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오며 |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이 책을 읽기 전 정약용은 나에게 조선 후기의 위대한 실학자였다. 백성을 위한 제도를 고민하고 수많은 책을 남긴 학자. 역사책 속에서 이미 완성된 업적을 가진 인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의 사상을 조금씩 들여다보면서 그 역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했던 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들에게 남긴 가훈과 자신의 저술을 돌아보는 글에서 학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오랜 시간 학문에 몰두했지만 이루지 못한 일들에 대한 아쉬움, 자신이 남긴 글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태도, 그리고 다음 세대에 의미 있는 배움을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 인상적이었다. 위대한 인물도 결국 자신의 부족함을 고민하고 후회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인간적이었다.
책에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본문에도 썼지만 인간의 본성과 도덕적 선택에 관한 이야기였다.
정약용은 인간이 선을 좋아하는 본성을 가졌지만, 선한 행동을 선택하는 일은 인간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이 말을 이해하고 나니 나의 일상도 돌아보게 되었다. 나 역시 좋은 생각과 좋은 말을 좋아한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에 밑줄을 긋기도 하고, 누군가의 사려 깊은 행동에 감동하기도 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일상에서 그 생각들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돌아보면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렵다.
다른 사람의 잘못은 쉽게 판단하면서 나의 잘못에는 관대해질 때도 있고,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으면서도 가까운 사람에게는 무심하게 행동할 때가 있다. 상대방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갈등이 생기면 자신의 입장을 먼저 내세우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그 마음에 걸맞은 행동을 지속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늘 옳은 선택을 하며 살 수 있을까.
인간은 누구나 부족하고 감정에 휘둘리며 때때로 잘못된 선택을 한다. 나 역시 앞으로도 실수하고 후회하는 순간이 많을 것이다. 다만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다음에는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 도덕적 실천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정약용의 철학적 주장을 모두 이해하거나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과 동물의 본성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방식이나 효를 공적 윤리의 출발점으로 삼는 관점에는 드는 의문이 있다. 상제와 영성에 대한 논의도 한 번의 독서만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정약용이 기존의 학문적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인간의 도덕적 책임을 강조하며, 배운 것을 현실에서 실천하려 했다는 점은 오래 기억하고 싶다. 그는 학문이 단순히 지식을 쌓거나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 아니라 실제 삶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은 책을 읽는 나를 돌아보게 했다. 나는 책을 읽고 무엇을 얻고 싶었던 것일까. 새로운 지식을 많이 아는 것일까, 좋은 문장을 기록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배움으로 나의 생각과 삶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일까.
책을 읽는 일도 결국 하나의 공부라면, 읽은 내용을 기억하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삶에서 어떻게 실천할지 고민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솔직히 이 책은 끝까지 쉽게 읽히지 않았다. 이해하지 못한 문장도 많았고, 어떤 부분은 다시 읽어도 여전히 어렵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생각해보게 했다. 책의 모든 부분을 다 기억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했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오늘 하루 내가 어떤 말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으며, 어떤 선택을 했는지 돌아볼 것을 마음에 새겼다.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것.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은 어쩌면 평생 끝나지 않을 공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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