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그림을 잘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었다.
세상을 더 자세히 바라보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하나였다.
드로잉 책을 보면 대부분 선 긋기부터 시작한다.
의외로 선 하나를 곧게 긋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모든 일은 그렇다.
요리도 양파를 써는 것부터 배우고, 글쓰기도 가나다부터 시작한다.
처음에는 의미 없어 보이는 반복이 결국 실력을 만든다.
무의미해 보이는 시간이 어느 순간 실력이 되어 돌아온다.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관찰하는 습관이고,
완성도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무엇이 전달되는가였다.
얼마전에 매일우유를 그린 적이 있다.
처음에는 그냥 우유팩을 따라 그리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옆면의 작은 글씨를 그리려는 순간 아차싶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내용을 그림을 그리려니 하나하나 읽게 되었다.
신기했던 건 매일 필사를 했던 덕분인지 생각보다 금방 글씨를 따라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림 하나 그렸을 뿐인데 매일우유 표시사항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 되었고, 필사도 하게 되었다.
평소에는 지나쳤던 것을 그림 덕분에 읽고 관찰하게 된 것이다.
무의미해 보이는 반복도 언젠가는 의미가 된다.
무(無)가 유(有)가 되는 순간은,
특별한 재능보다 꾸준함과 관찰이 먼저 만들어 주는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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