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녀와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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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이 책 덕분에 하나 더 늘었다. 어디로? 무엇을? 이런 것이 아니라 여행 자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사실 여행은 떠나는 것 그 자체만으로 설레고 좋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떠나고 싶다는 충동에 무작정 떠난 여행은 기대했던 것보다 나를 달래주진 못했던 것 같다. 해방감이 주는 위로는 여행의 의미가 주는 꽉찬 기쁨을 뛰어넘지 못한다. 결국 여행도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며 기쁨의 순간을 마음과 함께 만끽하는게 아닐까. 소설의 주인공인 동물들은 문장에서 재잘재잘 그렇다고 속삭여주었다. 다람쥐의 여행을 통해 생각보다 귀중한 사실을 알게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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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아주 커다래, 다람쥐야." 개미가 말했다.

"그렇구나" 다람쥐가 대꾸했다. "멀리 갈수록 세상은 더 넓어지는 거야." 개미가 또 말했다.

다람쥐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니까 사실 계속 걷는다면 세상은 끝없이 넓어지는거지." 개미는 말을 이었다. 

다람쥐는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끝이 없다는 게 어떤 건지는 알지 못했다. 게다가 누군가 계속해서 걸을 수 있다는 것도 믿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만큼 깊이 생각해 보았다. 만약 내가 이 자리에 멈춰 앉아 버리면, 세상은 다시 작아지려나? 아예 계속 앉아 있다면?

생각이 복잡해지자 다람쥐는 직접 확인해 보기로 결심했다. 둘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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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니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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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는 우울했다. 하지만 다람쥐는 다른 동물들에게 따스한 인사를 전한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다람쥐라니. "너가 나를 생각해주지 않는 것 같아서 잘 지내지 않는 것 같아"라는 부엉이의 말에 다람쥐는 주변의 동물들을 생각하고 마음이 담긴 인사를 건넨다. 다람쥐가 건넨 인사 덕분에 "용기를 북돋는 생각들"을 떠올리는 동물들. 너무 힘들어서 혼자 있고 싶을 때, 실패때문에 좌절감이 나를 덮칠 때, 행복한 상상으로 치유받는다. 다람쥐가 건네는 작지만 큰 위로. '소통과 공감'이라는 거창해보이는 단어는 어쩌면 이렇게 누군가를 떠올리고 소소한 인사를 건네는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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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가 마음에 상처가 가득한 고슴도치에게 "사랑하는 고슴도치야 안녕"이라고 적은 편지를 건네고, 그것을 읽은 고슴도치가 눈물을 흘릴 때 나도 함께 마음이 뭉클했다. 짧은 말이지만 마음이 가득 담겨있다. 상심해있는 친구에게 건네고 싶은 말. 모든 마음이 담긴 소중한 말. 동화같은 소설에서 마음을 나도 고슴도치와 더불어 마음을 충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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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 슬픔은 끝나는 즉시 없애 버려야겠어. 그나마 분노 상자를 갖고 있지 않았던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것도 버리려던 참이었는데. 만약 실수로 사자가 그 상자를 받았다면.... 귀뚜라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오래된 분노 상자를 가져와 열고, 그 속에 담긴 분노를 수천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어 하나하나 땅에 묻었다. 만약 누군가 그 분노 조각을 발견하더라도 조금은 화가 날 수 있겠지만, 결코 크게 분노하거나 격노하지는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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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를 읽자마자 눈물이 흘렀다. '사랑하는 고슴도치'를 읽고 또 읽었다. 사랑하는 고슴도치, 사랑하는 고슴도치. 그래 나는 사랑하는 고슴도치야. 그리고 잊지 않기 위해 편지를 이마 제일 아래에 있는 가시에 찔러 두었다. 바로 눈앞에 편지가 걸려 있어, 그가 사랑하는 고슴도치라는 데에 의심이 생길 때마다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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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은 아무것도 아닌지도. 그러면 아무것도 아닌 것의 반대는 뭐지. 무엇인가? 아니면 아무것인가? 예전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했을까. 아니면 존재하지도 않았나? 게다가 모두 자고 있는데 왜 나만 혼자 이런 생각을 하며 잠을 못 자는걸까? ... 다람쥐는 다시 생각했다. 나는 바로 지금 존재할 뿐인데. 나중으로는 가 본 적이 없고,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 다람쥐는 항상 자기 자신보다 앞서 나갔던 생각들을 더 이상 좇을 수가 없게 되자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그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 이불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지금이 아니면 아무 때도 아닌 거야" 그러고는 곧바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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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 - 마음 아픈 사람들을 찾아 나선 ‘행키’의 마음 일기
임재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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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길거리로 나앉은(?) 정신 나간 정신과 의사, 행키 임재영 선생님의 이야기다. 스스로 마음이 많이 아파보기도 했고, 수없이 흔들려보기도 한 정신과 의사인 작가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서 만나기 위해 병원이 아닌 길거리를 택했다. 사실 정신과라고 하면 아직까지 무슨 문제가 있어서 가는 곳, 문제가 있는 것을 스스로 알아도 선뜻 갈 수 없는 곳이다. 그런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트럭을 개조하고, 상담을 하기 위해 피치못한 수모를 당하는 사람들에게 '기분'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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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붙인 이름인 행키, 행복을 키우는 사람. 눈물을 닦아주고 마음을 달래주며 행복을 키울 힘을 건네는 사람. 작가는 스스로를 발판이나 징검다리라고 이야기한다. 정신과 진료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치료 동기가 생기고, 그 높은 문턱을 스스로 넘을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지 못해서, 문제를 알면서도 실제로 도와줄 수 없어서 마음이 아파한다. 또한 마음이 아픈 발달장애 아들을 보살피면서 생겨나는 애틋한 마음들도 담겨있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여전히 따스한가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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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선물받은 휴일인 오늘, 인생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제목에 이끌려서 잠시 펼쳤다가 행복이 가득 담긴 따스한 에너지를 받았다. 오늘은 정말 선물같은 날인가보다. 마음을 나눈다는 것. 여전히 서툰 것.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서 마음을 나누고, 그 속에 담긴 따스함을 나눈다는 것은 정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기적과도 같은 움직임이기에 읽어내려가는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추워지는 겨울날 마음을 따스히 데우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이 책의 수입금 전액은 발달장애아동을 후원하는 단체나 재단에 기부하신다고 한다. 행복과 사랑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읽어보기에 담긴 내용도 마음도 모두 고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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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의도가 좋은 의도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냉혹한 현실에 상처를 받았다. 그래도 나는 굴하지 않고 내 마음을 계속 전했다 - 도움을 주고 싶어서 "도움이 필요하시면 알려주세요!"라고 외쳤지만,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없었다. 내가 잘 쓰일 수 있기를 바랐건만, 나를 쓰려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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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정한 나의 임무는 '발판'이나 '징검다리'가 되는 것이다. 우선 마음 아픈 사람들이 보다 편하고 보다 쉽게 전문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부담이 적은 만남을 통해 마음 상태를 평가받고, 필요한 경우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것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정신 질환이나 정신과 치료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 그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치료 동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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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든 사연을 힘들게 읽었는데도 막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 땐 허탈감을 느꼈다. 도울 방도가 떠오르지 않아 무력감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그 또한 내가 감당해야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할 땐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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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아웃증후군의 원인은 무엇일까? 페이스 조절 실패다. 타고난 체력이 다르듯 타고난 정신 에너지량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정신 에너지량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자신의 정신 에너지량을 아는 사람도 그 한계를 스스로 넘어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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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선택하든 분명 얻는 게 있어요. 저는 잃는 것들보다 얻는 것들을 더 생각합니다. 인생은 한 순간의 선택으로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에요. 어차피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죠. 계획대로 살려고 애썼지만, 계획대로 살아지지는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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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ma1228 2018-12-04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행키입니다! ^^ 리뷰 감사합니당~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ㅎㅋ
 
비만코드 - 체중은 인슐린이 결정한다
제이슨 펑 지음, 제효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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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결과가 아니라 증상이다. 그리고 비만을 해결하는 것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슐린 낮추기'이다. 우리는 오랜 기간 동안 열량이론에 지배당했다. 조금 먹고 많이 움직이면 살이 빠진다 라는 믿음 하에, 먹고 싶은 것을 참고 하기 싫은 운동을 꾸역꾸역 해왔다. 그러다가 금세 요요가 찾아와 예전보다 더 쪄버린 몸을 바라보며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이때까지 다 속은거다. 우리 몸은 그렇게 혹독하게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하게 다뤄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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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비만의 키워드인 '인슐린'에 대한 최신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저지방 음식의 신화는 사라지고, 저콜레스테롤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없어진 지 오래다. 지방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으며 이는 타임지를 새로이 장식한 eat butter라는 문구에서도 알 수 있다. 버터가 최고의 지방이라는 말은 아니라,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 세뇌되어진 잘못된 음식상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는 우리 몸에 대해,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 어쩔 수 없어서, 바빠서, 귀찮아서 등의 이유로 내팽겨치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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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 몸의 대사를 도와주는 바르고 건강한 음식을 옳은 방법으로 먹으면서 내 몸을 돌보아주어야 한다. 그런 음식을 먹지 못할 때는 먹지 않으면 된다. 간단한 건 아는데 그걸 실천하는 내 마음은 결코 간단하지만은 않다. 세상살이 그렇게 살면 어떻게 하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하다간 세상살이 못할 수도 았다는 말을 직접 겪어본 사람의 입장에서 해주고 싶다. 건강을 잃으면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다는 그 때의 처절한 기억을 다시금 곱씹으며 바른 음식에 대한 또 하나의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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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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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은 처음이다.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던 장르라는 점에서, 그리고 촘촘하게 얽힌 긴장감으로 만들어지는 반전들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대상 수상작에 극찬을 받은 소설이라고 적혀있는 표지는 통상적인 상술이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아니었다. 정말 무언가에 홀린 듯이 계속 머릿 속에 맴돌며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이런 책은 평소에 잘 안 읽는데 하며 우습게 봤던 나였는데, 마지막 장을 덮으니 작가가 본때를 보여줬다는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안그래도 추워지는 날씨 읽고 나니 더 서늘해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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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면 가끔 책을 덮고 싶다는 충동이 드는데, 그건 책에서 그리는 이미지대로 머릿 속에 그려나가면 너무 끔찍하고 무서워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덮을 수가 없었다. 읽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생생하게 그려나가는 문장 구성력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호러라는 장르는 영화조차로도 보지 않는 내가 처음으로 읽은 호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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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이 책은 공포와 긴장을 조성하는 호러 소설의 단편적인 특성 그 이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전반적인 갈등의 원인이자 해결의 원인은 결국 '가족'이라는 끈이었다. 가족 사이의 틈을 통해 무서운 요괴가 등장하고 가족을 끔찍하게 해치는 것. 이런 요괴를 입에 올리는 것 조차 금기시되는 터부라는 점.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에 대해, 그리고 소홀함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담긴 책이었다. 오랜 폭력에 맺힌 마음이 가족을 앗아가는 무서운 존재를 만들어냈다. 어쩌면 지금도 어딘가에서 가족을 괴롭히고 있을지 모르는 요괴는 가족 스스로 만들어내는 건 아니었을까. 이런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책에 대한 선입견을 또다시 깨뜨려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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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참아도 되는 일은 없단다. 계속 참기만 하면 마음속에 나쁜 게 쌓이는 법이지.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대가가 온단다. 계속 참는 게 좋은 일은 아니야. 나는 참았어, 그러니까 용서해줄 거야.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란다. 세상은... 이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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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나 혼령은 대부분 빈틈으로 들어오죠 

-빈틈요?

가족 간에 생기는 마음의 빈틈이에요. '골'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음에 골이 있으면 그런 걸 부르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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