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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 유교 문명의 새로운 구상과 실천 ㅣ 창비 한국사상선 14
정약용 지음, 백민정 편저 / 창비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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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 내가 알던 정약용, 내가 몰랐던 정약용

정약용은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실학자이자 개혁사상가로 『목민심서』와 『경세유표』를 집필하고 백성을 위한 제도 개혁을 고민했던 인물이라는 정도로 알고있었다. 그가 한 업적을 시험을 보기 위해 외웠던 것 외에 예전에 조윤제 작가님의 다산의 기록법, 다산의 마지막 공부, 다산의 문장들을 읽으며 좋은 문장들을 많이 만나 언젠가 한번 읽어봐야지 했는데 이번에 파인만 독서모임 서평단에서 창비 한국사상선 정약용편을 읽게 되어 매우 설레였다.

정약용은 제도와 정책을 연구했던 실학자이며, 인간의 본성과 도덕, 삶의 태도를 끊임없이 고민했던 철학자였다.

솔직히 책은 상당히 어려웠다. 성리학, 이기론, 성선설, 기질지성, 권형 등 생소한 개념이 쉴 새 없이 등장했다. 한 문장을 여러 번 읽어도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정약용이 기존의 성리학을 어떻게 비판하고 자신의 철학을 세워나갔는지 이해하려면 그가 비판했던 사상부터 알아야 했는데, 그 배경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읽는 속도가 더뎠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몇 가지 개념부터 쉬운 말로 정리해보았다.

성리학은 인간과 세상에 존재하는 원리를 탐구하고, 그 원리에 따라 도덕적인 삶을 실천하려는 유학의 한 흐름이다.

이기론(理氣論)은 세상을 이루는 이치인 '리(理)'와 현실의 사물과 현상을 이루는 기운인 '기(氣)'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성선설은 맹자가 주장한 인간 본성에 관한 이론으로, 인간에게는 선을 향할 수 있는 도덕적 가능성이 본래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권형(權衡)은 정약용의 사상에서 인간이 선과 악을 판단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성의(誠意)와 정심(正心)은 자신의 뜻을 진실하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한다는 의미로, 유교에서 중요한 도덕적 수양의 개념이다.

책에 여러가지 내용 중 기억에 남는 문장을 추려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2. 책속으로 | 정약용의 사상에서 발견한 질문들

① 인간은 왜 스스로 선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와 달리 다산이 주목한 서학설은 윤리적 선택이라는 인간의 적극적 의지와 개입을 강조한다.

P. 20

문장 이해하기

기존 유학의 수양론에서는 타고난 본성과 도덕적 원리를 회복하는 일이 중요했다. 반면 정약용이 관심을 가졌던 서학의 논의에서는 인간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의지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정약용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받아들이면서 인간의 자율적인 선택과 도덕적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쉽게 말하면 선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사실보다, 실제로 선을 선택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발제

인간에게 선한 마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선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좋은 의도와 실제 행동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내가 생각한 답

나는 좋은 의도보다 실제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동을 정당화할 때가 있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도 그런 뜻은 아니었다고 말하거나,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이유로 행동하지 못할 때도 있다. 물론 의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마음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특히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실제로 실천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자신의 이익이나 감정을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결국 선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에 걸맞은 행동을 선택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② 효도는 가족을 넘어 사회의 윤리가 될 수 있을까?

정약용이 주목한 정치의 공공성은 부모형제라는 인륜 관계의 공적 토대에서부터 시작된다.

P.30

그는 효제를 가장 중요한 명덕으로 강조했음에도 효제의 덕을 사람이 타고나는 본성이라고 보지 않았다.

출처 입력

문장 이해하기

정약용은 부모와 자식, 형제 사이의 관계에서 배우는 도덕적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에게 효제는 단순히 부모에게 순종하거나 형제간에 사이좋게 지내는 데서 끝나는 개념이 아니었다. 가족을 돌보는 마음과 책임을 이웃과 공동체로 확장하여 사회의 공적인 윤리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었다.또한 효제를 태어날 때부터 완성된 덕으로 보기보다 선택과 실천을 통해 이루어야 할 것으로 이해했다.

발제

가족을 사랑하고 돌보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사회 전체를 향한 책임감으로 이어질까? 효를 사회적 윤리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오늘날에도 타당할까?

내가 생각한 답

가장 가까운 사람을 돌보는 태도가 타인을 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는 정약용의 생각에 공감한다.

가족 안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책임지는 법을 배운다면 그 경험이 다른 인간관계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문도 생겼다.

모든 가족이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갈등과 상처가 존재하고, 어떤 관계에서는 도덕적 의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효는 어디까지 실천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효의 핵심이 무조건적인 복종보다는 상호 존중과 책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족을 향한 사랑이 사회적 윤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희생이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오히려 정약용이 강조한 인간의 자율적 판단과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③ 인간의 마음은 이성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다산은 인간의 영명과 상제의 영명이 직접 상통하며 감응한다고 생각했다.

P.38

문장 이해하기

정약용의 사상에서 '영명'과 '영성'은 인간의 정신적이고 영적인 특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그는 인간의 마음을 단순히 이성적인 판단 능력으로만 설명하지 않았으며, 상제라는 초월적 존재와의 관계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여기서 상제는 정약용이 이해한 초월적이고 도덕적인 존재로, 그가 서학을 받아들이면서도 유교의 전통적인 관념과 연결해 사유한 대상이다. 정약용의 철학이 단순한 합리주의나 실용주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발제

인간이 선하게 살아가는 데 종교적 믿음이나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의식이 필요할까?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양심적인 행동을 선택할까?

내가 생각한 답

정약용이 인간의 영명과 상제를 연결해 설명한 부분은 너무 어려워서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이 왜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이 시대에도 종교적 차원에서도 고민했다는 점은 흥미로웠다.나는 선하게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종교적인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어서, 혹은 벌을 받을까 두려워서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보다 자신의 양심과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개인의 욕망이나 이익을 넘어서는 기준을 고민하는 과정은 필요할 것이다.

정약용이 상제의 존재를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도 단순히 인간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행동과 도덕적 책임을 더 깊이 성찰하도록 하는 데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④ 많이 배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제는 과거학도 이미 쇠잔해졌다.

P.119

수신은 효우로 근본을 삼아야 한다.

P. 119

이것은 곧 흙담에다 색칠하는 것일 뿐이다.

P.119

문장 이해하기

정약용은 과거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글을 꾸미고 형식적인 지식만 쌓는 학문을 비판했다. 아들에게 보낸 가훈에서는 자신의 본분을 다하지 않으면서 학식과 문장만 뛰어난 사람을 흙담에 색칠한 것에 비유한다. 겉으로 아무리 훌륭하게 꾸미더라도 내면의 수양과 실천이 없다면 진정한 학문이라 보기 어렵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발제

학문의 가치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에 있을까, 아니면 배운 것을 실제 삶에서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있을까?

내가 생각한 답

이 부분은 오늘날의 교육과 사회를 떠올리게 했다.

우리는 끊임없이 공부한다.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더 나은 직장과 지위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을 배움에 투자한다.

나 역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격을 갖추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정작 그 배움이 실제 삶에서 어떤 의미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분야의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며,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해서 그만큼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지식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지만, 그것이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때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약용이 살았던 시대에도 시험과 출세를 위한 공부가 비판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인간이 지식을 통해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배움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일까?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배운 것을 잘 사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일까? 정약용의 학문관은 공부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⑤ 선한 마음을 가지고도 악한 행동을 하는 이유

그러므로 선을 하면 실제로 나의 공이 되고, 악을 저지르면 실제로 나의 죄가 된다.

P.174

사람은 이들과 달리 선을 할 수도 악을 할 수도 있다.

P.175

문장 이해하기

정약용은 인간이 선을 좋아하고 악을 부끄러워하는 도덕적 성향을 지녔다고 보았다. 그러나 인간이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언제나 선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으며, 바로 그 선택 때문에 도덕적 책임을 진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권형이다. 권형은 저울처럼 선과 악을 헤아리고 선택하는 인간의 자율적인 능력을 가리킨다.

발제

인간이 본래 선을 좋아한다면 왜 악한 행동을 할까? 무엇이 옳은지 알면서도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인간에게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한 답

나는 인간이 선한 마음과 이기적인 욕망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배려하고 싶으면서도 손해를 보고 싶지는 않고,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순간적인 감정을 참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서 인간이 선을 좋아하는 본성을 가졌다는 사실이 반드시 선한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오히려 선한 행동을 선택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도덕적 실천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다만 모든 잘못된 선택을 오직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람의 선택에는 성장 환경과 사회적 조건, 감정과 상황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환경을 이유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나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되,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려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덕적 책임과 인간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서로 반대되는 가치가 아닐 것이다.

⑥ 선한 의도와 실제 행동은 같은 것일까?

성의와 정심은 비록 학자의 지극한 공부이지만 매번 일을 통해 성의하고 매번 일을 통해 정심하는 것이다.

P.177

문장 이해하기

성의는 뜻을 진실하게 하는 것이고, 정심은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정약용은 이를 단순히 마음속에서 이루어지는 수양으로만 보지 않았다.

실제 일을 처리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자신의 뜻과 마음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덕적 수양이란 현실에서 행동하며 실천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발제

마음속으로 누군가를 위하는 것과 실제로 그 사람을 위해 행동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우리는 좋은 의도를 가졌다는 이유로 자신의 행동을 쉽게 정당화하고 있지는 않을까?

내가 생각한 답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평소의 인간관계를 떠올렸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표현에 소홀해지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표현하지 않고,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사과하지 못할 때가 있다. 하지만 상대방은 내가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두 알 수 없다. 결국 마음은 말과 행동을 통해 전달된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보다 그 의도를 어떻게 표현하고 실천하는지가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모든 선한 마음이 반드시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상대를 위해 기다려주거나 한발 물러서는 것 역시 하나의 실천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을 좋은 의도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돌아보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⑦ 마음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언제나 좋은 사람일까?

성의·정심은 항상 행사에 있었던 것이며 성의·정심은 항상 인륜에 붙어 있는 것이다.

P.180

사람과 사람이 서로 관계하는 것은 곧 인륜이 아니겠는가!

P.181

문장 이해하기

정약용에게 도덕적 수양은 현실과 동떨어진 고요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 관계 속에서 도덕적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는 마음속으로 올바름을 생각하는 일과 현실에서 올바르게 행동하는 일을 분리하지 않았다.

발제

마음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반드시 도덕적으로 성숙한 사람일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과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은 같은 의미일까?

내가 생각한 답

나는 그동안 마음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화내지 않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평온함을 유지하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화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은 아니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서 언제나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화가 나거나 슬픔을 느끼는 것이 도덕적으로 부족하다는 의미도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보다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행동으로 옮기는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화가 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화를 이유로 상대를 함부로 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또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언제나 좋은 선택인 것도 아니다.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잘못된 일을 지적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결국 사람의 됨됨이는 혼자 있을 때의 평온한 마음보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순간에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이 부분은 나 자신을 가장 많이 돌아보게 한 대목이었다.


3. 나오며 |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이 책을 읽기 전 정약용은 나에게 조선 후기의 위대한 실학자였다. 백성을 위한 제도를 고민하고 수많은 책을 남긴 학자. 역사책 속에서 이미 완성된 업적을 가진 인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의 사상을 조금씩 들여다보면서 그 역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했던 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들에게 남긴 가훈과 자신의 저술을 돌아보는 글에서 학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오랜 시간 학문에 몰두했지만 이루지 못한 일들에 대한 아쉬움, 자신이 남긴 글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태도, 그리고 다음 세대에 의미 있는 배움을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 인상적이었다. 위대한 인물도 결국 자신의 부족함을 고민하고 후회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인간적이었다.

책에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본문에도 썼지만 인간의 본성과 도덕적 선택에 관한 이야기였다.

정약용은 인간이 선을 좋아하는 본성을 가졌지만, 선한 행동을 선택하는 일은 인간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이 말을 이해하고 나니 나의 일상도 돌아보게 되었다. 나 역시 좋은 생각과 좋은 말을 좋아한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에 밑줄을 긋기도 하고, 누군가의 사려 깊은 행동에 감동하기도 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일상에서 그 생각들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돌아보면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렵다.

다른 사람의 잘못은 쉽게 판단하면서 나의 잘못에는 관대해질 때도 있고,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으면서도 가까운 사람에게는 무심하게 행동할 때가 있다. 상대방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갈등이 생기면 자신의 입장을 먼저 내세우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그 마음에 걸맞은 행동을 지속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늘 옳은 선택을 하며 살 수 있을까.

인간은 누구나 부족하고 감정에 휘둘리며 때때로 잘못된 선택을 한다. 나 역시 앞으로도 실수하고 후회하는 순간이 많을 것이다. 다만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다음에는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 도덕적 실천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정약용의 철학적 주장을 모두 이해하거나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과 동물의 본성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방식이나 효를 공적 윤리의 출발점으로 삼는 관점에는 드는 의문이 있다. 상제와 영성에 대한 논의도 한 번의 독서만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정약용이 기존의 학문적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인간의 도덕적 책임을 강조하며, 배운 것을 현실에서 실천하려 했다는 점은 오래 기억하고 싶다. 그는 학문이 단순히 지식을 쌓거나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 아니라 실제 삶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은 책을 읽는 나를 돌아보게 했다. 나는 책을 읽고 무엇을 얻고 싶었던 것일까. 새로운 지식을 많이 아는 것일까, 좋은 문장을 기록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배움으로 나의 생각과 삶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일까.

책을 읽는 일도 결국 하나의 공부라면, 읽은 내용을 기억하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삶에서 어떻게 실천할지 고민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솔직히 이 책은 끝까지 쉽게 읽히지 않았다. 이해하지 못한 문장도 많았고, 어떤 부분은 다시 읽어도 여전히 어렵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생각해보게 했다. 책의 모든 부분을 다 기억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했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오늘 하루 내가 어떤 말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으며, 어떤 선택을 했는지 돌아볼 것을 마음에 새겼다.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것.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은 어쩌면 평생 끝나지 않을 공부인지도 모르겠다.

#정약용 #백민정 #한국사상선 #창비 #정약용서평 #인문학독서 #철학책추천 #성리학 #다산정약용 #독서기록 #독서모임 #책속의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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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 국내 유일 장별 해설 수록 ㅣ 현대지성 클래식 77
존 메이너드 케인스 지음, 현동균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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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된다."

우리가 당연하게 믿고 있는 이 상식에 케인스 의문을 가진다.
케인즈가 쓴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은 단순히 경제학 이론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당시 경제학의 기본 전제를 하나씩 뒤집으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책이다.

솔직히 처음 책을 받았을 때 두께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현대지성 판본은 원문 사이사이에 해설을 넣어 원전을 읽는 부담을 크게 줄여줬다. 어려운 개념도 현실 사례와 연결해 설명해 주기 때문에 케인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읽는데 아주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저자 서문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케인스가 이 책을 '일반이론'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였다. 그는 특정 기업이나 개인이 아니라 경제 전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을 만들고자 했다. 개별 경제주체의 행동을 단순히 합친다고 경제 전체를 이해할 수 없으며, 개인에게 맞는 논리가 사회 전체에서는 오히려 틀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저축이다. 개인은 저축을 많이 하면 더 부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동시에 소비를 줄이고 저축만 늘리면 기업의 매출이 감소하고, 생산과 고용이 줄어 결국 사회 전체의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 개인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이 경제 전체에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합성의 오류'를 지적한 것이다.

그리고 또 재밌게 읽은 부분은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우리는 흔히 금리가 낮아지면 투자가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케인스는 기업이 움직이는 진짜 이유는 앞으로 얼마나 팔릴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즉 미래에 대한 기대라고 설명한다. 투자와 고용은 계산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심리와 불확실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 책은 시장이 항상 스스로 균형을 회복한다는 고전학파의 믿음에도 질문을 해본다. 경제는 자동으로 완전고용 상태를 회복하지 않으며, 불황이 길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경기 침체기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펼쳐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는 케인스의 주장이 등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거의 100년 전에 쓰였음에도 지금의 경제 뉴스를 그대로 설명해 주는 것이다. 금리 인상과 인하, 정부의 추경, 경기부양책, 소비 위축, 투자 심리 같은 현대의 이슈들도 모두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경제가 결국 통계나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기대와 심리, 그리고 선택의 결과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차례만 읽어봐도 내 궁금증에 답을 해줄 것 같아 흥미로웠다. '다들 아끼는데 왜 더 가난해질까?', '사장님은 왜 새 기계를 안 살까?', '이자율은 저축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처럼 현실적인 질문에 해설을 덧붙여 원전과 현실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궁금증에 대해 답을 해준다. 원전의 깊이는 유지하면서도 독자의 이해를 돕는 현대지성 출판사의 편집이 정말 좋았다.

이 책은 결코 쉬운 책이 아니다. 힘들게 읽었지만 다 읽고 나니 성취감이 장난 아니다. 매우 어려운 내용을 만나 진도가 안나 갈 때 현대지성 특별부록 가이드북을 보며 이겨냈다. 경제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고전은 역시 낡은 구닥다리가 아니라 시대를 읽는 교과서이고 현재진행형이다.

#고용이자및화폐의일반이론 #경제공부 #경제학책 #현대지성 #케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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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SKETCH - 관찰하는 삶, 그려내는 인생, 그리고 느끼는 보물
쿠리타 유이 지음, 김재훈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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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2026년 한해의 계획을 짤 때 이모티콘 작가되기를 넣어두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

캐릭터를 그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설명이 필요 없이

전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

캐릭터를 보는 순간

‘지금 화가 났구나.’, ‘슬프구나.’, ‘당황했구나.’

이런 감정이 바로 느껴져야 한다.

​

만약 그림을 보고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라는 설명이 먼저 필요하다면

이미 전달력이 부족한 그림이다.

​

그러던 차에 CAFE SKETCH 도서 서평단이 올라와 냉큼 신청하여 재미있게 책을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쿠리타 유이는 블리자드와 Tonko House 등에서 활동한 일본의 스토리 아티스트다. 《오버워치》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ONI: 천둥 신의 전설》 등 다양한 프로젝트의 스토리보드 작업에 참여했으며, 현재는 스토리 아티스트이자 교육자로 활동하며 드로잉과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전하고 있다.

​

LOVE 사랑과 흥미를 가져라.

ENJOY 좋아하는 것을 즐겨라.

OPEN 마음을 열어라.

​

책 속의 쿠리타 유이는 특별한 재능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계속해서 말하는 것은 꾸준함과 관찰이다.

​

계속 도전하면

조금씩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집니다.

​

​

나는 취미로 가끔 그림을 그린다.

정식으로 배워본 적도 없고, 잘 그리는 편도 아니다.

사람이나 동물은 아직도 너무 어렵게 느껴지고 대신 사물이나 풍경은 조금씩 재미로 그려보고 있다.

​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그렸다면 지금은 어땠을까?’

​

사실 매일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당장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

하지만 취향은 조금씩 선명해질 것이다.

관찰하는 눈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손도 조금씩 익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예전보다 자연스럽게 선을 긋고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

그리고 작가는 결과보다 먼저 일단 해보라고 말한다.

잘 안 되면 다시 하면 되고, 계속 도전하면 조금씩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고.

​

나는 나, 너는 너입니다.

..

넌 뭘 할 수 있어?

넌 뭘 좋아하고, 뭘 할 때 가장 즐거워?

네 얘기 좀 해줘.

..

너의 인생 자체가 멋진 스토리야!

그림을 그리다 보면 다른 사람을 신경쓰게 된다.

정작 단점은 내 눈에만 들어오는데 그 하나가 걸려서 세상에 내놓기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

하지만 난 비전공자에 전문가가 아니라는게 허들 하나를 낮춰주었다.

잘 그리기 보다 나만의 개성을 가졌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

그러려면 나만의 스토리를 가져야 한다.

​

 
 
 

특히 좋았던 부분은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바꿔준 이야기였다.

​

작가는 풍경을 볼 때도 “예쁜 풍경을 찾으라”가 아니라 재미있는 디자인을 발견하라고 말한다. 전선 사이의 간격,건물과 나무가 만드는 모양, 구름의 형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실루엣.

​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멋진 장소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재미있다고 느낀 장면을 발견하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러고 보니 그림은 결국 보는 능력이 아니라 발견하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유튜브로 그림 그리기 영상을 보며 배울 때, 덩어리로 연습하라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책에서는 프레이밍 연습이라고 한다.

​

후반부에서는 전달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항상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가?’

‘어떻게 하면 가장 잘 전달될까?’

​

생각해 보면 그림뿐 아니라 글도 똑같다.

아무리 문장을 예쁘게 써도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르면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책에서는 만족스러운 그림보다 명확한 그림을 우선하라고 말한다.

또 관객에게 “어디를 봐야 하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

보고 싶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이끌어야 한다고 한다.

그것 또한 배려라고.

​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가?’

‘어떻게 하면 전달될까’

​

계속해서, 끊임없이 떠올려야 할 질문들입니다.

왜냐면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몰입하다보면 무엇을 전달하려고 했고, 어떻게하면 전달될지를 잊어버리고 삼천포로 빠질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끊임없이 떠올려야 할 질문들이라는 말에 정말 공감 되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는지

얼마나 많은 열정을 쏟았는지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전달되는가’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을 읽으며 많이 공감했다.

​

정성과 시간을 들이면, 모르는 사이에 지우는 괴로움이나 아깝다는 마음이 쌓이게 되고, 잘 그린 그림, 예쁜 그림, 디테일을 가득 채운 그림을 그리려는 습관이 발동 할 틈이 생기면 명확함의 중요성을 잊어버리게 된다고 한다.

​

서평이나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하면 무엇을 얘기하려고 했는지를 잊게 된다.

과감히 덜어내야 할 때는 지우고 간결하게 핵심만 남겨야 한다.

​

​

 
 

CAFE SKETCH 책에서 작가의 그림에 대한 감상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작가의 스케치가 많아서 정말 좋았다.

완성작과 과정이 많이 담겨 있어서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선을 쌓아가는지 자연스럽게 따라가 보았다.

​

선은 거칠지만 과감하고, 인물은 단순한데도 감정이 살아 있었다.

특히 사람들의 자세나 표정, 손짓 하나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어 작가의 뛰어난 관찰력이 느껴졌다. 사진 속에서 대부분이 그냥 지나칠 장면들을 포착해 이야기로 만드는 능력이 인상적이었다. 잘 그리는 사람이기 전에 잘 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림을 잘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었다.

세상을 더 자세히 바라보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하나였다.

​

드로잉 책을 보면 대부분 선 긋기부터 시작한다.

의외로 선 하나를 곧게 긋는 것도 어렵다.

​

하지만 생각해 보면 모든 일은 그렇다.

​

요리도 양파를 써는 것부터 배우고, 글쓰기도 가나다부터 시작한다.

처음에는 의미 없어 보이는 반복이 결국 실력을 만든다.

무의미해 보이는 시간이 어느 순간 실력이 되어 돌아온다.

​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관찰하는 습관이고,

완성도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무엇이 전달되는가였다.

​

얼마전에 매일우유를 그린 적이 있다.

처음에는 그냥 우유팩을 따라 그리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옆면의 작은 글씨를 그리려는 순간 아차싶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내용을 그림을 그리려니 하나하나 읽게 되었다.

​

신기했던 건 매일 필사를 했던 덕분인지 생각보다 금방 글씨를 따라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림 하나 그렸을 뿐인데 매일우유 표시사항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 되었고, 필사도 하게 되었다.

평소에는 지나쳤던 것을 그림 덕분에 읽고 관찰하게 된 것이다.

​

무의미해 보이는 반복도 언젠가는 의미가 된다.

무(無)가 유(有)가 되는 순간은,

특별한 재능보다 꾸준함과 관찰이 먼저 만들어 주는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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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피라이터의 기록법 - 흐릿한 생각을 선명한 한 줄로 바꾸는 하루 3분 언어화 루틴
아라키 슌야 지음, 신찬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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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자주 하는 고민이 있다.

‘머릿속에는 있는데 왜 글로 쓰면 평범해질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적으려고 하면 사라져버리는 경험도 자주 한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1% 카피라이터의 기록법이었다.

처음에는 1% 카피라이터의 기록법이라고 해서 글쓰기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나니 이 책은 글쓰기보다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우리는 좋은 아이디어는 갑자기 떠오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생각은 처음부터 선명한 것이 아니라 희미한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 생각을 질문하고, 기록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비로소 하나의 생각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흐릿했던 생각을 선명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책이 말하려는 방향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해본 질문은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도 남아있던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까?”이다.

아마 대부분은
가족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책은 다시 질문을 한다.

정말 그것뿐일까?
고객은? 동료는? 그리고 자기 자신은?

이 질문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가족을 위해’라는 대답도 수많은 이유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기준을 얼마나 명확하게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가였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지만, 바로 그 과정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언어화 기록법’은 앞으로 글쓰기를 할 때마다 떠올려야 할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 사건과 감정을 적는다(WHAT)
* 왜 그렇게 느꼈는지 질문한다(WHY)
* 결론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적는다(HOW)

먼저 있었던 사건과 그때 느낀 감정을 적는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느꼈을까?”
이 질문 하나만으로 생각이 깊어진다.

예를 들어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기분이 좋았다면,
왜 좋았을까?
처음에는 여러 이유가 떠오르지만 계속 질문을 던지다 보면 결국 핵심 이유 하나가 남는다.
그리고 그 핵심을 한 문장으로 결론 내린다.

그다음에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까지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이어서 언어화 기록법을 크게 세 단계로 설명한다.
1단계. 수집
사건과 감정을 그대로 기록한다.

2단계. 듣기
떠오르는 생각을 제한 없이 적는다.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계속 질문을 던진다.

3단계. 정리
결론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행동까지 연결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메모처럼 보였지만 읽을수록 이것은 사고를 훈련하는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생각과 추상적인 생각을 오가는 힘
또 하나 흥미로웠던 부분은 질문을 계속 던지는 과정이었다.

예를 들어
“왜 이직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왜? 또 왜?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처음에는 ‘이직’이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사실은 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 사람을 이끄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낀다. 팀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성장하는 순간이 좋다. 처럼 더 본질적인 가치로 이어진다.

책은 이렇게 구체적인 사실과 추상적인 가치 사이를 계속 오가는 과정이 사고를 깊게 만든다고 말한다.

읽으면서 나 역시 스스로에게 질문을 얼마나 적게 던지고 살았는지 돌아보게 됐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

이 책은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생각을 잘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리고 생각을 행동으로 연결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요즘은 기록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기록을 통해 실제로 삶이 달라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차이는 아마도 ’왜?’라는 질문을 끝까지 붙잡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있는 것 같다.

기록은 기억을 남기기 위한 일이 아니라, 생각을 선명하게 만들고 삶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사고 훈련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단순히 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사고력이 점점 깊어진다는 설명이 굉장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생각을 언어로 바꾸는 습관은 결국 더 나은 글쓰기뿐 아니라 더 나은 의사결정과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래 곁에 두고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이었다.

#일프로카피라이터의표현법 #카피책 #카피라이팅 #기록 #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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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단편집 - 평생에 걸쳐 다듬어낸 21편의 작품들 ㅣ 세기의 책들 20선, 천년의 지혜 시리즈 1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서진 기획 / 스노우폭스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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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폭스북스에서 이번에 출판 된 톨스토이 단편집은 톨스토이의 짧은 소설 21개의 단편 모음집이다.
​
단편이라고 하여 글이 짧다고 읽기 쉽거나 가벼운 내용은 아니다. 한편씩 읽어가면서 묵직하게 생각해볼 것들 앞에 오랜 시간 멈춰 있던 작품들도 있다.
​
톨스토이는 청년 시절부터 죽음을 앞둔 노년에 이르기까지 평생 단 하나의 질문을 붙들고 살았다.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신기한 건 그 답을 명성이나 돈, 성공에서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름 없는 농부들의 묵묵한 삶 속에서 답을 발견했다.
​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랑은 거창하지 않다.
​
추운 사람에게 건네는 외투 한 벌.
배고픈 사람에게 내어주는 빵 한 조각.
오랫동안 품어온 원망을 내려놓는 용기.
그런 아주 작은 다정함들. 사랑.
​
읽으면서 생각했다.
​
나는 사랑을 너무 특별한 것에서만 찾고 있었던 건 아닐까.
​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다. 남들이 보기엔 성공한 인생을 살았지만 죽음 앞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
“나는 제대로 살았는가.”
​
그 질문이 지금의 내 고민과 같아 가장 오래 남았다.
​
요즘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아간다.
잘 살려고는 애쓰지만,
왜 사는지는 자주 잊어버린다.
​
책을 덮고 나서 나도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
“나는 지금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지?”
​
아직 답은 모르겠다. 찾는 중 이다.
​
하지만 책 덕분에 질문 하나는 생겼다.
그리고 어쩌면 인생은 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
📌 여러분은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
#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 #톨스토이 #레프톨스토이 #스노우폭스북스 #천년의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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