있었지만, 결국 극심한 불평등이 성장을 저해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 저자가 이러한 케이스들을 통해 주장하고 싶은 내용은, 경제학이 놓친 비공식 경제를 통한 소득과,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뿐더러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다소 사회적적인 개념들이 경제의 많은 요소를 차지하고 있다는 거다.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미래 경제를 예측하는데 있어서도 방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 낯선 국가나 사회를 볼 때 어떤 부분을 봐야 이 곳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를 예측하는데 저자의 개념들이 도움이 될 듯 하다. 아마도 한국은 지금까지는 저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에서 잘 해왔기 때문에 이정도로 발전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고령화, 디지털화, 양극화를 앞두고 회복 탄력성있는 사회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을 이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 참고: 이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제공을 받고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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