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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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은 처음이다.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던 장르라는 점에서, 그리고 촘촘하게 얽힌 긴장감으로 만들어지는 반전들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대상 수상작에 극찬을 받은 소설이라고 적혀있는 표지는 통상적인 상술이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아니었다. 정말 무언가에 홀린 듯이 계속 머릿 속에 맴돌며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이런 책은 평소에 잘 안 읽는데 하며 우습게 봤던 나였는데, 마지막 장을 덮으니 작가가 본때를 보여줬다는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안그래도 추워지는 날씨 읽고 나니 더 서늘해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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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면 가끔 책을 덮고 싶다는 충동이 드는데, 그건 책에서 그리는 이미지대로 머릿 속에 그려나가면 너무 끔찍하고 무서워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덮을 수가 없었다. 읽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생생하게 그려나가는 문장 구성력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호러라는 장르는 영화조차로도 보지 않는 내가 처음으로 읽은 호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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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이 책은 공포와 긴장을 조성하는 호러 소설의 단편적인 특성 그 이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전반적인 갈등의 원인이자 해결의 원인은 결국 '가족'이라는 끈이었다. 가족 사이의 틈을 통해 무서운 요괴가 등장하고 가족을 끔찍하게 해치는 것. 이런 요괴를 입에 올리는 것 조차 금기시되는 터부라는 점.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에 대해, 그리고 소홀함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담긴 책이었다. 오랜 폭력에 맺힌 마음이 가족을 앗아가는 무서운 존재를 만들어냈다. 어쩌면 지금도 어딘가에서 가족을 괴롭히고 있을지 모르는 요괴는 가족 스스로 만들어내는 건 아니었을까. 이런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책에 대한 선입견을 또다시 깨뜨려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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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참아도 되는 일은 없단다. 계속 참기만 하면 마음속에 나쁜 게 쌓이는 법이지.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대가가 온단다. 계속 참는 게 좋은 일은 아니야. 나는 참았어, 그러니까 용서해줄 거야.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란다. 세상은... 이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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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나 혼령은 대부분 빈틈으로 들어오죠 

-빈틈요?

가족 간에 생기는 마음의 빈틈이에요. '골'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음에 골이 있으면 그런 걸 부르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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